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던 나의 님은 갔습니다

2009. 8. 23. 03:35살다보면

서울시청 앞 광장에 헌화하는데 자정이 넘은 시간인데도 두 시간이나 걸렸다. 날씨는 무덥고, 검은 정장이 더운데다, 안고 있는 잠든 아들은 그야말로 난로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의 생애에 대하여 경의를 표하는데 2시간 정도의 괴로움은 괴로움이라고도 할 수 없다.

헌화를 하고 나오는데 그의 일기장 발췌한 것을 나눠준다. 집에 와서 읽어보니 눈물이 난다. 그가 진정으로 위대한 점은 그가 똑똑하고 이룬 것이 많아서도 있지만, 끝없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가 젊을 때 여의도에서 수백만 군중 앞에서 사자후를 토할 때도 좋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진정 인간이 얼마나 위대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끝없는 독서와 성찰이 그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도 말년에는 말을 많이 들었고, 성장이 정체된 지도자의 모습을 YS에서 볼 수 있다. YS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내가 생각하건데 YS는 대한민국 역사상 3번째로 훌륭한 대통령이었다. 적어도 그 이후에는 군바리들이 나라 말아먹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지 않았나.

이제 “법복을 입은 침팬지”(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인용)들과 극우 언론, 재벌이 남아 있는데, 이들은 일제시대부터 혈연으로 공고히 맺어진 연합군으로 YS도, DJ도, 노무현도 깨지 못했다. 이들을 깨지 못하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그래서 가신 님들이 더더욱 아쉽다.
특히나 노무현은 절대로 그리해서는 안되는 분이었다.
딴지일보(www.ddanzi.com)의 추모사에서 썼듯이 “가서 만나시거든 조금만 혼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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