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하여(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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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이 제일 쉬웠어요
Before : After : http://blog.kwonochul.com/695 “촬영이 제일 쉬웠어요”오늘 글의 제목은 예전에 누가 쓴 책의 패러디다. 다들 촬영하는데 고생 했겠다 생각하는데 사실은 촬영이 제일 쉽다. 산에 올라가서 12시간 카메라 옆에 붙어 있기만 하면 된다. 일몰 일출 전후로 빛이 변하는 서너 시간이 좀 바쁠 뿐이다. 일일이 조정하느라 화장실도 못 간다. 기온이 떨어지는 새벽을 지나 아침이 오면 짐 싸서 내려가면 끝이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 촬영한 것을 후반 작업하는 데에는 촬영하는 것보다 스무 배 이상의 시간이 들어간다. 아래 영상이 1차로 작업이 마무리된 것이다. 영상을 보자. 최종 영상과는 느낌이 좀 다를 것이다. 노출 변화로 플리커 생기는 것은 1차로 보정..
2017.07.18 -
마이클 케냐에 대한 유감
관련 신문기사 => 클릭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마이클 케냐는 거기를 어떻게 알았을까. 한국에 와서 몇 년씩 살면서 구석구석을 훑고 다녔을까? 확실한 것은 마이클 케냐 이전에 이미 사진 좀 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지간히 알려진 곳이었다는 것이고, 마이클 케냐 이전에도 똑같은 사진들이 있었다는 거다. 사람들이 나보고도 물어본다. 나랑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구도로 사진찍는 사람들 많아졌는데 어떠냐고. 그럴 때 나의 대답은 이렇다. "저 별이 내 건가요?" "저 탑이 내 건가요?" 사실 사진 좀 찍는다는 사람들의 가장 잘 찍은 1장만 놓고 평가한다면 대가 소리 듣는 사람과 구별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1장이 아니라 2장, 3장... 더 많은 사진을 보면 확실히 구별되기 시작한다. 풍경사진의 진정성은 오랜 시..
2014.03.02 -
가장 비싼 사진 원고료는...
사진 원고료 가장 많이 주는 곳은 어디일까. 국내 잡지사나 출판사의 사진 원고료는 매우 낮다. 덕분에 우리나라 책은 그렇게 화려하게 꾸미면서도 매우 싸다. 컨텐츠 값이 싸니까 그렇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외국 서적들은 그림이나 사진이 거의 없고, 종이 질도 좋지 않은데 작은 글씨로 여백도 거의 없이 만들어도 상당히 비싼 것을 볼 수 있다. 컨텐츠 값이 워낙 비싸서 그런 것이다. 사진이나 그림 하나 넣으려고 하면 우리나라보다 10배 이상 비싸니까. 해외에서도 사진 값 후하게 주기로 유명한 회사가 있으니, 출판사가 아니라 IT업체이다. 다름아닌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컴퓨터 배경 화면에 한번 들어가면 아주(!) 쏠쏠하다. 올 초에 애플에서 접촉이 있었는데 영어가 후달렸는지 사진이 후달렸는지 결국 집어넣지 ..
2011.11.16 -
마이클 케냐와 권부문의 전시 - 중요한 것은 크기?
경복궁 옆 청와대 올라가는 길에 마이클 케냐(Michael Kenna)와 권부문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둘 다 풍경을 소재로 한 사진인데 여러 면에서 대비된다. 권부문의 사진은 눈 오는 산과 바다를 소재로 하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거대한 크기의 사진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큰 사진은 높이가 약 3m, 폭은 5m가 넘어간다. 국내에서는 이렇게 크게 제작할 수 없어서 인화부터 디아섹 프레임까지 전부 독일에서 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마이클 케냐의 사진은 나무가 있는 풍경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는 인화를 작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8x10 인화지를 쓰는 것으로 아는데, 대개 정사각형 포맷인 그의 사진은 한 변의 길이가 20cm가 채 안 된다. 그렇다 보니 전시장에 가서 보는 것이 사진집으로 보..
2011.02.16 -
책을 읽다 - 사진을 찾아 떠나다. 채승우 저
진지하게 사진을 하는 분이라면 한번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제목은 “사진을 찾아 떠나다”이고 부제를 보면 “사진기자가 유럽에서 풀어가는 사진 이야기”라고 되어 있다. 얼핏 사진기자가 유럽의 사진 문화에 대해서 취재한 것 같은 그런 기행 취재 분위기로 오해할 수도 있어서 그리 좋은 제목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내용은 정말 괜찮았다. 그 바쁜 사진기자가 언제 그렇게 많이 공부를 했을까 싶을 정도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유럽에서 돌아다닌 이야기들을 부제로 만들어 버리면서 주제로서 버무려져 있다. 그리고 사진기자가 사진만 잘 찍는 게 아니라 글도 너무 잘 쓴 것이다! 현대 사진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사진의 발명에서부터 현대 사진으로 이어지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너무 쉽게 쓰이지는 않았다...
2010.10.03 -
거기까지 가는 게 실력입니다
"거기까지 가는 게 실력입니다." 의 저자 유호종씨가 한 이야기다. 나름 찍기 어렵다는 천체사진 쪽에서도 99% 공감하는 내용이다. 나도 천문지도사 3급 연수 때 강의하면서 삼각대 펼칠 때까지가 95%라고 이야기한다. 필름을 사용할 때에는 밤이라는 빛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의 노출 결정이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고, 그 결과는 현상을 할 때까지 확인할 수 없었다. 그만큼 어려운 것이 천체사진이었다. 그러나 찍고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좋은 사진을 만들기 위한 요소들 중 촬영 기술이 차지하는 비율은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더 좋은 카메라와 더 좋은 렌즈, 그리고 더 좋은 환경이 좋은 사진을 만들어준다. 별이 잘 담기려면 별이 잘 보이는 곳으로 가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결국 더 어려워졌..
2010.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