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장의 사진 - 홍성 2007

2011. 3. 12. 15:27별. 그리고 사진/대한민국 구석구석



이 사진은 2007년에 홍성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밤이 가장 긴 동지, 12시간의 반원을 그리는 궤적을 촬영하기 위해 선택한 곳이다.

천체사진은 찰칵 하고 찍히는 결정적인 순간이 아니라 긴 시간 빛의 축적에 의해 기록된다는 것이 일반 사진과의 차이점이다. 그래서 12시간씩 촬영해도 한 장 밖에는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이 시간 동안 구름이라도 지나가면 다음 해에 다시 찍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극단적인 장노출인 경우 노출을 잴 수가 없으므로 경험에 의존해야 하는데, 노출이 맞지 않아서 다시 찍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서해안 지역의 경우 겨울에는 편서풍을 타고 넘어오는 기류가 서해에서 습기를 빨아들여 눈으로 뿌리기 때문에 12시간씩 밤새 맑은 날이 드물다. 차로 몇 시간씩 걸려 내려갔다가도 한 두시간만에 일기예보에도 없던 구름이 몰려와 그대로 돌아온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이렇게 실패하면 다시 밤이 가장 긴 동지가 올 때까지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 사진도 10년 넘게 계속 하고 프로젝트인데, 문제는 오랜 세월 별은 거의 변화가 없지만 인간이 남긴 문화재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해마다 주변이 달라져서 어느 해에는 절집이 생기고, 불상 아래에 돌로 축대가 쌓이고, 가로등이 생기는 식으로 계속 바뀌어 가고 있다.

주변이 정비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좋은 일이겠지만, 대부분은 사진 찍기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바뀌기 때문에 더 이상 찍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문화재를 박제하듯 복원하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2% 부족한 느낌이라 몇 년 더 다닐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2007년의 이 사진보다 잘 찍을 수 있다는 자신이 없다. 그래서 더 잘 찍어야지 하고 묻어뒀던 사진을 꺼내고 말았다.

ps)
이 사진 한 장 찍느라고 퍼부은 돈이 얼마나 될까. 한 번 갈 때마다 기름 값, 고속도로 통행료, 필름 값, 현상비, 밥값 등이 들어간다. 그나마 가까워서 돈이 덜 들었지만, 몇 년 계속 가다보면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몇 백만 원 넘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 사진 팔아서 그 돈 벌 수 있을까? 사진가로 살아남기 힘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