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케냐와 권부문의 전시 - 중요한 것은 크기?

2011. 2. 16. 22:37사진에 관하여

경복궁 옆 청와대 올라가는 길에 마이클 케냐(Michael Kenna)와 권부문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둘 다 풍경을 소재로 한 사진인데 여러 면에서 대비된다.

권부문의 사진은 눈 오는 산과 바다를 소재로 하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거대한 크기의 사진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큰 사진은 높이가 약 3m, 폭은 5m가 넘어간다. 국내에서는 이렇게 크게 제작할 수 없어서 인화부터 디아섹 프레임까지 전부 독일에서 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핸드폰으로 찍었다.



마이클 케냐의 사진은 나무가 있는 풍경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는 인화를 작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8x10 인화지를 쓰는 것으로 아는데, 대개 정사각형 포맷인 그의 사진은 한 변의 길이가 20cm가 채 안 된다. 그렇다 보니 전시장에 가서 보는 것이 사진집으로 보는 것에 비해 적어도 크기 면에서는 나은 점이 없다.

권부문은 크게 뽑기에 수천만 원씩의 고가로 책정되어 있으며 에디션은 이번 전시의 경우 6점까지이다. 마이클 케냐는 작게 뽑는 대신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고, 에디션도 대개 45로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마이클 케냐의 오리지널 프린트는 대개 1천 달러 정도부터 시작하는데, 에디션 넘버가 뒤로 갈수록, 즉 팔 수 있는 작품 수가 얼마 남지 않게 될수록 값이 올라간다. 45번 가까이 가면 7천 달러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요즘 사진은 점점 대형화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전시 준비에는 엄청난 돈이 들어가며, 팔리지 않는 경우에 그 비용은 고스란히 재고가 된다. 팔릴 자신이 있던가 안 팔려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경우에나 크게 뽑을 수 있는 것이다. 권부문 전시의 경우 빨간 딱지 두 개 붙어 있던데 저 사진들 다 어디다 보관할까 하는 괜한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큰 사진이 주는 느낌은 분명히 장점이 있고, 현대 사진이 전통적인 회화 시장의 틈바구니에서 나름 입지를 갖추게 된 것도 그 크기가 커진 것과 상관관계가 없지 않을 것이다.

마이클 케냐의 경우는 역발상(?)으로 성공한 케이스다. 사진이 작아서 전시 준비에 그렇게 많은 돈이 들어가지도 않고, 운반과 설치가 편하고, 유명세에 비해 사진 가격은 싼 편이기 때문에 컬렉터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권부문의 큰 사진이 주는 힘이 좋다. 큰 사진으로 뽑는 사람은 크게 찍고, 작은 사진으로 뽑는 사람은 작게 찍는 것이 느껴진다.

권부문 전시 - 학고재 갤러리. ~2.27까지
마이클 케냐 전시 - 공근혜 갤러리. ~3.20까지

공근혜 갤러리는 청와대 바로 옆에 있어 가려면 경찰들과 한 번 이상 인사(?)를 해야 한다. 공근혜 갤러리 간다고 그러면 별다른 검문 절차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