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LR 삼국지 - 캐논, 니콘, 소니. 그리고 삼성

2014. 2. 19. 23:31Digital Photography

몇년 전 소니가 DSLR 시장에 진입하면서 신제품 발표할 때 쓰던 표현이 아직도 기억난다. 


“천하삼분지계”






지금 소니의 구상대로 이루어졌다. 캐논, 니콘, 소니가 3강을 이루며 풀프레임 바디를 내놓고 있으며, 삼성, 올림푸스, 펜탁스, 파나소닉, 후지필름, 시그마 등이 변방의 오랑캐(?)로 살고 있다.


현재의 DSLR 시장 삼국지 관전평이다. 풀프레임 기종을 만드는 라이카라는 서역 오랑캐도 있지만 일반적인 가격대가 아니니 제외한다.



1. 캐논 – 위나라


천하의 간웅이라 불리는 조조. 그의 위나라는 강하고 넓었고 결국 삼국을 통일했다. 카메라 삼국지는 아직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최강자는 캐논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최고의 바디 완성도, 최고의 렌즈 해상력, 풍부한 교환렌즈 군, 마케팅까지. 나머지 모든 회사들이 덤벼도 캐논을 상대하기 힘들 정도다. 컴팩트, 미러리스, DSLR, 동영상 카메라 등 제품군도 매우 다양한데, 포지셔닝을 얼마나 절묘하게 해놨는지 절대로 팀킬은 없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시장점유율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싸가지. 오막삼 빛샘 현상에서 보여준 모습이 이 회사의 고객을 대하는 정책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데, 광고비에만 돈 쓰지 말고 고객 care에도 신경 조금만 더 쓰면 좋겠다.


사골 센서 우려먹다가 방심한 틈을 타서 요즘 소니와 후지필름의 이미지 센서 성능이 캐논을 추월한듯 하다. 하지만 별 타격은 없어 보인다.





2. 니콘 – 촉나라


필름시절 최고의 바디를 내어놓던 브랜드. 디지털로 전환하는 마당에도 F6라는 필름 최후의 명기를 내어놓으며 필름 사용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하지만 전통에 얽매이다 보니 힘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존 필름 시절의 F 마운트를 디지털 시대인 현재에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악수였다는데 500원 건다. 


디지털 초기에는 필름 시절의 풍부한 렌즈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상당한 장점으로 작용했지만, 필름시절 렌즈들의 해상력으로는 고화소의 디지털 시대에서 무리가 따른다. 디지털 시대에는 그에 맞는 새 렌즈를 써야 하고, 굳이 필요하다면 어댑터를 쓸 수도 있었다. 


필름시절 렌즈들을 보면 필터 구경이 52mm인 것들이 많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렌즈들은 77mm, 82mm 와 같이 대구경이 많아지고 있다. 이전의 마운트로는 점점 버겁다. 니콘에서 나오는 F/1.4 급의 밝은 렌즈들 보면 뒤쪽 렌즈 알이 마운트에 꽉 차다시피 한다. 렌즈 설계자들의 고충이 마음으로 전해지는 듯하다. 


기계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마운트 부분이 좁아지므로 힘에 의한 변형이 생기기 쉽다. 광축 틀어지기 쉬우니 니콘 카메라들은 가방에 넣고 다닐 때 바디와 렌즈를 분리해서 들고 다니는 것이 좋다.


앞으로 마운트를 바꾼다면 아예 더 큰 촬상면으로 만들어 판형이 깡패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135 포맷에서 똑같이 승부해서는 캐논을 이길 수 있을까? 기왕이면 라이카 S 시리즈(촬상면 크기 45x30mm)와 서로 호환되는 마운트로 연합군을 형성하는 것은 어떨까. 그런데 니콘이 그 개발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디지털 영상기기 시장은 컴팩트와 미러리스, DLSR, 그리고 동영상 카메라의 시장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니콘은 DSLR 3강 중에서 유일하게 동영상 카메라에 진출하지 않았다. 사진과 영상이 통합되는 시대에 우직하게(?) 사진 한 분야만 파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컴팩트와 미러리스 시장에서는 동이족(삼성) 등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바닥이다. DSLR은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핵심 부품인 이미지 센서를 소니에서 받아오다보니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내가 볼 때, 니콘의 진짜 위기는 다른 곳에 있다. 천체사진은 단순히 무한대를 촬영하기 때문에 화질만 좋다면 어떤 회사의 렌즈든 가리지 않고 변환 마운트 등을 이용해서 사용할 수 있다. 내 경우에는 같은 화각대에 최고의 렌즈를 구해서 쓴다. 캐논 바디를 쓰지만 예전에는 니콘 렌즈들을 많이 썼다. 정밀함으로 유명한 킨다이 어댑터만 4개씩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딱 하나 쓴다. 14-24mm f/2.8G 렌즈를 제외한 대부분의 화각대에서 니콘 렌즈는 더 이상 최고가 아니다. 14-24mm 마저도 올해 캐논에서 뭔가를 내놓는다는 소문이다. 캐논은 렌즈도 부지런히 업그레이드를 해서 돈 값 못하던 L 렌즈들을 화질 면에서 현존 최고 수준의 L II로 대부분 업그레이드 했다.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광학기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디지털 시대로 바뀌면서 카메라가 기계에서 전자기기로 바뀌는데 적응하지 못한 느낌이 많다. 아직도 예전의 향수를 못 잊는 듯 FM2를 연상시키는 디지털 카메라를 내놓긴 했는데, 걱정된다. 니콘이 그래도 캐논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는 유지해 줘야 하지 않겠나.




3. 소니 – 오나라


동영상 카메라의 강자. 그리고 컴팩트와 미러리스에서도 강자. DSLR에서도 미놀타를 인수합병하며 천하를 삼분하였다. 캐논의 사골 센서(?)을 뛰어넘는 성능을 가지는 이미지센서를 탑재한 DSLT와 풀프레임 미러리스 제품들을 내놓으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 친구들은 남들과 다르게 노는 것을 좋아한다. 호환이 안 되는 자기들만의 규격을 만들어내는 악취미가 있다. 플래시 핫슈나 메모리스틱 같은 것들.    


영상 기기에서 최강자인 만큼, DSLR의 영상 품질에서도 뭔가를 보여주기를 기대했는데, 팀킬을 우려했는지 그저 그런 품질로 실망을 안겨 주었다. 1등 캐논을 잡으려면 가지고 있는 힘을 다 써도 모자랄 판인데 저 여유는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사진 이미지 품질은 아주 훌륭하다. 바디의 기계적 완성도도 괜찮은 편이다. 단, 렌즈 쪽이 아직도 많이 취약하다. 소니에서 생산하는 칼자이스 렌즈는 비싸긴 한데 이름값을 못한다. 

  



삼성 – 동이족


풀프레임 만드는 회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회사니 언급은 하고 가자. 눈도 예쁘고 코도 예쁘고 귀도 예쁜데 모아 놓으면 얼굴은 평범한 경우가 있다. 삼성의 카메라가 그렇다. 이미지 품질도 그럭저럭 괜찮고 전기전자 부품들도 세계최고 수준이고 기계적인 부분도 좋은데, 기능이 황당하게 구현되어 있는 것들이 가끔 보인다. NX300를 예로 들면 우사인 볼트를 광고 모델로 쓰면서 초당 9연사를 강조하는데 정작 버퍼 메모리 용량이 작아서 최고 화질로는 네댓 장 찍으면 버벅거리기 시작한다.  


대한민국의 직장인은 일본에 비해 오래 다니지 못하고, 한 부서에서 오래 일하는 게 아니라 좀 하다 보면 인사발령으로 돌게 된다. 카메라는 장인이 만들어야 하는데, 월급쟁이들이 만드니까 이렇게 되는 게 아닐까. 잘 모르면 사진가들 불러다 의견이라도 경청하든지, 기획 단계부터 베타테스트라도 혹독하게 시키든지, 아니면 기존 전문가용 카메라들을 철저하게 베껴 보든지... 


장점은 ‘광학의 삼성’이라고 불릴 만큼, 값싸고 품질 좋고 다양한 렌즈들. 건희옹이 일등 하랬다는데 좀 달라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