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일보 연재] 타이타닉의 구라 (desk 편집전)

2009. 4. 5. 21:14딴지일보에 실었던 글

영화속의 구라들 - 타이타닉 -

- 딴지일보 19호(편집전)

타이타닉은 정말 감동적인 영화였다. 특히 전반부에서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는 과정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한 장면은 그중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필자는 조선설계 전산화가 업이다. 필자는 영화보고 나서 같이 봤던 앤한테 이 이야기 했다가 되지게 맞았다. 그리고 다신 같이 영화 안본다는 이야기도 들어야만 했다. 구조역학을 전공한 K선배는 배가 두동강 나던 장면이 가장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너 거기 봤냐. 응력집중이 일어나면서 크랙이 퍼져나가는 것을? 정말 대단하지 않던? 역시 종강도야 종강도... 배는 종강도가 중요해..."

청해진함의 감압실 내부 (시사저널 윤무영 기자 사진) 씨바 정작 만든 직원들은 사진 못찍음. 찍다가 짤리는 수 있음.

하긴 경제학 전공의 J군은 영화 끝날 때까지 내내 하품만 하다가 목걸이를 바다에 빠뜨리던 장면에서 아까와서 눈물이 났다고 해서 경악시키기도 하였다.

어쨌든 카메룬 감독은 대단했다. 조선공학적으로는 거의 흠잡을 데가 없었다. 도입부에 타이타닉을 탐색하기 위해 사용하는 잠수장비는 세계에 5대 밖에 없는 것이라는데 그중에 2대를 투입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얼마전 거제도 앞바다에서 침몰된 북한의 반잠수정을 인양하기 위해 미국방부의 지원을 받으려다 엄청난 가격에 한발 물러나 SSU(해난 구조대) 요원들 중에서 특공대(?)를 뽑아 내려 보냈다. 참고로 그당시 작업한 잠수부가 해저에서 올라와서 대기압에 적응될 때까지 감압실(이거 점점 압력을 낮춰주는 철제 깡통이다. 이 작업에 투입된 잠수함 구난함인 청해진함에 설치되어 있는 것은 길이가 10m 정도 밖에 안되는데 그 안에서 먹고 자고 싸야한다.)에서 보내야 했던 시간이 123시간이라고 한다. 어쨌든 사람이 직접 들어가 인양한 깊이의 최고 기록이라고 하는데 정말로 대한민국 국방부의 헝그리 정신 만세다.

여담이지만 타이타닉의 전망대 선원이 그냥 술먹고 자버려서, 그래서 빙산에 정면으로 충돌했다면 배가 침몰하진 않았을 것이다. 선박은 사고에 대비하여 서로 방수가 되는 여러 구획으로 나뉘어져 있다. 따라서 정면으로 충돌했다면 맨 앞의 한구획만 침수되기 때문에 배는 당연히 뜬다. 참고로 타이타닉은 총16개의 방수 격실을 내장하고 있었으며, 이중 4개까지 파손되어도 물위에 뜰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타이타닉은 빙산을 감시하던 선원이 빙산을 발견하고 겨우 방향을 돌리다 빙산에 배의 옆구리가 긁히게 된다. 그리하여 연속된 5개의 구획에 침수가 일어나게 되어서 침몰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강선이었던 타이타닉에게 북대서양의 차가운 물은 더욱 악재였다. 금속은 저온에서 쉽게 깨지는 성질이 있는데, 이것 때문에 거의 군함수준의 배였던 타이타닉도 빙산의 일격에 그렇게 쉽게 창자를 드러내 보이고 말았던 것이다. 전문용어로는 저온에서의 취성파괴라고 하는데, 요즈음의 선박에는 이것에 관한 규정도 마련되어 있다.

이제까지 영화에 대한 칭찬만 한 것 같은데 그렇다고 옥의 티가 없는 것은 아니다.
 

1. 침몰당시 수온은 영하 2도, 기온은 영하 0.5도 - 사람의 생존가능 시간은?

간단히 말해서 오래 못간다. 그 당시 생존자 중에서는 30분 이상을 버티었다는 증언도 있지만 그 상황에서 시계를 꺼내어 시간을 재었을리는 만무하다. 고통스런 시간은 1분이 10년 같았을 것이다. 극도의 공포에서 마약성분의 호르몬이 분비되어 고통을 못느끼게 한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사람이 영하의 물속에서 그것도 머리만 물밖에 내놓고 몸전체에서 체온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그런 상황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차대전중 나치에 의한 유태인 생체실험에서 4~6도의 수온에서 53~93분 동안 사망률 100%였으며 -1도의 조건에서는 30분이내에 사망률 90%라는 기록이 있다. 그 유명한 일본의 731부대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있었으나 극저온에서의 인체의 취성파괴(?)등의 상당히 엽기 고차원적인 실험이므로 이번 사례에는 해당이 되지 않겠다.
 

영하 2도 물속의 로즈. 사실 허리 깊이의 따뜻한(?) 물에서 촬영한 것이라고...

어쨌든 북대서양 의 유빙지역 등의 차가운 바다를 운행하는 선박에서 사람이 빠지면 거의 죽는다고 보면 된다. 왜냐하면 구조하기 위한 보트가 내려지고 조난자에게 다가갈 때쯤이면 이미 그 사람은 몸이 굳어서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 속 두 주인공, 후반 30분여를 얼음물 속에서 돌아다니지만 고작 이 한마디가 전부이다.

"Oh, It's so cold. (졸라 추워)"

참고로 침몰후 구조되기까지 주인공이 물속에 잠겨 있는 시간은 영화의 상영시간으로만 10분이며, 침몰전부터 이미 영하 2도의 물속에 들어갔다 나와서 젖은 몸에 영하 0.5도의 대기에 노출되어 있었다. 당시 구명보트를 타고 살아나온 사람들 중에서도 동상에 걸려 고생한 이가 상당수인데 이들 두사람의 사랑의 힘은 과학을 초월했단 말인가? 절로 똥꼬가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2. 구명조끼도 없던 도슨이 어떻게 빨려들지 않고 나왔을까?
 

물속으로 들어가는 잭 도슨. 씨바 지몸에 무슨 납덩이 라도 달았나...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의 옆에만 있어도 그 공기의 흐름에 빨려드는 경우가 있다. 물체가 지나가고 나면 그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해서 주변의 공기가 움직이는 결과이다. 공기도 아니고 물이라면 그 힘은 엄청나다.

타이타닉호의 길이는 259m 였으며, 동강난 뒷부분의 길이를 1/3만 잡아도 90m 가까이 된다. 따라서 그 덩어리가 가라앉을 때에는 엄청난 소용돌이가 생겼을 것이다.

영화에서도 구명보트의 선원이 빨리 노를 저어서 빠져나가지 않으면 빨려든다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우리의 두 주인공, 특히 도슨은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그 소용돌이의 중심이던 배 끝에서 유유히 살아나온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는 고요한 물속으로 수~욱 들어가는 엽기성을 보인다. 물먹고 죽은 시체도 아니고 얼어죽은 시체인데, 이 경우에는 당근 물에 두둥실 떠야 하지만 그냥 물속으로 깊숙히 들어간다. 이거 영화적 감동을 노린 구라다.

 

3. 밤하늘의 은하수
 

파편 조각 위의 로즈

구조되기 직전 로즈가 파편 조각 위에 누워서 하늘을 쳐다보는 장면이 나온다. 똑바로 누워서 천정을 응시하는데 그때 밤하늘에는 은하수가 유유히 흐른다. 본인이 정지화면으로 놓고 일일이 별자리를 찾아보았지만 지구상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침몰당시의 시간과 장소, 즉 1912년 4월 15일 새벽 2시에서 3시 사이에 북위 41도 서경 50도 위치의 하늘에서는 은하수가 영화에서 나타나듯이 하늘을 가로지르지 않는다. 그림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가겠지만, 그 상황에서는 고개를 45도 이상 옆으로 젖혀서 수평선 위를 가로지르는 은하수를 봐야 과학적으로 정확하겠다.

 

밤하늘을 바라보는 로즈

 

이때 나타나는 밤하늘 아무리 봐도 무슨 별자리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결국 지구상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혹시 아는 놈 있으면 멜 쎄리시라. 그러나 없으리라 본다.

 

타이타닉 침몰 당시의 밤하늘 독자들을 위해 별자리를 표시하는 선을 추가함. 아는 별자리 있으면 찾아보기 바람.

 

당시 상황을 과학적으로 재구성한 밤하늘 그림과 같이 수평선 위로 은하수가 낮게 떠있어야 한다. 당근 로즈도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봐야 되겠다.



4. 두동강나는 장면에서 일어나는 폭발

타이타닉의 외판은 강철이 리벳으로 연결되어 있고 상부의 갑판 일부는 목재로 되어 있었다. 요즘은 모두 철판을 용접해서 만들지만 그당시는 그런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요즘은 청바지 주머니에서나 볼 수 있는 리벳으로 각각의 철판을 누더기 깁듯이 이어 나갔던 것이다. (사실 항공기는 아직도 리벳방식으로 조립하고 있다.)

어쨌든 응력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했던 리벳부분이 부서지면서 선체가 두동강 났을 것이다. 실제로 타이타닉의 건조에 사용된 리벳의 재질이 매우 약한 것이었다는 증언도 있다. 목재로 된 마루부분은 영화에서 보듯이 활처럼 휘다가 그렇게 뚝 하고 부러진다.

짜장면 먹고 젓가락 부러뜨려보신 분들은 다들 알리라. 금속이건 나무이건 간에 부러질 때 그냥 '우지끈'하고 부서지지 영화에서 처럼 그렇게 불이 나지는 않는다. 그냥 불똥이 튀는 정도라면 봐주겠지만 이건 아예 화재가 발생한다. 이건 과장이며 다시 말해서 구라되겠다.

 

두동강 나는 타이타닉

 

씨바 이 정도면 폭발이다



(여담)

여러번 다시 보면서 그 당시 과학기술에 맞지 않는 장비, 예를 들자면 형광등 같은 것들이 있는지 찾아 보았는데 찾을 수 없었습니다. 카메룬, 역시 엽기적인 감독이로군요. 사소한 것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그리고 로즈의 방에 있던 피카소(1881~1974)와 모네(1840~1926)의 그림들, 루이16세의 왕관에 박혀 있던 보석 등등은 비 과학적 구라가 아니라 비 역사적 구라이기 때문에 언급을 생략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