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20. 09:55ㆍDigital Photography
타임랩스, 노을을 담다
- 권오철 / 천체사진가 www.AstroPhoto.kr
이번 호의 주제는 고난이도 작업으로 불리는 노을 촬영이다. 낮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시간, 즉 붉은 석양에서부터 붉은 빛과 푸른 빛이 공존하는 이른바 매직 아워를 지나 어두운 밤으로 넘어가는 변화를 기록하는 것이다. 이 촬영에서는 이제까지와는 달리 촬영 대상의 노출이 급격하게 변하기 때문에, 그에 따라 촬영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
낮에서 밤으로, 밤에서 낮으로
어떤 것을 촬영하든지 그 대상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스포츠 경기를 촬영하려면 경기의 룰을 잘 알아야 할 것이고, 새 사진을 찍으려면 그 새의 생태에도 밝아야 한다. 풍경사진이나 타임랩스도 마찬가지다. 낮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아름다운 순간의 변화를 포착하려면 그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낮에서 밤으로 바뀔 때 노출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색온도도 변하고, 구름의 형태나 날씨 등의 조건에 따라 매일 상황은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날은 그저 그런 노을을 그저 그냥 흘려 보내기도 하고 어떤 날은 매우 화려한 색에 가던 발길을 멈추기도 한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부터 정확하게 확인하도록 하자. 한국천문연구원의 홈페이지(www.kasi.re.kr)에 가면 지역별로 해와 달이 뜨고 지는 시간이 나온다. 요즘은 스마트폰에서 GPS 정보를 이용하여 내가 있는 위치에서의 일출몰 시간과 방위가 나오는 앱들을 많이 구할 수 있다. Sunrise sunset 으로 검색해보면 된다. 일출몰 시간과 월령을 표시해둔 달력을 걸어두면 사진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 천문달력은 스타이샵(www.stareshop.com)에서 구할 수 있다.
해가 지고 밤이 되는 과정은 드라마틱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몰부터 완전한 밤이 되는 데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적도로 내려갈수록 짧아지고, 극지방으로 올라갈수록 해가 비스듬하게 지기 때문에 일몰 과정도 길다. 오로라가 보이는 캐나다 옐로나이프의 겨울은 매직아워만 한 시간이 넘게 지속된다. 해가 지고 나면 처음에는 서쪽 하늘을 중심으로 붉은 빛이 보이는데, 이후 푸른 색이 돌다가, 이른바 매직 아워에는 푸른빛에서 붉은빛으로 하늘에 아름다운 그라데이션이 펼쳐진다. 이후 점점 색이 옅어지면서 암흑의 밤으로 변해간다. 노출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색온도도 같이 변하기 때문에 타임랩스 작업이 어려운 것이다.
학암포의 일몰 과정
서울 한강의 일출 과정
노출이 변하는 상황에서의 여러 가지 촬영 방법
낮부터 밤까지 노출은 약 20스톱 정도 변한다. 서호주나 킬리만자로처럼 광공해가 없는 깜깜한 곳에서는 25스톱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노출 한 스톱 마다 밝기가 2배씩이므로 20스톱이면 2의 20승, 즉 100만 배가 넘는 밝기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 이때 노출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ISO감도, 조리개, 셔터속도이다. ISO감도가 올라가면 노이즈 수준이 바뀌므로 한번에 많이 바꾸지 말고 조금씩 변화시켜야 한다. 조리개의 경우에는 심도의 변화로 분위기가 바뀌고, 비네팅 정도가 바뀌므로 가능하면 바꾸지 않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는 셔터속도를 변화시켜서 노출을 따라간다.
촬영 간격은 중간중간 수동으로 ISO를 변경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여 여유 있게 잡아야 한다. 촬영 모드는 Av 즉 조리개 우선으로 설정한다. 촬영을 시작하면, 카메라의 조리개는 변하지 않고, 셔터속도만 조금씩 변해가게 된다. 점점 어두워지면서 셔터속도가 길어져서 인터벌 시간에 가까워지면 ISO감도를 높이도록 한다. 이것이 낮부터 밤까지 변해가는 환경, 즉 이 바닥 용어로 Day to Night의 일반적인 촬영방법이다.
그런데 이렇게 촬영하면 셔터속도가 변경되는 순간의 노출 변화가 계단처럼 나타나기 때문에 만들어진 영상에 깜빡임이 생기게 된다. 이런 계단 모양의 노출변화를 부드럽게 연결되는 곡선으로 보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예전에는 수십 장씩 포토샵에 불러들여서 일일이 커브 등을 적용하여 노출을 보정해나가는 어렵고 지루한 과정을 거쳤지만, 요즘은 자동으로 노출을 보정해주는 소프트웨어가 나와서 쉽고 빠르게 작업할 수 있다. 대표적인 소프트웨어가 LRTimelapse와 GBDeflicker이다. LRTimelapse는 예전에는 무료로 배포되었으니 2012년부터 유료화되었다. 지금도 400장 미만의 작업은 무료 버전에서 처리가 가능하다. 가격은 둘 다 약 100$ 정도이다.
촬영할 때부터 플리커가 생기지 않도록 B셔터를 이용해서 1/3 스톱이 아니라 0.001초 단위로 미세하게 셔터속도를 조정하는 Bulb Ramping이라는 방법도 있으나, 별도 컨트롤러를 조작해야 하고, B셔터가 신뢰성 있게 작동하는 셔터속도가 0.1초보다 긴 구간이므로 ND 필터를 여러 장 겹쳐 뒀다가 하나씩 빼가면서 촬영하는 등, 후반에서의 작업 이상의 ‘노가다’를 촬영시에 부담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노가다’를 하지 않을 완벽한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
LRTimelapse를 이용한 노출보정
촬영은 RAW로 하는 것이 좋지만, 메모리 용량이 부족하면 JPG로 촬영한다. JPG로 촬영할 경우 야경과 같이 콘트라스트가 극단적인 경우에는 픽쳐스타일을 [뉴트럴]로 설정하여 좀더 플랫한 이미지로 촬영한 뒤에 후반 작업에서 적절한 콘트라스트나 색감으로 보정하는 것이 좋다.
(1) 우선 기본적인 보정을 Adobe Camera Raw에서 해보도록 하자. Adobe Bridge를 열고 사진이 있는 폴더를 연다. <Ctrl+A>키를 눌러 전체 선택한 뒤 상단 툴바의 조리개 모양으로 생긴 <Open in Camera Raw…> 버튼을 클릭한다.
(2) ACR에서 사진을 불러와서, 불러온 사진 중 하나를 선택해서 원하는 대로 보정을 한다. 보정을 위한 항목은 오른 쪽에 탭으로 있다. 색온도, 컨트라스트, 채도 등을 조절할 수 있다. 보정이 끝나면 왼쪽 위 [Select All]을 클릭하여 나머지 모든 사진들을 선택하고, [Synchronize...]를 눌러 똑같이 적용시킨다. 이때 원하는 항목만 선택하여 적용할 수 있다.
(3) 일련의 이미지들을 모두 동일하게 보정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해가 지기 전의 색온도는 5500K로 붉은색이 좀 더 살아나는 것이 좋은데, 어두운 밤이 되면 붉은색으로 치우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색온도를 3800K 정도로 낮춰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ACR의 왼쪽 탭에서 맨 아래 이미지를 선택하고 색온도(Temperature)를 3800K로 바꾼다. 이제 다시 [Select All]을 선택한 뒤 오른쪽 아래의 [Done]을 클릭하여 이제까지 작업한 것을 저장한다.
(4) 이제 LRTimelapse를 이용할 차례다. 방금 작업한 폴더까지의 경로에 한글이 있는지 확인해보자. 파일 경로에 한글이 있으면 미리보기가 되지 않는다.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왼쪽 아래에서 작업할 폴더를 선택하면 이미지들을 순서대로 읽어들이면서 그 밝기를 분석하여 왼쪽 위에 그래프로 나타낸다. 오른쪽 리스트를 보면 아까 설정값을 변경한 항목(색온도)이 표시되어 있다. LRTimelapse는 설정값을 조금씩 변화시켜주는 기능, 그리고 플리커를 보정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5) 이미지를 다 읽었으면, 설정값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을 처리해보자. 색온도가 처음에는 5500K에서 시작해서 점점 낮아지다 마지막에는 3800K로 끝나는 것이다. 변경할 색온도 항목 위에만 체크 표시가 되도록 하고, 오른쪽 아래의 [Individual Transitions]를 체크한다. [Curve]를 선택하면 설정값이 부드러운 곡선 모양으로 변해가며, [linear]를 선택하면 직선으로 변해간다. 리스트 중간 중간에서 값을 바꾸어야 하는 경우에는 직접 설정값을 클릭해서 입력할 수도 있고, 이런 입력한 값들 사이 구간을 선택해서 [Curve]나 [Linear] 변환을 할 수 있다.
(6) 설정값 조정이 끝나면 이제 플리커를 잡을 차례다. 오른쪽 아래의 [Deflicker]에 체크만 하면 된다. [Avg. Smooth]는 앞뒤 몇장의 노출의 평균값으로 보정할지 선택한다. 즉 값을 크게 할수록 완만한 곡선의 노출 그래프가 만들어진다. [Strength]는 어느 정도 강도로 보정할지를 정한다. Default 값으로 그냥 두는 것을 권장한다.
이제 왼쪽의 그래프에서 울퉁불퉁하던 파란색 그래프(원본) 위에 부드럽게 바뀐 초록색 그래프(플리커 보정)가 보일 것이다. 오른쪽 위의 [XMP Save]를 선택하고 완료되면 프로그램을 종료한다.
(7) 앞서 (1)을 다시 반복한다. ACR에서 불러온 값을 보면 LRTimelapse에서 설정값을 바꾸어넣은것이 보일 것이다. LRTimelapse에서는 [Exposure]값을 조정하여 플리커를 감소시킨다. 이제 <Ctrl+A>키를 눌러 전체 선택한 뒤에 왼쪽 아래의 [Save Image]를 클릭한다. 원하는 폴더에 적당한 이름으로 저장하면 된다. 일렬번호가 붙도록 해야 영상 편집 프로그램에서 영상으로 편집하기 좋다.
(8) 이제 시퀀스 파일이 만들어지면 Sony Vegas나 Adobe의 Premiere와 After Effects. 애플의 Final Cut Pro 등에서 불러와서 영상으로 만들 수 있다. 타임랩스는 사진으로 찍어서 영상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사진 작업이 끝나면 영상 작업까지 손이 많이 간다.
아름다운 노을 빛과 함께 담을 소재들을 찾자
노을이 깔리면서 하나 둘씩 들어오는 도시의 불빛들은 참으로 아름답다. 한 시간 넘게 기다리고앉아서 보고 있으려면 지겹겠지만 타임랩스 촬영으로 1분도 안 되게 줄이면 매우 강력한 시각적 효과를 준다. 도시의 야경을 찍을 때에는 아름다운 빌딩 숲 이외에도 차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 주목하라. 자동차 디자인에서도 차를 살려주는 것은 캐릭터 라인이다. 빌딩 숲 사이로 뻗어나간 길의 불빛은 화면 구성에 힘을 준다.
조금 일찍 시작한다면 빌딩 숲 사이로 그림자들이 길게 드리워지는 것을 촬영해도 재미있다. 고궁을 야간 개방하는 경우에는 사람들과 조명이 어우러져 좋은 그림을 얻을 수 있다.
빌딩숲 사이로 그림자가 넘어가는 장면
고궁의 야간 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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