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쏟아지던 개기일식 2009.7.22. 중국 가흥(Jiaxing)

2009. 7. 25. 14:44흔치않은 천문현상

비가 쏟아지던 날의 개기일식 풍경.
2009.7.22. 중국 가흥(Jiaxing).

구름 속에서 가끔씩 얼굴을 내민 야속한 태양.



개기일식 극대기의 풍경.
흐린 하늘에 비까지 오고 있어서 태양을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갑자기 밤처럼 어두워지면서 가로등이 켜지고, 지평선 위로 노을이 펼쳐지는 것도 색다른 장관이었다.
성질 급한 한국인들을 위해서 3배속으로 편집하였다.






이번 일식은 향후 십여 년 중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개기식인데다 방학, 휴가 기간이 겹치니 높아진 환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중국으로 떠났다. 매인 몸이다 보니 며칠씩 회사를 비우고 해외로 사진 찍으러 가는 일이 쉽지 않아 전라남도 끄트머리의 진도로 갈 생각이었는데, 어찌어찌하여 KBS 과학까페 촬영팀과 1박2일 일정으로 중국 가흥(嘉興, Jiaxing)으로 다녀오게 되었다.

사실 개기일식은 처음인데다 해외 출사도 처음이고, 이 분야는 나보다 잘 찍는 전문가들이 널렸다. 게다가 촬영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개기일식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냥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아오려고도 생각했지만, 명색이 천체 사진가다 보니 주변의 기대(?)를 져버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안시냐 사진이냐. 결국 둘 다 해보기로 하고 장비를 꾸렸다. 카메라는 딱 2대. 그나마 한 대는 자동으로 촬영하는데, 어차피 개기일식 중에는 노출 조정을 해야 해서 좀 바쁘다.

중국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분위기가 좋지 않다. 관측 확률이 높은 곳으로 이동을 하는 문제로 저녁때 회의를 했으나 위성 사진이나 일기도로 당장 예측이 어려워, 새벽 3시에 최종적으로 위성 사진을 확인하고 결정하기로 했다. 2시간 자고 다시 일어난 새벽 3시. 위성 사진에 나타난 구름은 중국만큼이나 넓다. 이동은 하나마나한 상황. 결국 하늘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

개기일식은 나도 한 번도 보지 못하였지만, 인간이 경험하는 자연 현상 중 가장 강렬한 현상이라고 한다. 부분일식은 많이 경험했지만 몇 시간 동안 해가 조금씩 가리다 마는 현상이라 크게 특별하게 느끼지는 않았다. 개기식이라고 뭐 별 다르겠는가 생각했다. 그러나 한 번 본 사람들 말로는 다르다고 한다. 실제로 태양이 99%가 가려져도 맨눈으로는 볼 수 없을 만큼 밝고, 주변이 좀 어둑어둑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100% 가려지는 개기일식에는 완전히 밤처럼 깜깜해 지면서 밤하늘에 태양의 대기인 코로나와 홍염이 빛나고, 검은 태양과 함께 별들이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지평선 위로는 붉은 노을이 생겼다 사라진다고 한다.

얼마나 다른지 보고 싶었지만, 비까지 뿌리는 최악의 상황이다. 날씨 관계로 결국 보지 못하였지만, 이렇게 구름 아래로 갑자기 어두워지는 현상을 보고 왔다. 날씨가 좋은 부분일식 보다 비오는 날의 개기일식이 오히려 극적인 느낌은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개기일식의 장관을 한 번 보게 되면 골수팬이 되어 일식마다 쫓아다니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날씨 때문에 못 본 경우에도 오기로 쫓아다니게 될 것 같다. 그 다음 개기일식은 2010년 7월 11일 남태평양에서 펼쳐진다. 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한 이스터 섬에서도 볼 수 있다. 그전에 2010년 1월 15일에 아프리카~중국 근방에서 일어나는 일식은 금환식이다.


ps)
아래는 보너스 사진. 전 날 밤에 폭우와 함께 내려치던 번개.
일식 보러가서 번개 사진 찍고 올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