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오로라를 보러 떠나다
2010. 2. 8. 09:02ㆍ별, 그리고 사진 - 국외/오로라 - Yellowknife, Canada
죽기 전에 보아야 할 세 가지 천문 현상으로 별보는 사람들이 꼽는 것이 개기일식, 대 유성우, 그리고 오로라이다. 어릴 적 만화에 나오던 오로라 공주의 이미지처럼, 극지방의 차가운 밤하늘을 빛으로 물들이는 오로라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대상이다. 그 동네 원주민들은 오로라를 '신들의 영혼'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 오로라(Aurora)란?
학교 다닐 적에 막대자석에 철가루를 뿌려 무늬가 나타나는 실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철가루가 만드는 무늬가 바로 자기력선이다. 지구도 거대한 자석으로 이런 자기력선을 만드는데, 태양에서 방출된 전기를 띈 입자들이 지구의 자기장에 잡혀 이끌려 내려오면서 지구 대기와 반응하여 빛을 낸다. 대기 중의 어떤 성분과 반응하느냐에 따라 초록색부터 붉은색, 보라색 등 다양한 색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오로라다. 지구의 막대자석 끝에 해당하는 북극과 남극 일대에서 볼 수 있다.
● 오로라, 어디서 잘 보일까.
지구의 자전축(흔히 말하는 남극/북극)과 지구 자기의 극은 일치하지 않는다. 그 위치가 해마다 조금씩 이동하고 있는데 현재는 캐나다 북부 지역에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자기력선이 형성되는 반경 20~25도 지역이 오로라가 가장 잘 보이는 오로라대(Aurora oval)이다.
우주에서 내려다본 오로라이다. 오로라대를 따라 오로라가 펼쳐져 있다. 옆에서 본다면 지구가 형광빛 왕관을 쓴 모습일 것이다.
오로라대(Aurora oval)는 극지방의 황량하기 그지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예외는 있으니 캐나다(CANADA)의 옐로우나이프(Yellowknife)는 정확하게 오로라대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기후 조건이 좋고, 공항이 있는 도시라서 접근이 용이하다. 처음 서양 탐험가에게 발견되었을 때 이곳 인디언들이 구리 성분이 많아 노란색을 띄는 칼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서 옐로우나이프(노란 칼)라는 지명이 붙었다고 한다. 지금은 구리 광산보다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더 유명하고, 세계 최고의 오로라 관측지로 더 유명하다.
● 그럼 캐나다로 출발.
캐나다를 가는데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한국의 열악한 노동환경, 휴가 문화다. 전 국민의 절반이 떠난다는 7월말~8월초가 아니면 대한민국 직장인이 일주일가까이 휴가 내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5주씩의 휴가를 가는 서구 사람들은 이 먼 곳까지 와서 며칠짜리 코스 찍고 가는 한국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 일행이 타고 간 비행기. 저녁 6시에 인천 공항을 출발했는데, 그날 오전 11시에 밴쿠버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아니라 타임머신인가. 태평양을 건너며 날짜변경선을 지나기 때문에 이렇게 시간을 거슬러 여행하게 된다.
2009년 12월 초의 밴쿠버는 올해 2월의 동계 올림픽 준비로 부산했다. 동양계가 참으로 많은 도시, 특히 택시기사는 절반 이상 터번을 두른 인도 출신이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때 많은 홍콩인들이 이민간 곳이 바로 밴쿠버라고 한다.
캐나다에서 사실 오로라보다 더 큰 충격을 준 것은 사람들이다. 어쩌면 그리도 친절한지. 삼성 서비스맨 아저씨의 훈련받은 웃음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친절함이 느껴진다. 스스로 행복한 사람만이 줄 수 있는 편안함과 친절함이다. 스트레스에 찌들어 사는 우리네 모습, 며칠 뒤면 귀국해서 살아가야 할 나의 모습이 겹쳐지며 약간 우울해진다.
● 드디어 옐로우나이프
옐로우나이프 공항 풍경. 실제로 북극곰은 더 북쪽 지역에서 활동한다고 한다. 북극곰은 흰색의 순진한 이미지와는 달리 엄청난 맹수여서 만나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고 한다.
밴쿠버에서의 짧지만 긴 하루를 보내고 드디어 옐로우나이프로 출발. 땅덩이가 커서 국내선 비행기로 3시간 정도 가야하고, 시차도 1시간 발생한다. 북극이 가까운 곳이다. 옐로우나이프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위도에 위치한 맥도널드와 KFC가 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옐로우나이프 시내. 옐로우나이프는 거대한 호숫가에 자리 잡은 작은 도시이다. 겨울에는 설상차로 다닐 수 있지만 여름에 물이 녹으면 수상 비행기로 가야 하는 곳도 있다.
옐로우나이프의 해는 늦잠꾸러기이다. 오전 10시쯤이 되어서야 얼굴을 내민 태양은 하늘 위로 고도를 높이는 대신 지평선 위를 스치듯 지나가 오후 세시쯤이면 벌써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그 뒤로는 길고 긴 겨울밤이다. 반대로 여름에는 밤에도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는 백야 현상이 나타난다.
● 첫날, 낮 온도 영하 19도, 밤 온도 영하 28도
겨울에는 낮에도 영하 20도 정도이고, 밤에는 영하 30도 아래로도 떨어지는 날씨지만 살을 에는 바람이 없기 때문에 체감온도는 대한민국의 겨울 한파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오로라 관광객에게는 두툼한 방한복, 방한화, 두건, 장갑 등이 제공된다. 오로라 관측지에서는 북아메리카 인디언의 전통 천막인 타피에 들어가 몸을 녹일 수도 있고, 따끈한 야식이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옷이 얼어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고, 폐로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로 기도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느낄 수 있는 추위 속에서 몇 시간씩 촬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추위를 녹이고도 남을 뜨거운 열정, 그게 있어야 한다. (밤하늘에 펼쳐진 오로라를 보면 없던 열정도 생긴다.)
엽기 실험 1. 휴전선에서 근무했던 군출신들은 추운 겨울날 오줌을 누면 그대로 얼음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일까?
-> 아니다. 영하 30도에서 실험해본 결과 오히려 눈이 더운 오줌에 녹아 내렸다. 하지만 곧 누런 자국과 함께 얼어붙었다. 지표면 위로 솟아오르는 오줌 고드름은 생기지 않는다.
엽기 실험 2. 오로라를 보면서 비누 방울 놀이.
-> 비누 방울은 만들어지는 즉시 얼어버린다. 비누 방울 거품이 아니라 비누 방울 구슬인 것이다.
● 밤하늘에 펼쳐진 오로라
오로라는 전 하늘을 가로지르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거대한 커튼 자락 아래 있는 것과 같다. 커튼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과 같이 오로라도 그 모습이 시시각각 변해간다. 없어졌다가도 나타나고, 갑자기 밝아지며 타오르듯 흔들거린다.
오로라 자체만 보기에는 달이 없는 날이 좋다. 보름달이 뜨면 별빛도 희미해지듯이, 오로라도 그 밝기가 달빛에 묻혀 버린다. 하지만 달빛이 있으면 주변 풍경이 같이 나타나는 장점도 있다.
밤하늘의 오로라는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아래 사진들은 22초 간격으로 촬영된 것이다.
촬영한 사진을 이어 붙여 영상으로 만들어 보았다. 약 4시간 정도 촬영한 것이다. 480p로 설정하면 고화질로 볼 수 있다.
- written by 권오철.
● 오로라(Aurora)란?
학교 다닐 적에 막대자석에 철가루를 뿌려 무늬가 나타나는 실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철가루가 만드는 무늬가 바로 자기력선이다. 지구도 거대한 자석으로 이런 자기력선을 만드는데, 태양에서 방출된 전기를 띈 입자들이 지구의 자기장에 잡혀 이끌려 내려오면서 지구 대기와 반응하여 빛을 낸다. 대기 중의 어떤 성분과 반응하느냐에 따라 초록색부터 붉은색, 보라색 등 다양한 색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오로라다. 지구의 막대자석 끝에 해당하는 북극과 남극 일대에서 볼 수 있다.
● 오로라, 어디서 잘 보일까.
지구의 자전축(흔히 말하는 남극/북극)과 지구 자기의 극은 일치하지 않는다. 그 위치가 해마다 조금씩 이동하고 있는데 현재는 캐나다 북부 지역에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자기력선이 형성되는 반경 20~25도 지역이 오로라가 가장 잘 보이는 오로라대(Aurora oval)이다.
ⓒNASA
우주에서 내려다본 오로라이다. 오로라대를 따라 오로라가 펼쳐져 있다. 옆에서 본다면 지구가 형광빛 왕관을 쓴 모습일 것이다.
오로라대(Aurora oval)는 극지방의 황량하기 그지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예외는 있으니 캐나다(CANADA)의 옐로우나이프(Yellowknife)는 정확하게 오로라대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기후 조건이 좋고, 공항이 있는 도시라서 접근이 용이하다. 처음 서양 탐험가에게 발견되었을 때 이곳 인디언들이 구리 성분이 많아 노란색을 띄는 칼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서 옐로우나이프(노란 칼)라는 지명이 붙었다고 한다. 지금은 구리 광산보다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더 유명하고, 세계 최고의 오로라 관측지로 더 유명하다.
옐로우나이프를 정확하게 지나가는 오로라대
● 그럼 캐나다로 출발.
캐나다를 가는데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한국의 열악한 노동환경, 휴가 문화다. 전 국민의 절반이 떠난다는 7월말~8월초가 아니면 대한민국 직장인이 일주일가까이 휴가 내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5주씩의 휴가를 가는 서구 사람들은 이 먼 곳까지 와서 며칠짜리 코스 찍고 가는 한국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 일행이 타고 간 비행기. 저녁 6시에 인천 공항을 출발했는데, 그날 오전 11시에 밴쿠버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아니라 타임머신인가. 태평양을 건너며 날짜변경선을 지나기 때문에 이렇게 시간을 거슬러 여행하게 된다.
2009년 12월 초의 밴쿠버는 올해 2월의 동계 올림픽 준비로 부산했다. 동양계가 참으로 많은 도시, 특히 택시기사는 절반 이상 터번을 두른 인도 출신이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때 많은 홍콩인들이 이민간 곳이 바로 밴쿠버라고 한다.
캐나다에서 사실 오로라보다 더 큰 충격을 준 것은 사람들이다. 어쩌면 그리도 친절한지. 삼성 서비스맨 아저씨의 훈련받은 웃음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친절함이 느껴진다. 스스로 행복한 사람만이 줄 수 있는 편안함과 친절함이다. 스트레스에 찌들어 사는 우리네 모습, 며칠 뒤면 귀국해서 살아가야 할 나의 모습이 겹쳐지며 약간 우울해진다.
● 드디어 옐로우나이프
옐로우나이프 공항 풍경. 실제로 북극곰은 더 북쪽 지역에서 활동한다고 한다. 북극곰은 흰색의 순진한 이미지와는 달리 엄청난 맹수여서 만나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고 한다.
밴쿠버에서의 짧지만 긴 하루를 보내고 드디어 옐로우나이프로 출발. 땅덩이가 커서 국내선 비행기로 3시간 정도 가야하고, 시차도 1시간 발생한다. 북극이 가까운 곳이다. 옐로우나이프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위도에 위치한 맥도널드와 KFC가 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옐로우나이프 시내. 옐로우나이프는 거대한 호숫가에 자리 잡은 작은 도시이다. 겨울에는 설상차로 다닐 수 있지만 여름에 물이 녹으면 수상 비행기로 가야 하는 곳도 있다.
ⓒ김주원 http://blog.naver.com/joowon77
끝도 없이 펼쳐진 넓은 눈밭 앞에서는 마음까지 시원하다.
한낮의 태양. ⓒ김주원 http://blog.naver.com/joowon77
옐로우나이프의 해는 늦잠꾸러기이다. 오전 10시쯤이 되어서야 얼굴을 내민 태양은 하늘 위로 고도를 높이는 대신 지평선 위를 스치듯 지나가 오후 세시쯤이면 벌써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그 뒤로는 길고 긴 겨울밤이다. 반대로 여름에는 밤에도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는 백야 현상이 나타난다.
● 첫날, 낮 온도 영하 19도, 밤 온도 영하 28도
겨울에는 낮에도 영하 20도 정도이고, 밤에는 영하 30도 아래로도 떨어지는 날씨지만 살을 에는 바람이 없기 때문에 체감온도는 대한민국의 겨울 한파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오로라 관광객에게는 두툼한 방한복, 방한화, 두건, 장갑 등이 제공된다. 오로라 관측지에서는 북아메리카 인디언의 전통 천막인 타피에 들어가 몸을 녹일 수도 있고, 따끈한 야식이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옷이 얼어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고, 폐로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로 기도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느낄 수 있는 추위 속에서 몇 시간씩 촬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추위를 녹이고도 남을 뜨거운 열정, 그게 있어야 한다. (밤하늘에 펼쳐진 오로라를 보면 없던 열정도 생긴다.)
헤드렌턴을 쓰고. ⓒ김주원 http://blog.naver.com/joowon77
엽기 실험 1. 휴전선에서 근무했던 군출신들은 추운 겨울날 오줌을 누면 그대로 얼음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일까?
-> 아니다. 영하 30도에서 실험해본 결과 오히려 눈이 더운 오줌에 녹아 내렸다. 하지만 곧 누런 자국과 함께 얼어붙었다. 지표면 위로 솟아오르는 오줌 고드름은 생기지 않는다.
엽기 실험 2. 오로라를 보면서 비누 방울 놀이.
-> 비누 방울은 만들어지는 즉시 얼어버린다. 비누 방울 거품이 아니라 비누 방울 구슬인 것이다.
ⓒ문승주 http://ninja.vo.to/
● 밤하늘에 펼쳐진 오로라
오로라는 전 하늘을 가로지르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거대한 커튼 자락 아래 있는 것과 같다. 커튼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과 같이 오로라도 그 모습이 시시각각 변해간다. 없어졌다가도 나타나고, 갑자기 밝아지며 타오르듯 흔들거린다.
오로라 자체만 보기에는 달이 없는 날이 좋다. 보름달이 뜨면 별빛도 희미해지듯이, 오로라도 그 밝기가 달빛에 묻혀 버린다. 하지만 달빛이 있으면 주변 풍경이 같이 나타나는 장점도 있다.
밤하늘의 오로라는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아래 사진들은 22초 간격으로 촬영된 것이다.
촬영한 사진을 이어 붙여 영상으로 만들어 보았다. 약 4시간 정도 촬영한 것이다. 480p로 설정하면 고화질로 볼 수 있다.
- written by 권오철.
ⓒ김주원 http://blog.naver.com/joowon77
'별, 그리고 사진 - 국외 > 오로라 - Yellowknife, Canad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캐나다 옐로나이프의 오로라 (4) | 2011.01.07 |
---|---|
오로라의 신비 time-lapse 영상 (4) | 2010.12.27 |
캐나다 옐로나이프의 오로라 - 과학동아 2010.2월호 (4) | 2010.02.01 |
월간 포토넷 2010년 1월호 - 천체사진가 권오철, 옐로우나이프의 오로라를 만나다 (4) | 2010.01.01 |
달빛 아래 오로라가 뜨던 날 (0) | 2009.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