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tax67 다중 노출 개조

2009. 3. 24. 16:26Rollei SL66과 중형카메라

- 월간 별과 우주 2000. 6월호 게재

펜탁스67(또는 6x7)은 그 예리한 성상으로 인하여 천체사진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천체사진을 좀 한다는 사람은 한 대씩 다 가지고 있을 정도이다.

펜탁스67을 사용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 예리한 성상에 있다. 하셀브라드나 롤라이플렉스 같은 중형 카메라에서는 명기중의 명기라고 하는 제품들도 천체사진을 촬영해보면 그 성상의 예리함에서만은 펜탁스67에 뒤지는 의외의 결과를 가져온다.

또다른 장점이라고 하면 소형 카메라를 그대로 확대한 것 같은 구조라서 사용하기에 익숙하다는 점과, 니콘이나 캐논 같은 소형 카메라와 비교해도 별차이 없는 가격 경쟁력(?)이라고 할 것이다. 새것이라면 비싸겠지만 지금은 펜탁스 67 II가 나오고 있고, 단종된 지가 꽤 되었기 때문에 중고 밖에는 구할 수 없으므로 오래된 년수에 비례하여 가격이 싼 것이다. (새것을 구할 수 있는 펜탁스 67 II 는 상당히 고가이다. 그러나 이전 펜탁스67에서 가지고 있던 많은 단점들을 개선했다.)

장점에 비해 단점도 많다. 무게가 상당히 나간다. 펜타프리즘을 제외한 바디만의 무게만 해도 1.3kg 이며 표준렌즈를 장착하면 2kg이 가볍게 넘어간다. 전자제어식 셔터라서 B셔터시에도 계속 전지소모가 있어서 천체사진 촬영시에는 외부전원장치를 이용하거나 무전지개조, 또는 무전원장치 등을 이용해야 한다. 또한 다중노출 기능이 없는 몇 안되는 카메라중 하나이기도 하며, 1969년부터 발매되었던 관계로 노후된 기종일수록 내부에 먼지와 기름때가 엉겨붙어 저온에서 작동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업그레이드 중의 하나가 바로 다중노출 개조이다. 펜탁스 67 II 에서는 다중노출 기능이 있지만, 펜탁스 67에서도 다중노출 개조를 할 수 있는 킷트를 펜탁스 사에서 직접 개발해서 시판하게 된 것이다.

(다중노출 킷트의 부품들이 비닐봉투에 종류별로 담겨져 있다.)

국내에서는 17~18만원에 개조할 수 있는데 필자는 www.AstroKorea.com의 천문정보게시판에서 공동으로 신청하여 조금 싸게 할 수 있었다.

다중노출장치의 원리는 자동차의 기어를 생각하면 된다. 개조전에 셔터와 필름의 중심축 막대가 바로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 개조 후에는 그 사이에 기어가 삽입되어, 레버의 전환에 따라 셔터와 필름의 중심축 막대가 물렸다 풀렸다 하게 된다.

(셔터레버 아래쪽을 분해하고 개조하는 과정)

 

(상당히 복잡한 카메라의 내부)

 

개조는 셔터 레버 뭉치가 있는 부분에서 이루어지게 되며 기존의 셔터에서 새로운 다중노출 셔터레버 뭉치로 교환이 된다. 개조 후에 셔터 옆 아래쪽 120/220 필름 전환 레버 옆에 새로 조그만 다중노출 레버가 생긴다. 여기서 다중노출(Multi Exposure)을 의미하는 M자가 보이게 레버를 젖혀두면 셔터만 돌아가고 필름은 전진하지 않게 된다.

(셔터 레버 아래쪽의 다중노출 레버)

 

(M자가 드러나도록 하면 다중노출이 된다)

필자는 개조를 하면서 겨울에 작동불능이 되는 주원인인 먼지와 기름때를 제거하는 대청소를 했는데, 카메라의 내부에서 전자제어식 셔터라서 전자 회로기판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요즘의 워크맨 같은 전자제품 처럼 정교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텔레비전이나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의 회로기판을 보는 것처럼 상당히 큰 저항들과 콘덴서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어쨌든 다중노출 기능에 아쉬움이 많았던 분들이나 저온에서의 작동 불능 때문에 필름 한통을 그냥 넘겨버리는 일이 종종 생기는 분들에게는 쓸만한 업그레이드라고 생각된다.

(덤으로 67이라고 적혀있는 셔터 레버 쪽의 외부 금속케이스도 새것으로 바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