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사진에 맞는 파인더를 찾아서, 펜탁스67 파인더 순례기

2009. 10. 18. 23:18Rollei SL66과 중형카메라

블로그의 유입 키워드 통계를 보면 1등은 자주 바뀌는데, 항상 순위권에 있는 단어가 있으니 바로 ‘펜탁스67’이다. 기대에 부응(?)하고자 쓰다 만 글들 중에서 오늘은 이것을 마무리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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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 옛말이 있다. 카메라에서도 이미지 프로세싱 관련 기능도 중요하겠지만 어떻게 찍을지 결정하게 해주는 '파인더'도 무척이나 중요한 장치이다.

'결정적인 순간'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은 트리밍을 전혀 하지 않고 전체 이미지를 그대로 인화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시야율 100%의 정밀한 파인더이다. 정작 브레송은 시야율 100%가 되지 않는 레인지파인더 방식의 라이카 카메라를 사용했다. 상당한 정밀도를 필요로 하기에 135 포맷의 카메라들에서는 최상위 고급 기종들에서만 시야율 100%를 충족한다. 요즘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니콘 D3, 캐논 1Ds Mark-III 정도가 해당된다.

정확하고, 밝고, 넓게 보이는 파인더가 최고의 이상이다. 파인더가 시원해야 찍을 맛도 나는 법, 어두운 밤에 촬영하는 천체사진에는 특히나 그러하다. 내 카메라들은 밝은 시야를 위해 스크린을 모두 교체하였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여 펜탁스67에 적절한 파인더를 찾아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했다.




1. 아이-레벨 파인더(eye-level finder)

펜탁스67이 135포맷을 그대로 뻥튀기한 컨셉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파인더가 다른 중형카메라와는 달리 아이-레벨 프리즘 파인더이다.

장점은 정립상이고 시상이 안정적이라는 것이고, 또한 노출계까지 지원된다는 것이다. 단점은 90% 수준밖에 되지 않는 시야율이다. 일반인들에게는 크게 단점이 되지 않지만 천체사진가에게는 큰 문제점 중의 하나가 상이 어둡다는 점이다.


2. 웨이스트-레벨 파인더(weist-level finder)

스크린을 교체해도 아이-레벨 파인더로는 어둡게 느껴져서 결국 웨이스트-레벨 파인더로 바꾸게 된다. 국내에서는 구하기 정말 어렵다.

일반적인 중형카메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형태이다. 단점은 좌우가 바뀐다는 점과 노출계 지원이 어렵다는 점이다. 장점은 시야율 100%. 그리고 밝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웨이스트-레벨, 즉 허리 높이에 카메라를 두고 내려다보는 것인데, 실제 촬영시에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돋보기를 올려서 눈을 대고 보게 된다. 그런데 펜탁스67의 웨이스트-레벨 파인더의 돋보기는 배율이 높아서 중앙부만 보이고 가장자리는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가장자리까지 확인하느라고 눈알 굴리다 보면 속까지 울렁거릴 지경이었다. 결국 Rigid Magnifying Finder로 교체하고야 만다.


3. Rigid Magnifying Finder

웨이스트-레벨 파인더와 마찬가지로 90도 위쪽에서 내려다보는 형식인데, 웨이스트 레벨 파인더처럼 접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고정식이다.

아이-레벨 파인더처럼 기본적으로 끼워져 있는 것도 아니고, 웨이스트-레벨처럼 많이 쓰는 방식도 아니다 보니 정말 보기 쉽지 않은 액세서리다. 한글로 적으려 해도 적당한 용어가 없을 정도이다.

국내에서는 구할 수가 없어 해외에서 들여와야 했다. 성능이 확인되지 않은 물건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것은 모험에 가깝지만 어쩌겠는가. 다행히 이번에는 마음에 들어서 잘 사용하고 있다.

아래위로 완전히 막혀 있는 형식이라 상이 안정적이고 밝으면서 시야율도 100%이다.  생겨먹은 것이 이래서 고배율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는데, 펜탁스67의 이것은 웨이스트-레벨(1.8배)보다 오히려 낮은 1.5배율이다. 그래서 그런지 가장자리까지 한눈에 시원하게 들어온다. 배율이 높으면 중앙부에 집중하는 대신 가장자리까지 보이지는 않게 된다.

단점이라면, 큰 부피 때문에 카메라 가방에 넣기에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그래도 무게는 아이-레벨보다 훨씬 가볍다.

(왼쪽에 건전지 없이 B셔터를 누를 수 있게 해주는 장치가 보인다)


(수평계는 내가 붙인 것이다. 완벽한 싱크로)


이렇게 펜탁스67의 파인더들을 모두 섭렵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천체사진에 맞는 파인더를 찾아 정착할 수 있었다. 카메라의 렌즈가 중요한 만큼 파인더 역시 제2의 눈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