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로 살아남기 - CF

2011. 2. 16. 12:49살다보면

사진가로 전업하고 몇 가지 수입원 중의 하나. CF도 촬영했는데, 후반 CG 등의 편집 작업은 다른 업체에서 진행했다. 한 달이 넘도록 맑은 하늘이 단 하루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이전에 시안으로 준비했던 B컷들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다시 봐도 부끄러운 영상이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사진가로 전업한 지 1년여가 되었다. 수입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어쨌든 아직까지는 살아남았다. 수입만 줄었을 뿐 가족과 지내는 시간이 많이 늘었고, 무엇보다도 죽을 것 같았던 그 시절과 비교하면 행복지수는 비교할 수 없다. 엄살일지도 모르겠으나 실제로 물고기 수준의 하등 동물이 아닌 노루나 멧돼지 같은 덩치가 있는 포유류도 아무런 물리적 위해를 가하지 않았음에도 스트레스만으로 죽는 일이 있다. 대기업 다니면서 나도 수명 꽤 줄었을 것이다.

외국 나갈 때마다 더 크게 느끼는 것이지만, 대한민국의 직장 문화는 왜 그럴까. 서울 법대씩이나 나온 내 친구도 그런다. 고통을 참아내는 대가로 받는 것이 월급이라고. 즐겁게 보람차게 일하면서 어떻게 돈을 받을 수 있냐고.

다들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꾸역꾸역 따라가는 이 기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조선말의 혼란과 일제시대,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바른 정신으로 사는 것은 곧 목숨을 내놓아야했던 것이 불과 한 세대 전이고, 지금도 상황이 그다지 좋아진 것은 아니다 보니 한반도에 서식하는 영장류들에게서 들쥐 근성이 우성으로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답답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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