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서 독도를 찍다

2014. 11. 16. 13:06별. 그리고 사진/동 - 대한민국 독도

1. 독도


독도를 드나들기 시작한 건 2011년부터다. KBS의 <스펀지 제로>의 밤하늘 특집편을 찍기 위해 두 번 들어갔는데, 두 번째는 태풍 때문에 열흘이 넘게 갇혀 있었다. 그리고 MBC 다큐멘터리 <대한민국 독도 3D> 촬영을 위해 들락거렸는데, 여름에 모기와 일명 '깔따구' 때문에 엄청 고생했다.


독도에 앉아 있으니 울릉도가 생각보다 잘 보였다. 날이 맑으면 서쪽으로 울릉도가 보이는 거다. 그럼 울릉도에서도 독도가 보이겠구나... 그게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독도에서 바라본 울릉도와 일몰, 2013



2. 계산


독도까지의 거리는 약 90km. 평소 맑은 날 가시거리는 20~30km이니 일본에서는 안 보인다고 주장할 만 하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1억 5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태양은 잘 보이니까. 킬리만자로에서는 평소에도 100km 정도는 보이니까. 세종실록지리지에서도 맑은 날 서로 보인다고 하고, 동네 주민들도 보인다고 하니까. 어렵지만 불가능한 프로젝트는 아니다.


태양의 시직경은 약 0.5도. 계산해보니 독도의 시직경은 그 절반 정도였다. 그림은 나오겠다는 계산이 섰는데, 0.1도 이내의 오차로 위치와 고도를 정확하게 잡아야 했다. 까먹었던 삼각함수를 다시 공부. 수학이 사진가의 경쟁력이 될 줄이야... 두 번의 기회가 없으니 한 번에 찍어야 하고, 한 번에 성공하려면 계산이 정확해야 했다.





3. 답사


한 두 시간 정도로 생각했던 답사가 네이버의 엉터리 지도 덕분에 6시간 짜리 생애 최고 난이도의 산행이 되고 말았다. 물 한 모금 못먹은 채, 답사라는 원래 목적이 생존으로 바뀌고 난 뒤에도 한참이 걸렸다.


신병교육대에서의 유격 이후로 처음 노란 빛 하늘을 보았는데, 그 혼미한 와중에 머리 속에서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고 있었다.


과거로 가서 한 일은 로또 사는 게 아니라 마왕을 찾아가는 일이었다.

"그 병원 가면 안돼요!“


젠장이다.



4. 촬영


아무 소득 없이 울릉도를 들락거리기를 반복. 

답사를 빡시게 한 덕분에 쓸 만한 일출 하나 건질 수 있었다.



그냥 보면 평범한 일출이지만, 자세히 태양을 보면 흑점 말고 딴 게 보인다.

울릉도에서 촬영한 독도 일출.



천체망원경으로 촬영한 컷들을 보다 보니 green flash라고 부르는 현상이 촬영되었다. 태양 위쪽에 보이는 초록색이 바로 그것이다. 드물게 보이는 현상으로 지속시간이 1초 내외이기 때문에 촬영되더라도 딱 한 프레임이다. 그런데 그게 독도가 딱 가운데 왔을 때 찍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