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포토넷 2010년 1월호 - 천체사진가 권오철, 옐로우나이프의 오로라를 만나다

2010. 1. 1. 23:16별, 그리고 사진 - 국외/오로라 - Yellowknife, Canada

월간 포토넷 2010년 1월호에 기사가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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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로라(Aurora)란?

학교 다닐 적에 막대자석에 철가루를 뿌려 무늬가 나타나는 실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철가루가 만드는 무늬가 바로 자기력선이다. 지구도 거대한 자석으로 이런 자기력선을 만드는데, 태양에서 방출된 전기를 띈 입자들이 지구의 자기장에 잡혀 이끌려 내려오면서 지구 대기와 반응하여 빛을 낸다. 대기 중의 어떤 성분과 반응하느냐에 따라 초록색부터 붉은색, 보라색 등 다양한 색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오로라다. 지구의 막대자석 끝에 해당하는 북극과 남극 일대에서 볼 수 있다.

지구의 자전축(흔히 말하는 남극/북극)과 지구 자기의 극은 일치하지 않는다. 그 위치가 해마다 조금씩 이동하고 있는데 현재는 캐나다 북부 지역에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자기력선이 형성되는 반경 20~25도 지역이 오로라가 가장 잘 보이는 오로라대(Aurora oval)이다.

우주에서 내려다본 오로라 - 오로라대를 따라 오로라가 펼쳐져 있다. ⓒNASA



● 캐나다, 옐로나이프(Yellowknife)

오로라대(Aurora oval)는 극지방의 황량하기 그지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예외는 있으니 캐나다(CANADA)의 옐로나이프(Yellowknife)는 정확하게 오로라대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기후 조건이 좋고, 공항이 있는 도시라서 접근이 용이하다. 처음 서양 탐험가에게 발견되었을 때 이곳 인디언들이 구리 성분이 많아 노란색을 띄는 칼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서 옐로나이프(노란 칼)라는 지명이 붙었다고 한다. 지금은 구리 광산보다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더 유명하고, 세계 최고의 오로라 관측지로 더 유명하다.

북미지역 오로라대 - 옐로나이프를 지나간다


떠나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옐로나이프 시내 - 눈 쌓인 벌판 위에 마을 불빛이 빛난다. 언제 다시 갈 수 있을까.



도착해서 거리의 온도계를 보니 영하 19도인데, 한파가 몰아쳐서 맑은 날씨가 예상된다고 한다. 여기서 얼마나 더 추워진단 말인가. 아무튼 운이 좋다. 한국에서도 '올 겨울 최대 한파'라는 예보가 나오면 별 사진가들은 '연장'을 챙기고 '작업'하러 나갈 준비를 한다. 추울수록 맑고 투명한 밤하늘에서 초롱초롱 빛나는 별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예보대로 밤에는 영하 28도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한국의 겨울에 비해 그다지 특별한 추위는 아니었다. 살을 에는 바람이 없고, 오로라 빌리지에서 제공하는 두툼한 방한복과 방한화, 두건, 장갑으로 무장한 덕분이다. 춥다 싶으면 난로가 지펴진 타피(전통 인디언식 천막)에 들어갈 수 있고, 따끈한 야식도 무료로 제공된다. 심지어 전기로 작동되는 보온 의자가 있어 여기에 온 몸을 파묻고 따끈하게 밤하늘을 바라볼 수도 있다.

하지만 옷이 얼어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고, 폐로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로 기도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느낄 수 있는 추위 속에서 몇 시간씩 촬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추위를 녹이고도 남을 뜨거운 열정, 그게 있어야 한다. (밤하늘에 펼쳐진 오로라를 보면 없던 열정도 생긴다.)


● 오로라 촬영 장비

오로라 촬영에는 DSLR과 밝은 렌즈, 그리고 장시간 촬영에 필요한 삼각대와 릴리즈가 있으면 된다. 천체사진에 적합한 카메라를 고르려면 동영상 기능을 지원하는 DSLR이면 된다. 동영상이 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장시간 촬영에도 발열이나 노이즈가 억제되어 있다는 뜻이고, 라이브뷰(Live View) 기능이 있어 초점 맞추기도 쉽다.

어두운 밤하늘을 촬영하다 보니 기왕이면 고감도에서 노이즈가 적을수록 유리하다. 천체사진 쪽에서는 Canon의 DSLR들이 독주하고 있다. 참고로 2009 세계 천문의 해를 맞아서 한국에서도 순회 전시한 The World At Night의 세계 유명 천체사진가 29명 모두가 Canon의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니콘이 초고감도 저노이즈 기능으로 캐논에 도전장을 내밀어 앞으로의 경쟁을 흥미롭게 하고 있다.


(필자가 챙겨간 장비들 - Canon 5D markII, 24mm f/1.4 II, 16-35 f/2.8 II, 15mm fish-eye lens 등이 보인다. 이 많은 장비들이 코오롱 포토그랑데 배낭에 다 들어가고도 남아서 옷가지들과 인터넷 전화까지 더 챙겨 넣으니 해외 원정 출사 임에도 배낭 하나와 삼각대 가방으로 끝이었다.)

 


● 오로라 촬영의 실제

오로라 촬영방법은 일반적인 천체사진 촬영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망원경이 필요할 것이라고 많이들 생각하는데, 고정 촬영에서는 오히려 광각렌즈가 좋다. 오로라는 엄청나게 크다. 밤하늘을 끝에서 끝까지 가로지른다.

우선 라이브뷰에서 최대 확대한 뒤 초점을 정확하게 맞춘다. 한 장을 시험 촬영하고 최대로 확대해서 정확하게 초점이 맞았는지 확인하고 촬영에 들어가도록 한다. 조리개는 최대 개방에서 한 스톱 정도 조여서 가장자리의 화질저하를 줄여준다. 감도는 노이즈를 허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높인다.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취향에 따라 봐줄만하다고 생각하는 수준까지 감도를 최대한 높인다.

노출시간은 오로라의 디테일이 뭉개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시간을 준다. 오로라는 매우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시간을 오래 주면 흐르듯 나타나서 세부가 덮여버린다. 한국에서 운해 흐르는 것 촬영할 때와 마찬가지다.

사실 여기까지의 설명은 전형적인 촬영방법이다. 원정대 출발 전의 간단한 촬영법 강좌에서도 한 이야기지만, 전형적인 사진으로는 절대 현지에 사는 사람들보다 나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기본을 숙지하되 자신의 느낌대로 촬영하면 된다. 보고 느낀 것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촬영법이라도 좋다.

오로라의 움직여간 느낌을 위해 노출시간을 길게 촬영할 수도 있다. 이 때 별도 그만큼 흘러간 궤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연사 모드로 놓고 릴리즈를 홀드시켜 여러 장을 연속으로 촬영하여 이어붙이면 오로라 영상을 만들 수도 있다. 오로라의 역동적인 느낌을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느낌을 충분히 표현하는 것, 그것이 당신의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