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카메라 Rollei SL66E & SL66X - One of Thousand

2009. 5. 3. 22:35Rollei SL66과 중형카메라

- 2006.10.23. www.slrclub.com 에 등록한 글

얼마전 스튜디오 사진계의 지존이던 마미야(Mamiya)가 카메라 사업을 접는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디지털이 위력을 발하는 시대, 동네 사진관에서부터 상업 스튜디오들도 이미 중대형 카메라들을 버리고 디지털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보니 더이상 버틸 수 없었나 봅니다.

사진관의 중고 기자재들 파는 곳에는 더이상 쌓을 곳이 없을 정도로 망한 사진관들의 유품(?)들이 넘쳐나고 중형카메라는 똑딱이 디카보다도 못한 가격에 중고로 팔리고 있습니다. (요새는 아직 가격이 덜 떨어진 중국으로 수출한다는 소문이...)

마미야, 미놀타, 콘탁스... 앞으로도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회사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입니다. 핫셀브라드도 이마콘을 합병해서 디지털 시대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필름 카메라를 쓴다는 것은 특수사진 분야에나 어울리는 것이 아닐런지?
맞습니다. 저는 특수사진을 찍습니다. 별이 들어간 야경만 찍습니다...
필름 사진이라는 다소 고전적인 테마에서 사용하는 카메라 이야기입니다.






Rollei SL66
Carl Zeiss Planar 80mm HFT F/2.8 lens
약 1시간 노출.

1997. 경남 거제도 홍포 촬영.
바다 멀리 대마도가 보인다.
바다의 궤적은 어선들이 지나간 흔적.




* * * History * * *

Rollei SL66E는 1982~1992년까지 1500대가, SL66X는 1986~1992년까지 단 500대만이 생산된 카메라입니다. 평균적으로 1천대 가량이 생산되었기 때문에 부제에서 one of thousand라고 쓴 것입니다. 생산된 지 20년 정도가 흘렀기 때문에 지금 남아있는 모델은 생산된 것보다도 적을 것입니다.

카메라

생산 년도

생산 대수

SL66

1966~1986

28900 대 생산

SL66E

1982~1992

1500 대 생산

SL66X

1986~1992

500 대 생산

SL66SE

1986~1992

3500 대 생산


Rollei사가 금딱지 붙은 기념모델을 양산(?)하는 회사이기는 하나 이 카메라는 기념모델로서 제작된 것이 아닙니다. 실사용기로 이렇게 소수가 제작된 것은 유래가 드문 일입니다. 숫자가 적다보니 같은 Carl Zeiss 렌즈를 쓰는 66판의 양대산맥인 핫셀브라드에 비해 덜 알려져 있고, 그렇다보니 약간의 희소성(신비함?)이 더해진 감이 없지 않습니다.


사실 금딱지 모델들은 불쌍합니다. 값만 비싸고 대부분의 카메라들이 아마도 필름 한통 소화못해보고 찬장에 박제된채 썩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저같은 사람에게 들어온다면 열심히 잘 써줄텐데 말이죠. 사실 금딱지 붙은 카메라 보다 브레송이 쓰던 카메라, 아담스가 쓰던 카메라... 이런 것이 더 기념모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카메라로 만들어주기 위해서 열심히 써줘야 할텐데 말이죠.




Rollei SL66E와 SL66X


요즘 필름 카메라 X값 된 기념으로 한대 더 추가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더 X값 될 것 같습니다. X값도 만만치 않습니다만... 원래 식구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장시간 촬영하는 천체사진이다보니 브라케팅하려면 그 수만큼 카메라가 있어야 합니다.







* * * 카메라를 살펴보자 * * *

우선 렌즈셔터가 아니라 포컬플레인 셔터라는 것이 핫셀브라드 500시리즈와 비교시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렌즈가 상당히 간단하게 생겼습니다. 펜탁스67에 어댑터에 연결하여 사용하기도 합니다. 촛점조절 링은 없고 조리개링 하나 달랑입니다.




정면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뽀대가 만만찮습니다만 기계식 카메라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오른쪽 끝에 보이는 둥그런 넘을 돌려서 촛점맞추고,
렌즈에 달린 조리개 링으로 조리개 설정하고,
왼쪽 끝에 보이는 (숫자가 보이죠) 셔터속도 조절 다이얼에서 셔터속도 맞추고,
왼쪽 아래 보이는 셔터 누르면 됩니다.

전자식 카메라들은 편리하게 만든답시고 오히려 버튼만 많아져서 골치 아픕니다. ^^
사진은 촛점 잘 맞추고 빛의 양(조리개/셔터)만 잘 맞추면 됩니다.






왼쪽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사진은 예전에 찍어둔 SL66SE입니다.

촛점조절하는 다이얼이 있고, 위쪽에 Spot / Int 적힌 것은 노출측정 모드를 스팟으로 할것인지 중앙중점 평균측정방식으로 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입니다. (SL66SE에만 있는 기능입니다.) 노출계 때문에 플래시 핫슈 뒤에 작은 배터리가 하나 들어갑니다.





오른쪽입니다. 셔터속도 셋팅 다이얼이 있고, 다이얼에는 셔터 감는 레버도 보입니다.
뒤쪽 필름 매거진에는 필름 감도를 셋팅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중형카메라인 만큼 필름 매거진을 교환해가며 촬영할 수 있습니다.





촛점은 벨로우즈가 늘어나면서 맞추게 됩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최단 촛점거리가 매우 짧아진다는 것입니다. 같은 80mm 표준렌즈에서 핫셀블라드의 최단 촛점거리는 0.95m 인데 반해, 초접사가 가능합니다.
심지어 렌즈를 뒤로 돌려 꽂을 수도 있는데 이경우 1:1을 넘어 1.6배의 초접사가 가능합니다.





롤라이 SL66은 여기에 더해 틸트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래위로 8도 정도 움직입니다. 역시 접사에서 촛점면을 맞출때 유용한 기능입니다.

재주가 많은 것은 장점이고 그만큼 무거워지고 고장이 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단점입니다.





SL66E는 중형카메라로서는 드물게 노출시스템을 내장하고 있습니다. 미러 뒤에 노출 측정하는 부분이 붙어있고, 파인더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가운데 녹색불이 들어오면 적정노출이고 좌우로 반스텝/한스텝 노출이 벗어날때 점등하는 노란색 붉은색 LED가 있습니다.

SL66E는 중앙중점 평균 측정방식의 노출계를 내장하고 있고, 3500대가 생산된 SL66SE는 스팟측광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SL66X는 생긴 것은 SL66E와 같지만 노출계가 없습니다. 대신 파인더에 가려지는 부분이 없어 조금 시원합니다.






제가 쓰는 SL66E에는 가죽 케이스를 입혀놓았습니다. 귀한 몸(?)이라 잘 보호해야 합니다. ^^



기능에 대해서 간단하게 요약하면 SL66 카메라는 핫셀브라드와 같이 66 포맷이면서 Carl Zeiss 렌즈를 사용하며, 접사 등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재주많은 카메라이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더 자세한 것은 제 홈페이지의 관련 글 모음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www.astrokorea.com/kwon572/mycamera/sl66.htm







2002.10.13.
충남 태안 학암포
Rollei SL66E
Carl Zeiss Distagon HFT 50mm F/4





* * * 사족. 왜 필름인가 ? * * *


디지털이 필름에 비해 우월한 점은 그 편리함과 초기투자로 필름값이라는 유지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포토샵 작업이 암실작업보다 편하다는 것도 많은 분들이 동의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필름이 디지털에 비해 우월한 점은?
필자가 생각하기로는...

1. 계조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raw image data와 라이트 박스 위에서 보는 슬라이드 필름을 비교해보면 명부와 암부에서의 미묘한 디테일까지 남아있는 것은 아직까지는 디지털이 필름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어차피 최종 인쇄물로 표현될 때에는 그 격차가 거의 없어지기 때문에 이제 큰 메리트는 아닌 것 같습니다.

2. 해상도

이미 135 포맷에서는 그 장점을 거의 상실했다고 하지만, 중대형에서는 아직까지 필름이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24x36mm의 135 필름을 4000 dpi로 스캔하면 2천만화소이고, 67판 필름을 4000 dpi로 스캔하면 8천만 화소입니다.

물론 필름의 입자 등의 문제가 있어서 디지털 사진 이미지와의 비교는 무리가 있습니다만, 디지털의 0과 1의 칼같이 나뉘어지는 느낌과는 다른, 경계선에서 입자들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부드러운 (카메라 렌즈 메이커마다 조금씩 특징이 다른) 아나로그적인 느낌은 확실히 다른 어떤 맛이 있습니다. 물론 그 차이는 매우 미묘하고 상당히 주관적인 영역이 될수도 있습니다.

3. out focus & shift/tilt

비슷한 가격대에는 필름면이 CCD면적보다는 넓지요. 135 포맷이 아닌 중대형 포맷으로 가면 촬상면의 면적 크기를 CCD가 따라올 수 없습니다. 촬상면이 크다는 것은 out focus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아직까지 대형카메라에서의 shift/tilt를 원활하게 디지털에서 구현할 수 있는 CCD 장비류가 나온 것 같지도 않고 나온다 하더라도 가격대는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 이 글이 주로 135보다는 중대형에 촛점을 맞추어 작성된 글임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필자의 경우 이미 135 포맷에서는 필름보다 디지털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고 있기에 고급 D-SLR과 135 포맷 SLR을 비교하는 것보다는 D-SLR과 중대형 필름 카메라를 비교해야될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 글 보고 중형의 뽐뿌를 느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솔직히 지금 시점에서 필름 카메라는 중대형이라 하더라도 메리트가 없습니다. 지금 X값되어버린 가격이 매력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제 시작일 뿐,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봅니다. 지름신 물럿거라 훠이~~~




이제까지 작성된 글 보기.

나름대로 열심히 쓰는데 추천수는 신통찮은 편입니다. 요즘은 카메라 사진이나 자세하게 구구절절 설명보다도 이쁜 여자들 사진들로 도배를 해야 반응이 좋던데 초상권 문제도 있고 해서 아쉬워요... ^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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