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1. 14:23ㆍDigital Photography
타임랩스, 구름을 담다
- 권오철 / 천체사진가
이번 이야기는 타임랩스로 구름을 담는 촬영법에 대한 것이다. 구름을 미속으로 돌리는 것은 이미 많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낮에 촬영하는 것이 밤에 촬영하는 것보다 쉬워 보이지만 제대로 된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더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준비 과정에서의 약간의 차이가 최종 결과물 영상의 현격한 차이를 가져온다.
백두산 천지의 구름. 산꼭대기의 구름은 바람을 타고 매우 빠르게 움직인다. 1초 간격으로 촬영했다.
왜 타임랩스로 촬영할까?
타임랩스, time-lapse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사진촬영에서 저속 촬영의’라고 정의되어 있다. 저속으로 찍어서 정상 속도로 재생하니 촬영 대상이 빨리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왜 굳이 타임랩스로 촬영해야 할까? 답은 움직임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사진과 달리 동영상은 움직임을 담는다. 움직임이 표현되지 않으면 심심하다. 그래서 대상이 움직이지 않으면 유압헤드를 이용해서 카메라를 돌리거나, 주밍(zooming)을 하거나, 레일이나 달리를 이용해서 카메라 시점을 이동하면서 촬영하기도 한다.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 대상은 정상 속도로 촬영하면 움직임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움직임을 드러내기 위해서 타임랩스를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 달의 글에서 다룬 별은 사람의 눈으로는 그 움직임이 보이지 않지만 타임랩스를 활용하면 별이 뜨고 지는 역동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구름도 마찬가지다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는 구름을 타임랩스를 이용하여 흘러가게 만들 수 있다.
촬영 간격의 설정
이렇게 빨리 돌릴 때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게 만들지 결정하는 것은 촬영자의 몫이다. 장중하게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을 만들 수도 있고, 속도감 있게 휙휙 몰아치는 구름을 만들 수도 있다. 타임랩스에서는 촬영간격, 즉 인터벌(interval)을 조절함으로써 속도감을 조절한다.
촬영간격을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는 위의 세 가지이다.
촬영 대상의 변화속도 – 구름을 예로 들자면, 움직이는 속도가 대단히 다양하다. 눈으로는 그 움직임이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움직이는 것부터, 빠른 속도로 지나쳐 가는 구름이 있다.
재생하고자 하는 속도 - 타임랩스에서 리듬감은 매우 중요하다. 앞 뒤로 연결되는 장면 및 배경음악을 고려해서 어느 정도의 동감으로 표현되는 것이 좋을지 미리 생각을 하고 촬영에 들어가야 한다.
재생할 frame rate(fps) – 영화에서 주로 쓰는 24fps인지, TV에서 주로 쓰는 29.97fps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29.97fps로 재생하면 24fps 보다 20% 가량 빨라진다.
말은 쉽지만 경험이 좀 쌓여야 적절한 촬영간격을 즉각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구름이 눈으로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는 정도라면 5~15초 정도의 간격으로 촬영하면 장중한 느낌으로 촬영할 수 있다. 눈으로도 흘러가는 것이 잘 보이는 상황이라면 3~1초 내외가 좋다.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구름이라면 연사로 촬영하거나 아예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빨리 돌리기도 한다.
촬영 간격 설정에 자신이 없다면 가능한 대로 촘촘하게 촬영한다. 그런 다음 너무 느리다 생각되면 빠르게 만들면 된다. 반대로 촬영간격이 너무 넓어서 빠른 것을 느리게 만들려면 없는 프레임을 만들어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 억지로 늘려주면 뚝뚝 끊어지는 느낌으로 재생되고, Twixtor 같은 슬로우모션 툴을 사용하더라도 움직이는 물제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부작용이 많이 생긴다.
서울, 움직임이 많지 않은 구름. 8초 간격으로 촬영하니 움직임이 드러난다.
서울, 북한산 능선 위로 소나기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 오르고 있다. 이런 구름은 매우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1초 간격으로 촬영해야 했다.
캐나다 옐로나이프, 석양 빛에 물든 구름이 매우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있다. 색의 변화와 구름의 속도가 매우 빨랐기 때문에 연사로 촬영해서 1초에 3장 정도의 속도로 촬영했다. 이런 촬영에서 후드맨 등과 같은 고속의 메모리를 이용하면 RAW촬영에서도 메모리가 가득 찰 때까지 연사촬영이 가능하다.
촬영 간격 = Interval
이야기가 나온 김에 촬영 간격, 즉 인터벌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짚고 넘어가자. 인터벌은 셔터를 누르고 나서 다음 번 서터를 누를 때까지의 시간 간격이다. 셔터를 누르면 카메라가 실제로 반응하기까지 약간의 지연이 있다. 이것을 셔터랙이라고 하는데 0.03초~0.05초 정도의 짧은 시간이므로 대부분의 경우에는 무시해도 될 정도다. 그 다음 실제로 노출이 되고, 저장 등의 처리시간이 약간 필요하고, 그 뒤에는 다음 촬영을 위해 대기하게 된다. 실제 노출하는 시간 보다 앞 뒤로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터벌은 노출시간보다 1~2초 정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 매 촬영마다 감도 등의 설정을 변경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그런 조작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시간을 더 가지고 촬영 간격을 정한다.
이렇게 촬영 간격을 설정하면 영상의 속도가 그에 따라 정해진다. 예를 들어 10초 간격으로 촬영한 영상을 24fps로 재생하게 되면, 실제보다 240배나 빨라진다. 쉽게 생각하면 촬영 간격(초)에 재생할 fps를 곱하면 배속이 된다.
배속 = Interval (초) x frame rate (fps)
타임랩스 촬영시 몇 장이나 찍어야 할지를 결정하려면, 만들어질 영상물의 길이에 fps를 곱하면 된다. 즉 24fps로 10초의 영상물이 필요하다면, 1초에 24장씩 10초, 즉 240장을 촬영하면 된다. 한편 2시간 정도 진행되는 현상을 24fps 10초의 영상물로 만들려면, 2시간에 240장을 촬영해야 하므로, 30초에 한 장씩 촬영하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촬영매수 = 재생시간(sec) x frame rate(fps)
플리커란 무엇인가?
타임랩스를 촬영할 때 가장 성가신 존재가 바로 이 플리커(flicker)이다. 영상의 밝기가 균일하게 이어지지 않기에 깜빡이는 것처럼 나타나는 증상이다. 타임랩스는 여러 장의 사진을 이어 붙여 동영상으로 만들기 때문에 이 많은 사진들이 모두 동일한 설정을 가져야 중간에 튀는 현상이 없다. (물론 낮부터 밤까지 노출이 변해가는 상황을 촬영하는 고급 기법도 있는데, 이것은 다음 번에 다뤄보도록 하겠다.) 그러기에 카메라가 자동으로 처리하는 기능은 모두 수동으로 설정해서 촬영 중간에 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초점도 MF로 설정하고, M모드로 설정해서 조리개, 셔터속도를 고정하며, ISO감도 및 화이트 밸런스도 수동으로 설정한다.
그런데 이런 모든 설정을 수동으로 고정시켰음에도 플리커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 원인은 카메라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카메라도 기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기계적 오차가 발생한다. 매번 셔터를 누를 때마다 셔터막이 내려왔다 올라가고, 조리개는 개방 상태에서 조여졌다 다시 돌아간다. 이런 스프링 장치들이 움직일 때 미세한 오차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타임랩스에서는 노출의 변화, 즉 플리커로 나타나게 된다. 카메라 제조사마다 카메라 모델마다 기기 정밀도에 차이가 있어 플리커 증상도 역시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노출의 변화를 측정해본 그래프. M모드 임에도 노출변화가 상당히 심하다. 어느 회사 카메라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측정 결과를 보고 실망해서 새 것을 산지 일주일도 안되어 도로 팔아 버렸다.
플리커를 최소화하기 위한 팁
기계적인 공차는 어떤 기기에서나 마찬가지로 존재한다. 하지만 그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있다. 셔터속도의 오차가 1/16000초 정도 발생한다고 가정해보자.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셔터속도를 1/8000초로 설정한다면 1/16000초의 오차 범위는 50%나 된다. 그러므로 플리커는 매우 심하게 나타날 것이다. 셔터속도를 1/250초로 설정한다면, 1/16000초의 오차범위는 1.56%로 극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셔터속도를 더 늦춰서 1/60초로 설정한다면 이제 0.375%의 오차범위로 좁혀진다. 그러므로 셔터의 오차로 발생하는 플리커는 셔터속도를 느리게 설정할수록 극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가능하면 1/60초 이하의 저속 셔터를 이용하도록 하고, 밝은 환경에서도 ND필터를 이용하면 저속 셔터를 이용하면 저속 셔터를 이용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조리개에서 발생하는 오차도 조리개를 개방할수록 줄어든다. 완전 개방하면 셔터를 누를 때에 조리개가 움직이지 않으므로 조리개에 의한 플리커는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개방하면 각종 수차로 화질이 떨어지고 피사계 심도가 얕아진다. 수동렌즈를 이용한다면 조리개가 고정되므로 타임랩스에서 매우 편리하다. Zeiss나 삼양의 수동 렌즈들은 화질도 대단히 우수하다.
타임랩스에서 zeiss의 렌즈들이 달리 명품이 아니라 조리개가 고정되기 때문에 아주 좋다. 삼짜이스라고도 불리는 삼양의 렌즈들도 매우 우수하다.
캐논 렌즈의 경우 조리개를 원하는 상태로 고정시켜 조리개에 의한 플리커를 방지할 수 있다. 방법은 원하는 조리개로 셋팅한 뒤 심도 확인 버튼을 누른다. 그럼 조리개가 조여지는데, 이 상태에서 렌즈 분리 버튼을 눌러서 렌즈를 살짝 돌려준다. 렌즈와 카메라 바디의 접점이 서로 떨어질 정도만 돌려주고 렌즈가 분리될 정도로 많이 돌리면 안 된다. 5D mark II의 경우는 1cm 정도만 비틀어주면 되는데, 5D mark III은 약간 더 돌려주어야 한다. 렌즈의 붉은 점이 바디의 나사 위치까지 올 정도로 돌려주면 된다. 이렇게 하면 바디와 렌즈의 전기 접점이 떨어져 서로 신호를 보내지 못하게 되므로 조리개가 조여진 상태로 고정된다.
너무 살짝 돌려 에러메시지가 표시되면 처음부터 다시 해보자. 이때 조리개가 조여지므로 화면이 어둡다. 미리 초점도 맞춰두도록 해야 하고, 후드의 위치가 틀어지게 되므로, 화면 가장자리에 후드에 의한 비네팅이 생긴다면 후드를 빼야 한다.
초점 맞추고 원하는 조리개로 셋팅후 오른쪽의 피사계 심도 확인 버튼과 왼쪽의 렌즈 분리 버튼을 동시에 누르고 렌즈를 살짝 돌려 비틀어준다.
5D mark III는 렌즈의 빨간 점이 바디의 나사 위치에 올 때까지 돌려주면 된다.
카메라 바디와 렌즈의 전기 접점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경우, 즉 렌즈를 충분히 비틀어주지 않으면 위와 같은 에러메시지가 나타난다. 그럴 경우에는 카메라를 끄고 렌즈를 다시 장착한 후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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