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 별을 찍는다. (월간 사진예술, 2009.8월호)

2009. 8. 4. 00:35별별 이야기

월간 사진예술 2009.8월호에 실린 글을 소개합니다. 완성된 글 형태로 보냈는데, 인터뷰 형식으로 바뀌어 나왔네요. 아래에 제가 작성했던 원본도 붙입니다.

(잡지 지면은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여기에서 왼쪽 위 귀퉁이 아이콘을 한번 더 클릭해야 원본크기로 확대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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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 밤하늘의 별을 카메라에 담아보자

권오철

천체사진 사이트 : www.astrokorea.com
천체사진 블로그 : www.astrophoto.kr

천체사진가. 2001년 한국인 최초로 NASA의 '오늘의 천체사진'(Astronomy Picture of the Day)에 선정되었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2009 세계 천문의 해”를 맞아, 공식 국제 프로젝트 'The World at Night'의 한국 멤버로서 전국 순회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1996년, 2007년에 이어 2009년에 세번째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촬영 장비 :
권오철씨는 장노출 촬영을 위해 디지털 시대인 요즘에도 필름 카메라를 사용한다.

카메라 :
- Rollei SL66E/SL66X, Pentax67 카메라와 80mm/50mm/40mm 렌즈
- 수제 612 파노라마 카메라와 슈나이더 슈퍼앵글론 47mm XL 렌즈
삼각대 : GITZO 1500 / Velbon 740 / Velbon 630 등

 

  천체사진은 어두운 상황에서 긴 시간 동안 노출한다는 특징이 있어 튼튼한 삼각대가 필수적이다. 촬영시간이 12시간에 이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브라케팅 등의 이유로 여러 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사용한다.
  중형 카메라 Pentax67은 어댑터를 이용하여 Rollei SL66과 렌즈를 공유한다. 수제 카메라는 충무로 김카메라에 제작의뢰한 것이다. 동일한 대형렌즈를 사용하는 기성품보다 절반도 안되는 돈이 들었다. 대개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보다는 기성품에 없는 기능이 필요해서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천체사진이 나름 특수사진 분야다 보니 자질구레한 장비가 많이 늘어났다.

 






▲ 경주 감은사지. 2009. ©권오철 (오른쪽은 2001년. Pentax67 + 55mm 렌즈)
이 곳에 촬영다닌지 10년이 되었다. 중간에 해체보수하는 기간이 있어서 좀 쉬었다 다시 시작한 작업이다. 찍을 때마다 아쉬웠던 것이 두 탑이 안쪽으로 누워보이는 왜곡이었다. 이번에는 두 탑의 왜곡을 보정하기 위하여 수제 6x12 파노라마 카메라를 이용했다. 탑과 평행하게 촬영하고 아래쪽을 트리밍하면 대형카메라의 쉬프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포토샵에서 변형할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제대로 찍는 것이 화질에 유리하다.
두 탑이 완전히 평행하게 나오도록 찍었더니 오히려 끝으로 갈수록 벌어지는 느낌이 나서 - 인간의 시각이란 참 간사하기도 하다 - 약간 안쪽으로 들어가게 다시 찍는 등, 10년이 지나서도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별 사진 촬영의 기본

  다른 사진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별을 촬영하려면 별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별자리도 모르면서 어떻게 별자리를 찍을 수 있을까? 책을 보거나 인터넷을 참고하고 실제 밤하늘을 보며 별자리를 익혀 촬영할 대상에 대한 지식과 애정을 갖게 되어야 한다. 요즘은 지자체마다 천문대를 운영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밤하늘에 총총히 빛나는 별을 보며 광활한 우주에 대한 ‘필’을 받은 후에 사진을 찍어도 늦지 않다. 사진가 신미식의 말마따나 ‘감동이 오기 전에는 셔터를 누르지 말’일이다.

  별사진에는 꼭 망원경이나 망원렌즈가 필요하다는 선입관부터 버리자. 별자리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넓다. 현대인들이 옛날 사람들보다 마음이 좁아진 것인지도 모른다. 북두칠성 정도는 표준렌즈로 촬영이 가능하지만 오리온자리 정도의 크기만 되어도 표준렌즈로는 모든 영역이 들어오지 않는다. 별자리 촬영에는 망원렌즈 보다는 표준~광각계열 렌즈가 필요하다.
  요즘 디지털 카메라들의 성능은 엄청나게 좋아졌기 때문에 똑딱이로도 별자리 촬영이 가능하다. DSLR이 있다면 사람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별들을 찍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15초 이상의 긴 노출을 해야 하므로 튼튼한 삼각대와 릴리즈가 필수이다.
준비를 갖추었다면 별이 잘 보이는 곳으로 가서 촬영해 보자. 대도시에서 멀어질수록, 높은 산으로 올라갈수록 별이 잘 보인다. 하늘이 탁 트인 곳이면 된다. 날씨도 매우 중요하다. 출발 전에 일기예보를 꼭 확인하자. 멀리 나갈 수 없다면 대도시에서도 촬영할 수 있는 별궤적 사진 촬영에 도전해 보자.

 

밤하늘 별사진 촬영에 도전

  디지털 카메라의 발전으로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아래의 촬영 가이드는 일반적인 디지털 SLR카메라와 번들 렌즈 정도를 사용하는 것으로 설명한 것이다. 물론 삼각대는 필수이다.

(1) 별이 점으로 나오는 점상 촬영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듯이, 별들도 천천히 밤하늘을 움직여 간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고정하고 15초 내외의 짧은 노출을 주면 별이 점으로 촬영된다. 광각일수록, 북극성에 가까울수록, 더 긴 노출시간을 주어도 된다. 찍고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의 장점을 살려 여러 노출시간으로 촬영해 본다.
  별이 많이 나오게 하려면 고감도로 설정하고, 조리개도 최대한 개방해야 한다. 이때 고감도로 설정하면 노이즈가 증가하고, 조리개를 개방하면 주변부의 화질이 떨어지므로, 촬영 결과를 LCD에서 확대하여 확인해보고 적절한 수준을 선택하도록 한다.

 
▲ 2001년의 사자지리유성우. 소백산. ©권오철
Nikon FM2 + 35mm f/1.4 렌즈 사용. 30초 이내의 노출로 별이 점상으로 나타났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많은 별똥별이 떨어진 흔적이 보인다. 조리개의 완전개방으로 주변부 수차가 심한 편이다. 디지털 카메라라면 같은 감도라도 필름보다 많은 별을 담을 수 있다.

 


(2) 별이 흘러간 시간의 궤적을 담는 일주 촬영
  위의 점상 촬영에서 보다 긴 시간을 노출하면 별이 움직인 모습이 궤적으로 나타난다. 야경 촬영에서 자동차가 지나간 불빛이 길게 남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긴 시간 노출할수록 별이 많이 움직여간 긴 궤적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최대 노출시간이 그리 길지 않고, 긴 시간 노출을 줄수록 노이즈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이른바 끊어찍기, 즉 노이즈가 심하게 발생하지 않는 30초 정도의 노출로 연속해서 촬영한 뒤 각각의 사진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다.
  ‘끊어찍기’를 하려면 셔터를 누른 상태로 고정할 수 있는 홀드(HOLD)기능이 있는 릴리즈가 필요하다. 노출시간을 30초로, 촬영모드를 연사로 설정한 한 뒤 릴리즈를 누르고 홀드시키면, 카메라는 30초씩의 노출을 계속 이어가게 된다. 촬영 중간에 배터리가 소진되지 않도록 충전 상태를 미리 점검한다. 또한 주의할 점은 노이즈 리덕션(Noise Reduction) 기능을 Off로 설정하는 것이다. 대개의 카메라에서는 노이즈 리덕션이 켜진 상태에서 노출시간 만큼의 촬영 공백이 생긴다.
  촬영이 끝나면 촬영한 사진들을 포토샵 등의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에서 불러와서 하나로 합쳐준다. 이때 두 사진을 비교하여 밝은 부분만 반영하는 Lighten 모드를 사용하면 된다. 수백장의 사진을 합쳐야 하기 때문에 수고스럽다면 포토샵의 자동화 기능을 이용하거나, 아래 웹사이트를 방문하여 무료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간편하게 작업할 수 있다.
http://www.startrails.de/html/software.html

  이 방법을 이용하면 광해가 심각한 서울하늘에서도 별들의 궤적을 촬영할 수 있다. 광각렌즈를 이용하여 아름다운 야경과 어우러진 별들의 궤적을 담아 보자.

 
▲ 당산나무. 2004년 안면도. ©권오철
Rollei SL66E + 40mm 렌즈 사용. 가로등 불빛에 나무가 불타오르는 듯이 촬영되었다. 필자의 경우에는 동일한 장소에서 여러 번을 촬영하는데, 가로등이 꺼진 상황에서의 촬영보다 가로등이 켜진 상황이 더 나은 사진이 나왔다. 별사진은 긴 시간 촬영하다 보니 이렇게 우연이나 운도 조금씩 작용한다.

 


(3)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한 다중노출 촬영법
  7월 22일에는 태양이 달에 가려지는 부분일식을 볼 수 있다. 서울에서는 약 79%, 제주로 내려가면 92%나 가려진다. 더 아래로 상해 쪽으로 내려가면 완전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다.
  인터벌 기능이 있는 릴리즈와 태양빛을 감소시켜주는 ND 필터를 이용하면 일식의 진행과정을 촬영할 수 있다. 4~10분 정도의 간격으로 촬영한 뒤 ‘끊어찍기’와 마찬가지로 한 장의 사진으로 합치면 된다. 이때 해가 화각을 벗어나고 나서 배경을 한 장 더 촬영하면 배경과 일식의 과정이 조화를 이룬 사진을 얻을 수 있다.

 
▲ 1997년의 부분일식. 거제도. ©권오철
ND400 필터 2장 겹쳐서 사용.  4분 간격으로 촬영하였다. 이번 일식의 경우 진행시간이 2시간 반 정도로 길기 때문에 주변 배경까지 넣고 촬영하려면 Full Frame 카메라 기준으로 24mm 정도의 광각 렌즈가 필요하다.

 


필름과 디지털
  디지털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는 가시광선 영역만 받아들이게 되어 있어 별들의 다양한 색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어 전문적인 촬영을 위해서는 개조를 하기도 한다.
  반면 밝은 배경에서는 필름 카메라로 긴 시간 노출하면 노출과다가 되므로 촬영이 불가능하지만, 디지털 카메라는 노출과다가 되지 않는 30초 정도의 노출로 ‘끊어찍기’하기에 서울과 같은 도심지에서도 촬영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장단점을 파악하고 자기의 장비에 맞는 촬영법을 선택하여 시도해 보면 된다.

  필자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필름 카메라를 이용한다. 12시간씩도 이어지는 긴 시간 촬영에는 ‘끊어찍기’하는 것이 오히려 번거롭기 때문이다.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가 요즘 중형 필름 카메라보다도 훨씬 비싼 것도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밤새 촬영해야 한두 컷이므로 필름 값은 거의 들지 않는 편이다. 1박 2일 촬영에 보통 3롤의 필름만 가지고 다니는데, 그것도 앞의 한두 컷만 노광된 상태로 현상소에 맡긴다. 요즘은 주로 사용하던 필름들이 모두 단종되어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냉동실에 쌓아둔 필름들이 소진될 즈음에는 어쩔 수 없이 디지털로 전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중요한 것은 필름이냐 디지털이냐가 아니라 독창적이냐 아니냐의 문제다. 습작을 넘어 어떻게 자신만의 사진으로 만들어 갈지의 고민은 스스로의 몫이다. 남과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이 촬영한 똑같은 사진으로는 차별화가 안되는 것은 풍경이건 별이건 마찬가지이다. ‘짝퉁 사진가’는 사진작가로, 예술가로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고, 그런 사진가들이 활동하는 영역은 그 분야 자체가 인정받기 어렵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시대이지만, 그 와중에도 나름의 독창성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진지한 사진가의 의무이다. 발터 벤야민의 예술이론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독창성이 없는 사진은 습작으로만 만족할 일이다. ‘건투를 빈다’.

 

 


1995. 치악산 계곡 사이로 보이는 은하수 ©권오철
10년도 전의 사진이다. Nikon FM2 + 16mm fish-eye 렌즈를 사용했다. 은하수가 드러나게 하기 위해서 별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주는 추적장치를 이용하여 20분간 노출을 주었다. 요즘 성능 좋은 디지털 카메라로는 1분 정도의 노출로도 비슷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은하수가 잘 보이는 곳은 10년도 넘는 세월만큼이나 드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