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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옹...

나는 레옹을 영화관에서 본것이 아니라 비디오방에서 보았는데, (녹두거리는 아마 전국에서 가장 비디오방이 많은 곳이리라.) 간만에 좋은 영화 본거 같아서 몇자 끄적끄적...

우선 아니보신 분들을 위해 줄거리를 간추리면, 주인공 레옹은 살인청부업자이고, 그 옆방의 마약상인 가족들이 부패한 경찰에 의해 모두 살해 당한다. 여기서 어린 딸만 자리에 없어서 위기를 모면하고 레옹과 같이 있게 되는데, 뒤를 쫓는 경찰들... 결국 레옹은 여자 아이를 지키다가 죽게된다.

요즘 영화 감독들은 영화의 시작에 엄청난 신경을 쓴다. 옛날 흑백 영화처럼 플롯을 중시한 영화들이야 영화의 prologue가 없지만, 요즘 영화들은 영화의 시작 부분, 즉 자막이 나오고, 음악이 나오고 영화의 시작전에 잠시 줄거리와 상관없는(?) 화면이 나온다. 감독들은 이 부분에서 영화전체의 분위기라던가, 결과, 주제등을 암시하려고 한다. (안그런 경우도 물론 있다. 하지만 영화를 잘 보려면 시작과 끝을 잘 보아야 한다.)

레옹의 prologue는 강물이 흐르는 녹지공원 너머로 고층 빌딩들이 솟아있는 화면을 항공촬영으로 보여 주다가, 그 고층 빌딩 숲 속으로 화면이 옮겨 간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화면이 왜곡되어 건물들이 흐늘흐늘하게 안정감이 없고, 화면 전체가 흐느적거린다. 마치 마지막에 레옹이 간신히 살아 나올 때 피묻은 방독면 너머로 보이는 건물들이 흔들거리며 보이듯이...

(c)브레송

처음 보이던 푸른 숲 바로 너머로 빌딩의 숲이 보이는데,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상반된 이미지로 우리에게 다가 선다. 유명한 사진작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이 찍은 맨허턴 빌딩들을 연상시키는데, 이는 쓰레기 더미 너머로 멀리 맨허턴의 마천루들이 보이는 사진인데, 마치 마천루들도 쓰레기 더미의 일부인양 보인다. 20세기 문명을 작가가 어떡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진인데, 우연히도 레옹의 포스터 사진- 빌딩 사이에 서 키 큰 사람이 서있는- 도 브레송이 찍은 뉴욕 뒷골목의 사진을 연상시킨다.

(c)브레송
레옹 포스터

prologue에서 감독이 부패한 문명의 세기말적 상황을 암시하려 한 것 같다. 실제로 영화는 가히 선과 악이 뒤죽박죽 되어 있다. 어린 여자아이(12살쯤.. 벌써부터 담배를 피우는 문제아(?)이다. 아버지는 마약상인이고, 어머니의 직업(물론 새어머니지만)도 그리 좋아 보이진 않는다.)를 지키는 정의의 사자(?)인 주인공은 살인 청부 업자이고, 그에 대응하는 악의 무리들은 바로 경찰인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경찰의 임무도 시민의 지팡이가 아니라 마약 밀매(!)로 되어있다. (물론 일부 부패한 경찰일 뿐이지만. 결국 마지막에 레옹을 잡다가 죽는 무고한 경찰들이 너무 불쌍한데, 관객들에게는 레옹에게 신경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거의 느끼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레옹이 살아 나오고, 무고한 경찰들이 죽어갈 때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반면에 살인청부업자인 레옹은 순수하고 착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마치 살인 청부업은 뭐 무슨 샐러리맨이나, 배추파는 것과 같은 어엿한 직업이고, 레옹은 그 직업을 아주 충실하게 이행하는 모범 - 실제로 그는 여자와 어린 아이를 죽이지 않는 기사도 정신(?)까지도 보인다 - 인 것이다. 게다가 레옹은 알선자와의 대화에서 알수 있듯이 돈의 가치도 알지 못하는 순수한 사람이며, 하루에 우유 2개씩을 꼬박꼬박 먹는 단순한 사람으로 나온다. 그의 또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화분도 그처럼 뿌리가 없고, 매일 규칙적으로 빛을 쬐이고, 물기가 뿌려진다.

이처럼 등장인물 설정만 보아도 완전히 세기말적 상황이다. 그래서 12살 짜리 여자아이와 나이가 사십은 되어 보이는 레옹과의 순수한 사랑(사실은 이 역시도 뒤죽박죽된 상황의 일부이지만. 생각해 보라. 학교도 안나가며 담배를 뻑뻑 피워대는 꼬마 여자아이와 살인 청부업자인 아저씨와의 사랑이 과연 우리가 이때까지 생각하던 로맨스인가를!) 이 더둑 돋보인다. 결국 레옹은 여자아이를 경찰의 손에서 도망시키고 자신은 바로 그 부패한 경찰과 함께 폭사하는데... 여러분들 중에서도 아마 카타르시스의 눈물을 흘리신 분들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건 사족이 될지도 모르겠는데...) 뤽 베송 감독의 킬러의 미학 어쩍구 저쩌구 하길래 그게 뭔가 했더니, 레옹을 보니까 정말 그렇더군요. 아마 레옹의 총솜씨에 놀라신 분들이 많겠지만, 1초에 5명을 죽이지요... 그것도 비명 한번 못지르고... 수렵경력이 10년이 넘고 지금은 아마추어 사격선수인 어느 인간(?)도 컨디션이 좋을때 1초에 3~4발 정도 쏘는데, 물론 10발중 팔구발밖에는 못맞추지만... 헉... 그래도 역시 사람 죽이는 내용이라 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브레이브 하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서...... (브레이브 하트는 플롯의 빈약함을 잔혹한 화면으로 메꾼 것 같은 인상을 받는데, 그 참혹한 장면들이 눈가릴 틈도 주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튀어 나오는 바람에 필자는 거의 숨이 막히고, 메스껍고 나중엔 머리가 어지러웠음... 그래도 옆에 있던 여자들은 잘도 보드라...)

역시 잘 만든 영화라 시각적 구성이 훌륭하고, 특히 청부 살인할 때 벽에 뚤린 구멍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 그 씬이 기억에 남네요...

written by L.O.

테니스 치자고 삐삐 쳤는데 한놈도 연락 안하네..
열받는데 총이나 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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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아마 1995년 글인듯.

Posted by 권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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