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18. 21:50ㆍ사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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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이 제일 쉬웠어요”
오늘 글의 제목은 예전에 누가 쓴 책의 패러디다.
다들 촬영하는데 고생 했겠다 생각하는데 사실은 촬영이 제일 쉽다. 산에 올라가서 12시간 카메라 옆에 붙어 있기만 하면 된다. 일몰 일출 전후로 빛이 변하는 서너 시간이 좀 바쁠 뿐이다. 일일이 조정하느라 화장실도 못 간다. 기온이 떨어지는 새벽을 지나 아침이 오면 짐 싸서 내려가면 끝이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 촬영한 것을 후반 작업하는 데에는 촬영하는 것보다 스무 배 이상의 시간이 들어간다. 아래 영상이 1차로 작업이 마무리된 것이다. 영상을 보자. 최종 영상과는 느낌이 좀 다를 것이다.
노출 변화로 플리커 생기는 것은 1차로 보정한 것이다. 지나가던 새나 벌레가 툭툭 검고 흰 점으로 나오는 것들 일일이 다 지워야 한다. 센서 앞에 먼지나 습기 맺힌 것이 검은 얼룩으로 영상에 나타나기 때문에 이것들 다 처리해야 한다. 별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부분부터는 상당히 조심해서 작업해야 한다.
카메라 개조하다가 문제가 생겨 오른쪽 아래에서는 카메라 내부의 빛이 새어 나와 파르스름하게 번졌다. 이런 것도 다 잡는 방법이 있다. 작은 화면에서는 안 보이지만 노이즈도 심하다. 이런 건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다 해결해준다.
이번에 처음 사용한 렌즈라 실수한 것도 있다. 대개 1/3 스톱씩 조리개 조절한 것은 티가 안 나는데, 이 렌즈는 티가 많이 난다. 중간 중간 플리커처럼 보이는 것들이 조리개 조절한 부분이다. 이거 일일이 수동으로 보정했다.
밤하늘에 가끔씩 비행기나 인공위성이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실제 밤하늘에서는 이런 것들이 크게 거슬리지 않지만, 12시간 정도의 밤을 1~2분으로 줄여버리는 타임랩스 영상에서는 문제가 된다. 엄청나게 많은 빛줄기들이 휙휙 지나가면서 분위기를 망친다. 실제 밤하늘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일일이 지워냈다. 물론 분위기 저해하지 않는 정도의 몇 개는 남겨두었다. 지울 때 별똥별까지 지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 작업은 자동으로 안 되기 때문에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린다.
사실 이 작업은 3일 찍었다. 밤새 촬영하는 동안 초저녁에 좋다가 새벽에 안 좋아지는 날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후반 작업이 워낙 고되기 때문에 이렇게 여러 일 촬영해 보고 그 중에 후반 작업할 만한 것이 찍히면 작업을 한다. 나머지는 버린다.
그런데 가장 힘든 작업은 촬영 전에 생긴다. 촬영 허가 받는 것이 언제나 촬영보다 훨씬 힘들고 고단하다. 얼마 전 윌슨 산 천문대처럼 돈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너무 행복할 지경이다. 대부분의 천문대들이 내부인에게는 관대하지만 외부인에게는 한없이 까다롭다. 전 세계의 유명 천문대 사진 올리는 친구들 거의 예외 없이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도 국방부와 문화재청, 아니면 사찰 허가 받으려면 백팔번뇌가 백팔 번 왔다 갔다 한다.
보여지는 부분은 아주 일부분이다. 그것을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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