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 천문의해 공식 사이트 - 인터뷰 기사

2009. 4. 6. 20:06방송/보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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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흐르는 하늘
2009년 03월 02일

 

       

   천체사진가 권오철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미국 NASA의 [Astronomy of the day]에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선정되었고, 2003년 천문대 주최 천체 사진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The World at Night (2009 유네스코 지정 세계 천문의 해 공식 프로젝트) 그룹 활동 중이며, 중∙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에 천체 사진을 제공했다.

 

  영화 ‘맨인블랙’을 보면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사람들이 외계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지구인과 섞여 사는 외계인이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사실 지구는 물론 우리 몸을 이루는 탄소와 산소, 질소와 같은 원자들은 모두 우주의 탄생과 더불어 생겨났고, 사람은 죽어서 별이 된다는 말처럼 인간은 우주에서 왔다. 즉, 지구가 아닌 서로 각기 다른 별에서 온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가을철 남쪽하늘 보이는 물고기자리에는 지구로부터 약 25광년 떨어진 별 포말하우트가 있다. 아랍어로 ‘물고기의 입’이란 뜻으로 남쪽물고기자리가 물병자리에서 떨어지는 물을 마시는 듯 한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人, 천문을 말하다’ 이번에 만난 주인공은 지구에 정착한 포말하우트人이다. 

여름철 은하수/치악산 계곡


 밤하늘에 별들이 수놓은 아름다운 은하수를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겨울철 은하수와 여름철 은하수의 차이가 있다는 것도 아는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여름철 은하수가 겨울철 은하수보다 훨씬 두껍고 짙다. 그 이유는 지구가 속해 있는 태양계의 위치 때문인데, 태양계는 우리 은하 중심부에서 바깥쪽으로 3만 광년 떨어져 있다. 즉 여름철에는 8만 광년 사이의 별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별들도 훨씬 많이 보이고, 별들의 띠인 은하수도 매우 뚜렷하다는 사실. 하지만 반대방향, 겨울에 보이는 은하수는 별의 수가 적은 만큼 희미하게 보인다.

 권오철 선생님과는 두 번째 만남. 2009 세계 천문의 해 선포식 때 서울 그랜드 힐튼 호텔 로비에 전시된 작품을 보고 있는데, 옆에 전시된 사진을 웬 아저씨가 뚫어져라 가까이 보기에 무슨 일일까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마침 지나가던 IYA2009 한국조직위원회 사무국 직원분이 전시된 사진작가 선생님이라고 소개해주셔서 그 기행(?)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당일 간단히 이름만 소개하고 인사했는데, 오늘은 두 번째 만남임에도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권오철 선생님께서는 아마도 인터뷰가 끝날 때쯤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셔서 인터뷰 내내 그 이유를 찾아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사자자리 유성우
 

 33년마다 많은 유성이 떨어지기로 유명한 사자자리 유성우.
 2001년 무수히 많이 떨어졌다는데 필자는 뭐에 정신이 팔려
이런 장관을 보지 못했을까. 멋진 장관을 카메라에 담으며 실제로 본 소감이 궁금했다.

  별똥별 하나만 봐도 좋잖아요. 항상 시야에 대여섯 개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그날 본 것이 10만개 정도? 처음에 한두 개 떨어질 때는 ‘와~’ 하다가, 비 오듯 쏟아지자 ‘우와~’ 하다가 그게 몇 시간씩 이어지니까 시들해져요. 사진에도 많이 보이지만 밝은 것만 나오기 때문에 실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이것보다 대여섯 배 많아요. 별똥별은 대기권에서 타면서 빛을 발하기 때문에 만약 다 타지 않고 땅에 떨어지려면 그 크기가 상당해야 해요. 그럼 운석이 되는 거죠. 제가 봤던 유성 중에 가장 화려했던 유성은 불덩어리가 떨어지면서 ‘타다닥타다닥’ 소리를 내면서 터지는 것을 봤어요. 유성은 하늘에서 다 타서 없어지긴 했지만 지상에 떨어질 정도면 엄청난 밝기로 갑자기 대낮같이 환해지죠. 유성은 보통 어두운데 밝은 것들은 엄청나게 밝아요. 98년에 사자자리 유성이 엄청 떨어진다고 떠들었었는데, 실제로는 기대했던 것보다 별로 안 떨어져서 난리 났었죠. 그러다 아무도 신경 안 썼던 2001년에는 엄청나게 떨어졌죠.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리에 앉아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내 인터뷰 질문지를 빼앗듯 채가셨다.
“인터뷰를 많이 하다 보니 질문들이 비슷비슷해서…” 그리고 한번 훑어보시더니,
“본질적인 질문은 없네.” 순간 당황해하는 나를 의식하셨는지
“왜 지구에 왔는지? 그런 건 없네.”
“비밀을 공유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인터뷰가 되겠는데요.”
미션과 함께 또 다른 재미가 생겼다.

첫 전시회는 언제?

 사진 찍는 것은 92년부터로, 대학교 1학년 때 서울대학교 아마추어 천문회 동아리 모임에 들어가서 시작했어요. 그리고 96년 대학교 4학년 때 첫 번째 개인 전시회를 열었죠. 사진 전시회 한 곳이 S그룹의 사진 전문 갤러리로는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곳이었는데, 포트폴리오를 내고 그것이 통과돼서 전시회를 할 수 있었죠. 전시회 때 아내(당시 여자친구)가 친구와 함께 왔는데, 개인전시회인줄 모르고 왔다가 다들 표정이 이상해져서 갔어요.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잡지에 사진을 실으면 프로필에 ‘천체사진가 권오철’이라 했는데 그때는 다들 의아해 했죠.

처음 촬영지와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어디였나요?

 처음 촬영 장소는 부산 일광에서 아버지가 쓰시던 카메라를 테스트 했던 게 처음이고, 별 사진은 동호회와 같이 간 경기도 마석이에요.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김홍희라는 사진가가 했던 말을 빌리자면 사랑에 빠졌던 곳

 작품에 소백산이 많이 나오던데요. 소백산을 특별히 좋아하시나요?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사진은 어떤 건가요?

 소백산 사진은 많은데 그게 다 하루에 찍은 거예요. 하룻밤 밤새서 찍었죠. 우리나라가 맑은 조건이 없기 때문에 날씨가 좋으면 왕창 찍어요.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죠. 남들이 좋아해주는 사진은 선호도가 갈리는데, 은하수 사진을 가장 좋아해요.

거제도 혜성

 나는 하늘을 한 화면에 담기 위해 물고기 눈처럼 불록 튀어나온 어안렌즈로 찍은 사진에 많이 끌렸다. 밤하늘 전체와 동서남북의 지평선이 둥그렇게 촬영되어 신기하다. 어린 시절 할머니 집 대청마루에서 하늘을 보는 듯 한 느낌으로 독특한 영상이라 더 멋져보였다.

작품에 테마가 있어요. 나무, 바다, 산, 천문대, 탑이 있는데요. 이런 소재로 테마를 정한 이유가 있나요? 다음 테마의 제목은 무엇인가요?

 찍다보니까 카테고리가 그렇게 됐어요. 사실은 초보단계인데 그냥 별만 있으면 공간감이 없어져요. 밤하늘을 올려놓고 찍으면 별이 크고 작고 멀고 가까운 것을 몰라요. 그래서 지상 배경을 같이 넣거든요. 이왕 넣는 거면 별이라는 천체와 잘 조화시킬 수 있는 것이 좋겠다 싶었어요. 탑 같은 것은 천 년이 넘는 것도 있잖아요. 우리 눈에 비치는 저 별빛도 몇 만 년을 날아와서 빛나는 것으로, 천 년이라는 숫자와 비교할 수 있잖아요. 소재주의 사진이라고 하는데, 다음번 테마는 소재주의에서 벗어나서 테마가 없는 게 테마에요. 소재주의를 벗어나 별이 주는 느낌 그대로를 표현하고 싶어요.

별이 흐르는 모습을 많이 찍으셨는데, 이유가 있나요?

 별이 점점이 있는 게 느낌이 좋죠. 그런데 우리나라의 기후조건이 좋지 않아요. 점점이 나오게 하려면 짧게 찍어야 하는데, 짧게 찍으면 사진이 잘 안 나오고 해서 길게 찍으니 흐르듯이 나오는 거죠. 우리나라 환경에 적응한 사례죠. 그래서 일주사진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많이 나와요.

The World at Night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시는 건가요?

 유네스코에서 2009 세계 천문의 해에 하는 프로젝트 중의 하나로 세계 문화유산과 별이 어우러지는 사진을 많이 찍어서 일반인들에게 별밤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에요. 해외의 경우 피라미드와 별, 그리스 유적지와 별이 되겠죠. 저는 이 프로젝트 때문에 경주에서 많이 찍고 있어요. The World at Night(TWAN)는 형태를 갖춘 그룹으로 세계 최고의 사진가들이 다 모여 있어요. www.twanight.org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질문인데요. 별을 처음 본 소감은 어떠셨나요?

 별에 대해 존재를 안 것은 고등학교 때인데요. 야간자율학습에 찌들어 있을 때 운동장에서 친구와 서서 떠오르는 별을 봤어요. 그게 물고기자리의 1등성 포말하우트라는 별로 아주 인상 깊게 봤죠. 남쪽하늘에서 떠오르는 밝은 별 하나에 매료되어 그때부터 별자리를 찾기 시작했어요. 소감은 끌어당기는 것. 유전자는 알고 있어요. 내가 어디서 왔는지 고민하게 되고 정체성을 알아가는 거죠. 그래서 남쪽물고기자리 언저리 포말하우트 쪽이 고향아 아닌가… 그쪽이 저를 끌어당겨요.

천체 사진 작가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제 고향을 찍는 것이다 보니까 즐겁죠. 천체 사진의 큰 매력이라면 다들 좋아한다는 거죠. 별 싫어하는 사람 없어요.

천체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사진 찍는 사람에게 하고픈 조언이 있다면 자기 사진을 찍으라는 것.
 말을 하면 자기 얘기해야 하는데 남 얘길 하는 건 아니잖아요. 작가도 자기 소설을 써야지 남의 소설을 표절하면 안 돼는 거잖아요. 사진도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보니 자기 얘기를 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의 얘길 하면 안 돼는 거예요. 물론 자기의 색깔을 찾는 데는 10년 이상 걸리기도 해요. 아직 저도 제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 중이에요. 사실 시간이 없어서 그래요. 지금 생각은 저만큼 가 있는데 사진은 거기에 못 미치죠. 사진 찍는데 필요한 리소스가 사진 장비와 돈, 그리고 여러 가지가 필요한데 가장 구하기 힘든 게 시간이에요. 시간 확보가 안돼서 안타까워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픈 말… 별은 꼭 누워서 보세요.

 서서 보거나 하지 마시고 누워서 봐야 제 맛이에요. 서서 보는 것과 누워서 보는 것은 달라요. 그것은 꼭 해봐야 알아요. 별을 제대로 보는 자세는 누워서 보는 거예요. 꼭 야외에 나가서도 누워서 하늘을 봐야 제 맛을 알 수 있어요. 아주 중요한 거예요.

 필자는 작년 여름휴가 때 영월에서 쌍안경으로 달을 본 것이 관측의 시작이었다. 지구의 유일한 위성 달. 그 무거운 쌍안경을 알 수 없는 마력에 이끌려 내려놓지 못하고, 조금만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기분에 묘한 환상에 빠지는 듯했었다. 천체든 별이든 밤하늘의 빛나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
때마침 세계 유명 문화유적과 명소,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밤하늘의 별들이 어우러진 별잔치가 열린다. 권오철 선생님이 속해 있는 TWAN의 사진전시회로 관람료까지 무료이니 가족과 연인과 친구와 혼자라도 좋으니 꼭 한번 찾아가보길…

  - 전 시 명 : The World At Night
  - 전시장소 : 종로구 장사동227-1 센추럴관광호텔 1F 청계창작스튜디오 갤러리
                      (을지로3가역, 종로3가역 인근)
  - 전시기간 : 2009. 3. 1. (일) ~ 3. 22. (일)
  - 전시문의 : 청계창작스튜디오 (02-2285-3392)
  - 관람시간 : 오전 10시 ~ 오후 6시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