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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대학교 3학년 때였다. 대학교 동아리에서 천체사진 전시회를 매년 하는데, 거기서 내 사진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이 사진을 두 장 뽑아서 액자로 만들어 달라고 그랬다.  누군가가 내 사진을 돈 주고 사겠다고 한 것은 아마 처음이었을 것이다. 경험이 없었으니까, 아니 개념이 아직 탑재되기 전이라 그냥 학교 내 사진관에 사진 인화 및 액자 뽑는 것을 맡겨둘테니 알아서 돈 내고 찾아가시라고 했다.


그런데 이 사진은 원본 필름에 보면 수평이 똑바로 안 잡혀서 기울어져 있다. 당시는 수준기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밤에 찍다 보면 수평이 제대로 안 맞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이야 포토샵에서 똑바로 기울이는 것이 일도 아니지만, 아날로그 프린트에서는 인화지에 수평을 똑바로 잡아주는 것이 쉽지 않다.


지나가면서 보니 인화는 역시나 사진이 삐뚤게 나왔다. 이것을 액자로 맞출 때 똑바로 맞춰서 액자로 만들어야 할 텐데, 다시 지나가다 액자로 나온 것을 보니 이걸 그대로 액자로 만들어서 사진이 삐뚤어진 그대로였다. 당시만 해도 개념이 탑재가 안 되다보니 산 사람이 알아서 어찌 하겠지 하고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그게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아, 가끔씩 쳐져 있을 때는 밑바닥부터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혹시나 그 분 이 글 읽으시면 연락주시기 바란다. 새로 제대로 프린트 해 드리겠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데, 그런 기억들은 지워지지도 않고 남아서 끝없이 괴롭힌다. 물론 조금씩 변형되기도 했을 것이다. 인간은 자기 중심적이니까. 아무튼 나이 사십이면 불혹이라는데, 나중에 돌이켜 부끄러운 일은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기원해본다.



1994. 장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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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권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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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병옥 2013.06.22 17: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러가지로 생각하게 되는 일화네요.

    그때 기억이 자꾸 난다는건 일류 프로작가님이라는 이야기 겠지요.

    저도 매사에 최선을 다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