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붙이의 의자이야기

2014. 3. 17. 00:28살다보면

어느 광고에서인가 인생의 1/3을 침대에서 보낸다고 그랬던 것 같은데, 제 경우에는 2/3를 의자에서 보내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렇게 보냈고, 사진가가 된 지금도 후반작업 때문에 하루 촬영분을 작업하기 위해 일주일을 의자에 앉아서 보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더 편한 의자를 찾기 위해 먼 여정을 걸어왔네요. 어디 한 번 볼까요.



하이팩 의자



그냥 앉기만 하던 의자에서 허리 건강이라는 컨셉을 처음 들고 나온 혁신적인 의자 하이팩. 지금 생각해도 미니멀한 디자인이 명품입니다.




듀오백 의자



하이팩이 히트친 다음 허리를 각각 지지한다고 나온 듀오백 의자. 사실 등판은 별 의미 없는 것이었지만, 독일에서 만든 의자 아래의 세심한 조절장치들이 일종의 충격이었습니다. 높이만 조절하는 게 아니라 이것저것 조절 레버가 서너 개씩 달려있던. 지금도 워낙 많이 팔리고 있다보니 부품 구하기가 쉬워 AS는 아주 좋습니다. 그 뒤에 나온 등판 세 개, 네 개 뭐 이런 짝퉁들은 쓸데없죠.




리보 바란스 체어



사실 침대보다 의자가 정말 과학이지요. 요즘은 국내에도 의자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백만 원 넘어가는 의자들을 직원들에게 사주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의자의 조건을 몇 가지 들자면, 오래 앉아 있어도 허리에 무리가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장에도 무리가 없어야 하고요. 허리는 서 있을 때보다 앉아 있을 때 두 배 이상의 하중이 걸린다고 합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는 것이 좋은데, 일반 의자들에 앉으면 앞으로 구부러지고 목은 거북목이 되기 쉽습니다. 듀오백 같은 의자보다는 차라리 일반 식탁의자 위에서 가부좌 틀고 앉는 게 허리 건강 측면에서는 더 낫습니다. 아니면 여행용 가방 묶는 것 등으로 무릎 쪽을 묶어서 다리가 벌어지지 않게 하면 허리에 힘이 들어가서 꼿꼿이 섭니다. 일반 의자에서 건강 자세 세 번째는 의자 끝에 엉덩이만 걸치고 앉는 것입니다. 


허리와 허벅지의 각도가 90도 미만이 되면, 좁으면 좁을수록 장에 스트레스가 가해집니다. 변비나 소화불량. 의자붙이들의 숙명이지요.


이런 허리 세움과 허리와 허벅지의 각도를 90도 이상 벌리는 것이 건강 의자의 기본입니다. 이렇게 만든 의자가 바로 노르웨이 리보 사의 바란스 체어입니다. 국내에서는 팔방물산에서 수입하고, 짝퉁들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무척 비싼데, 팔방물산에서 많이 남겨서 그런 게 아니라 원래 비쌉니다. 북유럽, 특히 노르웨이 물가 장난 아닙니다. 거기 가구 정말 비싸요. 하지만 대를 물려 쓸 수 있습니다.


리보 바란스 체어는 허리와 허벅지의 각도를 90도 이상으로 벌리기 위해 좌판이 앞쪽으로 경사지게 되어 있고, 이 하중을 무릎이 받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 허리와 장이 받을 하중을 무릎이 나누어 받는 형국입니다. 




무릎 대신 배로 기대는 의자도 있습니다. 역시 노르웨이의 HÅG 사에서 나오는 의자입니다. 앞으로도 앉을 수 있고, 뒤로도 앉을 수 있습니다. 좌판도 십자 모양으로 생겼고, 등판(배판?)도 십자 모양으로 생겼습니다. 의자 크기는 아주 작은데 가격은 상당하죠. 북유럽 가구들이 원래 다 그렇지만.


이 방식을 채용한 의자가 국내에서도 나오지요. 척주 전문 병원인 우리들 병원에서 만드는 우리들체어입니다. 그런데 이건 앞으로 기대기만 하는데, 이 때 허벅지와의 각도가 90도 미만이 되어 장에 스트레스가 가게 됩니다.







말안장 의자



리보 바란스 체어는 결국 허리가 받을 하중을 무릎이 나누어 받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래 쓰다보니 무릎이 문제가 되더군요. 그래서 또 다른 의자를 찾아낸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단순할수록 아름답다. 


승마 자세에서는 자동으로 허리가 펴지고, 허리와 허벅지의 각도도 90도 이상입니다. 이 자세로 앉을 수 있는 의자가 Salli Saddle chair입니다. 국내에서는 의사들이 주로 씁니다. 수술실 의자로 불리는 의자입니다. 바란스 체어처럼 무릎을 대거나, HAG사 제품처럼 배를 기대지 않고 작은 좌판만으로도 자세가 잡히는 물건입니다.


다 좋은데 문제는 기마자세로 앉다 보니 엉덩이 높이가 일반 의자보다 훨씬 높아서 그에 맞추어 책상도 높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전동으로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책상을 셋트로 사는 것을 추천합니다.


오른쪽 자세가 편안한 자세의 모범이라고 보면 됩니다. 허리가 꼿꼿이 서 있고, 허리와 허벅지의 각도가 충분히 벌어져서 장에 부담이 적습니다. 그리고 팔을 책상 위에 기대어 목과 어깨가 받을 하중을 효과적으로 분산하고 있습니다. 





Zero gravity chair


허리를 세우는 자세가 가장 허리에 부담이 덜하긴 하지만 장시간 작업에서는 힘든 게 사실입니다. Salli saddle 체어를 쓰면 이제 어깨와 등 위쪽이 부담이 되기 시작하더군요. 팔은 목에 붙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팔 무게를 분산하기 위해서는 팔을 책상이나 의자의 팔걸이에 걸쳐야 합니다만, 기마자세에서 책상 높이가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면 팔의 하중이 그대로 목에 집중되어 목과 어깨에 무리가 오게 됩니다.  


아예 좀 누워서 편하게 작업할 수는 없을까... 그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 Anti gravity chair 또는 zero gravity chair 라고 불리는 것들입니다.








요즘은 치과에서 쓰는 의자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치료받듯이 누워서 공중에 달린 모니터를 보는 거, 엄청 편하더군요. 치과에서도 입 벌리고 잘 잡니다. 작업하다 졸리면 바로 눈만 감으면 된다는 게 함정이네요.


기왕 눕는 거 안마의자 위에다 모니터 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200만원 정도 하는 것을 국내에서는 1천만 원 정도에 팝니다. 그러니 비슷하게 만드는 국산도 덩달아 6백~8백씩 가격이 뻥튀기 되어 있지요. 외제차 비싸게 판다고 국내 현기차 가격 뻥튀기 해놓은 것과 같습니다. (그 반대인가요?) 심지어 일본에서는 80만원 하는 것을 국내에서 8백에 팔기도 합니다.



아래 것도 노르웨이 제품인데 가격은 2백만원 훌쩍. 국내에서는 현대백화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http://www.varierfurniture.com/






2016년. 궁국의 의자 탄생.

http://altwo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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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의자에 왕도는 없다는 것입니다. 오래 앉아 있으면 몸의 어딘가에서 그 하중을 다 견디어 내야 합니다. 허리가 받던 무릎이 받던 목이 받던. 앉아 있는 절대 시간이 길다면 1시간에 5분 씩이라도 일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ps)

많은 작가들이 글은 궁둥이로 쓴다고 말합니다. 저도 말합니다. 제 타임랩스는 궁둥이로 찍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