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일보 연재] 영화속의 비과학적 구라 (13)

2009. 4. 5. 21:47딴지일보에 실었던 글

간첩 리철진
투캅스 
쉬리
티라노의 발톱
산전수전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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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러가기 (199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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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의 비과학적 구라 (13)

1999.11.15.월요일
엽기과학부 L.O.

졸라!

이번 호에서는 한국영화 중심으로 후벼 보겠슴다. 최근들어 한국영화 수준이 급신장, 세계수준에 발맞춰 나가볼라꼬 꿈틀거리고 있는데 비해, 과학적 측면에서는 70년대 수준에서 놀고 있는 형편임다.

초특급 블록뽀개기 SF 액션대작을 우리나라도 하루 빨랑 만들어, 구라를 쳐도 졸라 스펙따끄르 하게라도 쳐보고 구라 소리 들어야지, 헐리우드 영화 디비면서 우주, 과학이론, 첨단무기 같은 걸로 시비걸다가 이건 뭐 총맞은 구멍이 크네 작네 하면서 비과학적 구라 라고 갖다 붙히자니 본기자, 한국영화의 스케일을 스스로 비하하는 것같아 서글프기까정 함다.

'한국농담'이 했던 것처럼 딴지 엽기과학부 주최로 '과학검증 대토론회'라도 해서 시중에 내놓기 전에 검증을 하던가, 아님 국제영화제에 나가는 거라도 함 검증받고 내놔야 된다꼬 본기자 강력히 제안하는 바임다.

그러므로, 본기자에게도 '고짓말' 노캇트 판 보여달라! 고 똥꼬 실핏줄 터지도록 외쳐봄다. 상관없나? 어쨌든..


 

간첩 리철진

 

졸라 슬픈 코메디 영화. 그래서 휴먼 코메디라고 했던가.

리철진이 돼지 훔치는 임무를 완수하고 북조선으로 넘어가기 위해 박인환, 박진희와 같이 차를 타고 가는 장면 기억나시는가 ?

 

앞자리의 리철진과 뒷자리의 박진희가 자동차 백미러로 서로 눈웃음을 교환한다. 이거 말도 안된다. 운전석도 아닌 조수석에서 백미러로 뒷자리의 사람을 볼 수는 없다.

운전은 우째 하라고? 아님 박인환이 사시여 ?

사시면 사시라고 말을 해야제...

- 제보 : kypak@aol.com


 

투캅스

 

마지막의 총격전 장면에서 악당들이 쓰는 총을 함 보자. 이거 흔히 말하는 사냥용 엽총이다. 태릉 사격장 같은 데서 굳이 돈주고 쏴보지 않은 분들도 이거 산탄이라는 거 알고 계시리라.

꿩이나 오리 잡는 데 쓰는 건 2~3mm 정도 되는 쇠구슬이 백여개가 들어있고, 멧돼지 잡는 데 쓰는 것도 8mm 정도 되는 것이 예닐곱개 들어 있다.

따라서 총 한번 쏘면 흑먼지가 풀썩풀썩 여러 곳에서 나야 한다. 근데 흑먼지는 고사하고 차에 구멍도 하나씩 나고, 급기야 안성기가 한방 맞고 넘어가는데 방탄쪼끼에 구멍도 하나인데다가 박혀 있던 총알은 손가락 한마디 만한 넘이었다.

 

하긴 숨이 덜 끊어진 맹수를 확인사살하는데 주로 쓰이는 슬러거라고 하는 직경이 2cm나 되는 엽총용 외알 탄알이 있기는 하다.

근데 이거 특히나 국내에서는 구하기도 힘든 물건인데다가, 이걸로 맞았다면 방탄쪼끼고 뭐고 엄따. 기냥 골로 가는 거고 살아도 갈빗대 몇 개는 기본이다.

이건 일명 구멍 구라.. 되겠다.

 

 

쉬리

 

총기에 관한 구라 한 가지 더.

울나라에서는 총이라는, 살상용으로 쓰일 경우에는 무척이나 끔찍한, 흉기를 별로 접할 수 없는 다행스런 환경이긴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총기에 대해서는 구라가 많다. 특히 이횬세 아자씨 만화들…

쉬리, 이거 한국영화에서 총기에 관한한 최고의 수준이지만 좀 더 잘하라는 의미에서 대표로 함 대가리 바가바.

총도 제대로 만들었고, 총쏘는 폼도 그럴싸 했는데, 씨바 탄피는 다 오데로 간건가? 그 정도 총격전 끝나고 나면 화약연기도 좀 나고 탄피도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어야 하는데 영화 내내 탄피구경 하기가 힘들다. 자동 소총 갈겨 대면 탄피도 몇 개 튕겨나와 줘야지, 그러면 장난감 화약총 쏘는거 표나잖아...

탄피구라..


 

티라노의 발톱

 

본 기자 이거 확인하러 비됴가게 갔다가 심흉내가 출연, 제작한 영화가 그렇게 많은지 그제서야 알았다.

때는 기원전 5만년, 원시인들과 공룡이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공룡이 살던 시대는 중생대이고 공룡들은 중생대 말, 즉 6500만년 전에 이미 멸종하였다.

 

원시 인류가 나타난 시기는 300만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으므로, 영화에서처럼 공룡과 원시인이 같이 뛰댕기던 시대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어쨌든 이거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서 아무 꺼리낌 없이 사용되는 구라 중의 하나라고 하겠다. 역시 쉰지식인이 만든 영화답게 구라 수준도 세계적이다.


 

산전수전

 

(1) 쭉쭉 빵빵 여주인공이 술집에서 서빙하는 것을 다른 여자가 사진찍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서 플레쉬도 터뜨리지않고 그냥 찍어버린다.

이 경우 술집내의 조명이 어두운 관계로 웬만큼 고감도의 필름이라도 시커멓게 나오게 된다. 플레쉬 없이 찍을라면 삼각대 받쳐놓고 4~5초 찍어야 한다. 물론 찍히는 사람도 가만히 있어야 한다.

근데 뽑아논 사진을 보면 아주 선명하게 조명빨도 좋게 나와 있다. 우째 이런 일이?

(2) 여주인공이 몰래 잡지를 찢어서 주머니에 구겨넣는 장면이 있다. 근데 나중에 갸가 가위로 그 잡지의 사진들을 오릴 땐 빳빳하다. 그냥 빳빳한 정도가 아니라 마분지 두께더라 이거다. 게다가 뒷면엔 인쇄도 안된 백지고.

이거 종이가 비아그라 삼켜먹고 복상사 난 구라되겠다.

- 글 : drju@thrunet.com


 

인정사정 볼것없다.

극적인 재미를 위해서 쓴 CG들이 영화의 구라를 더해준단 말임다.

열차에서 안성기가 내리는 장면을 봅시다. 스크린 앞쪽에서는 분명 눈사태가 날 정도로 눈이 마구마구 정신없이 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뒤에 걸어오는 사람들의 어깨나 머리에는 눈이 쌓여있지가 않습니다.

금방 내렸기때문에 그런거라구요? 그럼 주위의 지형을 봅시다. 눈은 커녕 물만 고여있습니다. 뭐, 따지지 말라구요?

테크니칼 파울 구라되겠슴다.


- 글 : alienkim@hitel.net

 

접속

 

" 나랑 결혼하기가 싫은 거야 ?
포항에 가기가 싫다는 거야 ? "

한마디의 대사로 수많은 공돌이들, 특히 포철 총각사원들의 가슴을 후벼팠던 영화다.

한석규가 사랑의 아픔에 고국을 등지고 호주로 이민가기 전, 전도연이랑 주고 받은 메일들을 모두 지우는 장면.

 

한화면 넘게 스크롤 되는 멜들이 전부 한 날짜에 보낸 것들이다.

급하게 영화 찍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 이제 관객들의 수준 뿐만 아니라 시력도 놀라보게 날카로와졌다.

사소한 데에도 신경 좀 써 주시라.

- 제보 : noregret@nlsun.cse.inha.ac.kr


아.. 한국영화의 비과학적 구라를 디비겠다고 해놓고 실제 디벼놓고 보니.. 마음이 졸라 아프기만 함다. 구라를 디볐기 때문에 아픈 거이 아니라, 디벼진 구라를 보고 있자니 바로 한국영화의 스케일, 수준을 보는 것 같아서리 그렇슴다.

우찌 된 것이 여태 구라라고 디빈 외국 것들하고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쪼잔한 것들만 구라라고 대가리를 쳐들고 있으니.. 어흐흑... 게다가 비과학적 구라라고 떠들만한 과학이 들어간 영화 자체가 이렇게 엄따니.. 아.. 씨바.. 한국영화여..

언제쯤이면 비과학적 구라를 제대로 파볼만큼 한국영화의 쟝르 다양성이 확보되고, 덩치도 커질 것인가..

아.. 한국영화여...

 

- 엽기과학부 내혼자 대표기자 L.O.(Jebo@Astro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