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5. 22:39ㆍDigital Photography
- 2008.07.21
1996년에 첫번째 전시를 하고, 2007년에 두번째 전시회를 하면서 놀란 부분이 있는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사진 인화 쪽도 환경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1996년에 사진 인화를 위해 동일한 필름을 충무로의 잘한다는 몇 집들에 똑같이 맡겨서 테스트를 해보고 나서 비교해본 후에 한곳을 정해 인화를 맡기고, 여기서 결과를 보고 다시 재인화, 재인화를 하는 과정을 거쳤던 것이다.
당시만해도 요즘 같은 디지털 장비가 없었기 때문에 모두 확대기 방식의 아날로그 인화를 했었다. 그래서 사진의 수준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은 작업자의 기량이었고, 인화지가 코닥이냐 후지냐 하는 것은 그에 비하면 그렇게 큰 차이를 주는 요소가 아니었던 것이다.
네거티브 필름을 맡기면 모 업체에서는 필름 가장자리의 메이커 라벨이 나타나는 부분에 인화시의 설정치를 표기해 두기도 했다. 그 정성만큼이나 그 업체의 인화 퀄리티는 최상급이었고…
시간은 흘러 2007년. 천지가 개벽하여 아날로그 인화는 한군데 남아있었고, 그나마도 디지털보다 두배 이상 비싸서 맡기는 사람이 적었는지 일주일에 하루 정도 몰아서 작업하는 수준이었다. 아날로그 확대기가 없어진 자리엔 람다니 라이트젯이니 하는 은염 레이저 기계가 대신하게 되었고, 잉크젯 프린터도 예전의 글씨나 알아보는 수준이 아니라 뮤지엄급 장기보존 프린트를 뽑아내는 파인아트 기기로 발전한 것이다. 이들 신 기계의 공통점은 필름을 직접 먹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데이터를 먹어야 결과물을 출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2007년에도 전시를 위해 여러 업체에 동일한 데이터(필름이 아니다)를 주고 출력(인화랑은 어감이 조금 다르다)해보니 11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 어느 업체나 결과물이 거의 비슷하였고, 출력기기와 용지의 종류에서나 차이가 나는 수준이었다.
또 한가지 의외의 사실은 아날로그로 인화한 것보다 디지털로 출력한 것의 품질이 더 좋았다는 것이다. 확대기의 필름 캐리어에서 필름 평면성 확보가 안되어 대형 인화시 군데군데 초점 안맞는 부분이 많았는데, 디지털에서는 그런 것이 없고 (물론 스캔할 때 제대로 안하면 아나로그 인화에서의 확대기와 마찬가지로 부분부분 초점이 나간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지만 내 경우에는 직접 스캔을 하기 때문에…^^) 선예도나 발색 등에서 아나로그 인화보다 훨씬 안정적인 성능을 보였다. 또한 필름 그레인과 같은 노이즈도 디지털이 훨씬 적었던 것이다. (포토샵에서 별도 보정을 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업체마다 퀄리티 차이가 11년전과 비교하여 거의 없다라고 말할 정도로 편차가 줄어든 것이 인상적인 결과인데, CMS(Color Management System) 등 과학적인 방법으로 표준화된 디지털 시대의 출력 기기들은 작업자의 기량이 좌우하는 부분을 최소화시켜 버린 것이다.
손맛을 잃어버렸지만 어쨌든 발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11년 전에는 인화 자체가 문제여서 이것만 가지고도 골머리를 썩었는데, 이제 사진가는 출력방식과 용지, 그리고 액자에 대한 구상에 보다 신경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인화지도 한지까지 다양하고, 액자도 디아섹이니 무반사 유리니 하는 옵션이 매우 다양해졌다.
디지털이 참으로 많은 것을 바꾸고 있고, 그만큼 사람들에게 이제까지의 방식에서 달라진 그 무엇인가에 대한 적응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선택은 여전히 사진가의 몫이다.
- (c)권오철 www.AstroKore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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