District9 - 외계인의 인권을 보장하라!

2009. 10. 25. 23:31별 볼일 없는(?) 글

세계화를 넘어 우주화를 주장해 왔으며, 스스로 한국인이라기보다 우주인으로 생각해온 본좌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이 최근에 좀 많았다. (원래 프롤레타리아에게는 조국이 없다.)

설치류가 설치는 한반도 생태계의 국지적인 이상 현상에 이어, 외계인에 대한 차별을 공공연히 부르짖는 각종 "외계인 ○○금지" 표지판이었던 것이다.

지하철역에는 "외계인 지하철 이용금지",
버스 정류장에는 "외계인 승차금지",
시네21에는 "외계인 구독금지",
COEX에는 "외계인 쇼핑금지",
심지어 메가박스에는 "외계인 관람금지".


(휴대폰 촬영)



어쩌라고... OTL.

그러나 삼엄한 "관람금지" 경고에도 불구하고 달랑 영화표 한 장만으로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역시 돈이면 다 되는 대한민국.

당 영화, 최고의 SF 반열에 오른다는 평이 많다. 본좌 생각에는 SF의 탈을 쓴 풍자극이 아닐까 하는데 그런 저런 내용은 다른 블로그에도 많이 있으니 생략하고, 몇 가지 눈에 띈 점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1. 외계인은 곤충?

지구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진화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파충류의 시대가 끝나고 포유류의 시대가 지나면 어떤 생물종이 지구의 지배자가 될 것인가? 많은 과학자들이 곤충류를 꼽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은 곤충의 모습이다. 낯선 설정이지만 앞으로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스타쉽 트루퍼스에서도 곤충형 외계인이 나왔었다. District9의 곤충형 외계인은 스타쉽 트루퍼스의 그들보다는 훨씬 진화의 단계를 많이 거친 모습이다.



2. 과학의 진보가 반드시 지성의 진보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발달한 과학으로 거대한 우주선을 만들어 날아 올 정도지만, 정작 외계인들은 우주선에서 내릴 줄도 몰라서 지구인들이 꺼내줘야 할 정도로 미개한 수준이다. 지구에 정착하고도 최하층민이 되어 할렘가를 이루고 산다.

언뜻 이해할 수 없는 설정일 수도 있지만, 과학의 진보가 반드시 지성의 진보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기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고립된 우주선에서 전염병으로 소수의 리더들이 죽어버리고 나면 미개한 군중들만 남은 것이다.

지구상 최강대국이라는 미국에서도 리더들은 그렇게 똑똑한데, 이민간 사람들 말로는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무식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오바마를 뽑았고, 한반도에서는 설치류를 뽑았다.) 부와 정보가 특정 계층에 집중되는 불균형 상태가 계속 대를 이어가면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진화의 마지막 단계는 멸종이다.



3. 역시나 무기의 용도는 서로 죽이기 위한 것

외계인의 무기는 위력도 대단하지만 안전장치도 너무나 견고하게 만들어 졌다. 외계인의 DNA에만 반응하여 작동하기에, 지구인들이 20년이 넘게 연구했지만 전혀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주인공이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외계인으로 변해가자 지구의 과학자들은 그를 칠성판(?)에 묶어두고 무기 작동 시험을 한다. 다양한 무기류를 사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 테스트를 하는데, 이것뿐만 아니라 실제 외계인을 대상으로 발사시험을 한다.

그런데 외계인이 직접 사용하는 것이 아니면 절대로 작동하지 않는 그 견고한 무기가, 대상이 외계인인 경우에는 아무 이상 없이 작동하는 것이다!

역시나 무기의 존재 의미는 타 생물종에 대응하여 살아남기 위한 것보다는 서로 죽이기 위한 것이었다. 지구뿐만 아니라 전 우주적으로도...


ps)
당 영화에 대한 좋은 블로그 두 개 소개한다.
http://blog.naver.com/cinemoon1/80093445054
http://block27.tistory.com/entry/디스트릭트-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