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관한 세가지 책

2009. 5. 24. 16:26별 볼일 없는(?) 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인지라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은 언젠가 맞이하게 될 운명이다. 어제 서거하신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남긴 유서에도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라는 글귀가 보인다. 어제의 울분을 삭이며 그간 긁적거리던 글을 마무리 한다.

감명 깊게 읽은 책 세 권에 대한 이야기다. 모두 죽음에 관한 책이다. 인간의 풍습은 태어남과 죽음에 대하여 사뭇 다르다. 태어남에 대한 기쁘고 밝은 느낌은 그만큼 죽음에 대해서는 반대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두렵고 슬픈 죽음에 대하여 외면하고 싶은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아래에 소개하는 책 세권은 죽음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표현 방식이 얼마나 직접적인가에 차이가 있을 뿐.


1. 천장(天葬) / 박하선 사진

제목 '천장'이란 새를 통해 영혼을 하늘로 올려보낸다는 티베트 고유의 장례의식을 의미한다. 집을 떠나는 의식에서부터 독수리에게 시신을 맡기고, 마지막 수습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담아냈다. 이는 철저하게 외부의 시선이 배제된 과정이기도 하다.
세계적 사진 컨테스트인 월드프레스포토에서 데일리 라이프 스토리스 부문을 수상했다.

- 책 소개 중



죽음 뒤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진집이다. 티베트의 고유 장례 방식인 조장(鳥葬, Sky Burial)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죽음을 맞이한 육신은 독수리가 먹기 쉽게 천장사에 의해 살이 발려지고 뼈가 쪼개진 뒤 독수리의 일용할 양식이 된다. 그리고 독수리의 피와 살이 되어 하늘로 올라갈 것이다.

피와 살점이 튀는 현장의 기록이다. 죽은 육신이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만 풍습에 따라 다를 뿐 결과는 같다.

ⓒ박하선

 



2. 마지막 사진 한 장 / 베아테 라코타 글 / 발터 셸스 사진



독일의 전문 사진작가와 저널리스트가 호스피스 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23인의 환자들을 만난 기록을 담은 책. 인생의 마침표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풍경을 마지막 사진과 함께 전하며,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유럽 전역에 '웰다잉'의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사진전의 모태가 된 책이다.

나란히 암에 걸린 엄마와 아들이 벌이는 힘겨운 투병과 아름다운 작별, 친구의 두려움을 달래주려 매일같이 병원에서 파티를 열어주는 따뜻한 우정, 죽음도 변화로 받아들이며 즐거운 결말을 꿈꾸는 한 워커홀릭의 기다림 등 인생의 마침표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풍경을 전한다.

- 책 소개 중


앞 표지를 보면 눈을 감은 아기가, 뒷 표지에는 눈을 뜨고 있는 아기가 보인다. 그렇다. 죽기 얼마 전의 모습과 죽은 뒤의 모습이다. 얼마 살아보지도 못한 아기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책 안에는 이십여 명의 죽기 전의 모습과 죽은 후의 모습,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죽기 전의 느낌은 다양하지만 죽은 후의 모습은 비슷하다. 하나같이 평화롭다.

 

 

3. 내가 함께 있을게 / 볼프 에를브루흐 글,그림



누구도 이런 식으로 죽음을 보여 준 적은 없었다. 그림책으로 철학을 이야기하는 작가, 볼프 에를브루흐는 이렇게 아무도 하지 않던, 아니 ‘못했던’ 방식으로 죽음을 말한다. 가리지 않고 에두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죽음을 마주보게 하고 죽음과 이야기 나누게 한 것이다.

- 책 소개 중


죽음에 대해 에둘러 말하지만 가장 여운이 오래가는 책이다. 한마디로 충격이었다고 할까. 4~6세 유아용 그림책으로 나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하긴 내 책도 초등,중학생용으로 집필한 것이 그림책 판형이다 보니 유아용 도서로 둔갑되어 팔리고 있긴 하다. 원래 출판된 나라에서는 성인용 그림책으로 팔리고 있지 않을까 싶다.

등장인물은 오리와 죽음이다. 오리는 죽기 전이라 퀭한 자아만 남은 모습이고, 죽음은 해골 바가지 모습을 하고 있다. 죽음은 생긴 것과는 달리 무척이나 수줍고 (마음은) 따뜻하다. 그림을 보면 느낌이 올 것이다.

 

내 아들은 이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린 마음에도 죽음이란 게 그다지 유쾌한 일이 못 된다는 느낌이 있나 보다. 오히려 아빠가 틈틈이 계속 들쳐본다. 짧은 그림책이니 읽는데 얼마 걸리진 않는다. 하지만 그 여운은 읽는 시간보다 오래 남는다.

그림책의 마지막은 이렇게 맺는다.

죽음은 오랫동안 떠내려가는 오리를 바라보았습니다.
마침내 오리가 보이지 않게 되자 죽음은 조금 슬펐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삶이었습니다.



ps) 첨부된 사진의 출처는 모두 인터넷 서점 알라딘(www.aladdin.co.k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