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정상에서 전갈자리를 촬영하였다. 가까이의 작은 많은 불빛들은 마을의 불빛이고 멀리 바다 습기로 뿌옇게 보이는 큰 불빛들은 고기잡이배들의 불빛이다.


제주도, 2011.


이렇게 아름다운 별자리에 왜 하필이면 전갈이라는 독을 가진 끔찍한(?) 절지동물의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따르면 여신 헤라가 오리온을 죽이기 위해 풀어놓은 전갈이라고 한다. 이 별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인 1등성 안타레스는 ‘전갈의 심장’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뜻에 걸맞게 밤하늘에서 가장 붉은 별 중의 하나이다. 가끔 화성이 근처에 오는데 누가 더 붉은지 비교해 보면 재미있다.

남쪽 바닷가에서 자라서 그런지 전갈자리가 바다에서 떠서 바다로 지는 것을 보아왔다. 오아시스에서 자랐다면 사막에서 떠서 사막으로 지는 것을 보아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갈이라는 이름이 더 자연스러웠겠다. 나는 전갈자리를 보면 인어자리로 바꿔 부르고 싶다. 전갈의 심장도 인어공주의 정열적인 붉은 심장으로 바뀌는 것이다. 왕자와의 사랑을 포기하고 바다에 몸을 던져 거품으로 변해버린 그 슬픈 동화의 주인공에게 바치는 별자리인 것이다.
Posted by 권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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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권호 2011.11.19 23: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 탄다고 힘드셨을듯, 별잘보고 갑니다.화이팅

  2. 이명 2011.11.21 02: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한라산이라니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제주도의 하늘은 여전히 밝네요 ㅎㅎ

    • 권오철 2011.11.21 01: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올해 유독 섬 작업이 많이 들어왔는데, 섬에 들어가기 전에 악몽에 시달린다는. 이번엔 해무나 안개에 시달리지 않는지, 고기잡이배들이 너무 밝지 않은지... 제주도도 독도만큼이나 주변이 밝아서 참 쉽지 않음.

    • 이명 2011.11.21 02:3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진짜 그렇겠네요ㅠㅠ 악몽까지ㅠㅠㅠ 전 섬에서 촬영 경험이 별로 없습니다만 2003년에 제주도 놀러가서 별 생각없이 트레일 돌렸다가 거의 다 태웠던 기억이 납니다ㅎㅎㅎ 그래도 행님 사진은 여전히 깔끔하고 좋습니다. 예전에 나오유키 쿠리타의 사진이 떠오르네요 ㅎㅎ

  3. 안타레스 2011.11.29 00: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아름답네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밤하늘의 전갈자리라니.
    개인적으로 제게 더 의미있는 별자리라서 좋습니다.
    뭔가 별보단 육지가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게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