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5. 22:26ㆍ사진에 관하여
- 2008.01.13
투기광풍이 부동산과 주식을 거쳐 미술계에까지 밀고들어오는 와중에 미술계는 건국이래 최대의 호황을 이루었다.
또한 디지털카메라 덕분에 우리나라의 사진인구는 급격하게 팽창하여 온 거리에 D-SLR을 들고다니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진계의 호황을 반영하듯 2007년 사진전시공간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미술전시공간 신설통계를 보면 미술관 13, 화랑 75, 기타 대안공간 및 카페갤러리 등이 19개로 100곳이 넘는데, 이중 사진전문공간을 표방한 곳만해도 갤러리 이룸, 아트비트갤러리, 고은사진미술관, 포스갤러리2관 등등 꽤 된다.
10여년전에 사진전문 갤러리로 삼성포토갤러리가 의욕적으로 생겼다가 없어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에 비하면, 그리고 2천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진전시가 한달에 몇건 안되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양적인 팽창이 있다.
문제는 전시할 공간이 늘어났는데, 그에 비하면 컨텐츠는 빈곤하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사진찍는 인구가 늘어나는 속도에 비하여 그 깊이와 폭의 팽창속도는 더딘 것이다.
아마추어들은 아마추어 대로 남이 찍는 사진 모방하는데 바쁘고, 프로사진가들도 그다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2007년에 전시를 했으니까 위 비판대상에 포함된다. 솔직히 전시장에 걸었던 사십여점의 사진중 최근작이 2004년에 촬영한 것이었다. ... 천체사진은 특수분야니까 좀 봐주시라. 한장 찍느라 요즘도 5년넘게 다니는 곳이 있다.)
사진이라는 도구는 자신의 언어와도 같은데,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남의 이야기를 흉내내는 것, 그리고 내용보다는 형식의 유행에 민감해지는 것, 이것이 근본적인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범위를 좁혀 달마다 열리는 여러 전시회, 특히 여러 작가를 묶어서 여는 기획전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다.
매월 이곳 저곳 전시를 둘러보는데, 기획전이라고 가보면 작가들 구성은 달라지는데 항상 보는 사람들 그사람들에 그 작품이다.
전시관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건물 임대해서 비싼 임대료 내면 그 이상의 수익을 올려야 먹고 살텐데, 그렇다고 대관 전시만 하면 격이 떨어지니 기획전을 하게 된다. 기획전 비율을 높이다 보면 전시작품이 팔려야 수입이 생기니까 자연히 팔릴만한 작가들의 팔릴만한 작품들을 제목만 이리저리 바꿔가며 기획전이라는 이름 하에 서문하나 써붙여 놓고 전시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작가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요즘은 작품이 팔리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기 때문에 사이즈도 대형으로 뽑고, 보존성도 고려해야하고, 디아섹이니 뭐니해서 한 작품당 단가가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그러다보니 전시회에 걸리는 사진수가 예전에 비해 크기가 커진 만큼에 반비례하여 작아졌다. 이 몇점 안되는 사진이 좀 팔려야 이짓(?)도 계속 할텐데 사실 극히 일부 사진가를 제외하고는 아직도 사진이 팔리는 것은 쉽지않다. 그러다 보니 팔릴 기회를 많이 만들려면 만든 작품들을 개인전으로 한번 전시하는데 끝내지 않고 이 전시 저 전시에 몇년씩 돌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다 보니 이런 저런 기획전이 제목만 다르고 다 똑같아지는 것이 아닐까?
- (c)권오철 www.AstroKore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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