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촬영을 위한 삼각대의 조건, GITZO의 SYSTEMATIC 시리즈
2011. 8. 4. 21:33ㆍ천체사진가의 촬영장비
본 글은 SLR클럽(www.SLRClub.com)에 게재할 목적으로 쓰여진 글입니다.
(GITZO GT3531 삼각대 @ 서울 안산)
어떤 삼각대가 가장 좋을까? 그 답은 용도에 따라 다르다. 길거리 스냅이라면 삼각대는 거추장스러운 짐만 될 뿐이다.
(Matin MB-888 삼각대)
이런 컴팩트한 삼각대도 셀프샷 정도라면 최고의 가격대 성능비를 가진다.
(Velbon Mini-F 삼각대)
이런 난쟁이 삼각대도 쓸 데가 있다. 접사용 최강의 삼각대라 불리던 벨본 mini-F. 생산 중단된 지 꽤 된 모델인데 아직도 찾는 사람이 있다.
(Mt.Kilimanjaro, western sky, 10 hours, 2010)
(Mt.Kilimanjaro, southern sky, 10 hours, 2010)
오늘 주제는 위와 같은 장시간 촬영을 위한 삼각대이다. 몇 시간씩 이어지는 촬영에서도 흔들림 없이 카메라를 지지해주는 튼튼한 삼각대는 어떤 것이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들고 다닐 수 있는 삼각대 중에 가장 무거운 것을 고르면 된다.
쉽게 고르는 방법은 삼각대 다리를 손으로 움켜쥐었을 때, ‘딱 내거다’라는 느낌이 오는 것을 찾으면 된다. (응?) 참고로 아래는 필자가 쓰는 삼각대 중에 가장 크고 무거운 것이다.
(GITZO G1500 삼각대 @ 소백산천문대)
천체사진처럼 장시간 촬영해야하는 분야에서 삼각대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아래 사진은 십여 년 전에 감은사지에서 촬영한 것이다.
잘 찍힌 것 같지만 확대해 보면 아래와 같다.
바람이 심하게 불던 날이었는데, 두 삼각대 중 하나에서는 이렇게 찍혔고, 나머지 하나는 아예 넘어져서 카메라가 흙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경주까지 가서 밤새고 두 번씩 촬영하고 싶지 않다면 삼각대는 튼튼한 것을 써야 한다는 것을 비싸게 배웠다.
보수공사 들어가는 바람에 9년을 기다려서 다시 찍을 수 있었다.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장시간 노출을 위해 삼각대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첫째도 안정성이요, 둘째도 안정성이요, 셋째도 안정성이다. 안정적으로 지지하려면 삼각대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좋다. 앞서 GITZO G1500 삼각대의 경우, 4.4kg로 국내 판매되고 있는 사진용 삼각대 중 가장 무거운 것 중의 하나다. 다 좋은데 차에 싣고 다녀야지 하루 종일 들고 다니는 건 터미네이터가 아닌 이상 쉽지 않다. 해외 촬영이라도 가려면 마음 단단히 먹어
야 한다.
가벼움과 안정성은 양립할 수 없는 조건이지만 튼튼한 삼각대라면 방법이 있다. 돌 주머니를 달거나 가방을 매달면 된다. 비교적 짧은 시간의 촬영이라면 가방을 매달 수도 있지만, 가방이 바람에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돌주머니가 좋다.
(GITZO GT3531 삼각대 @ 안산)
(GITZO GT3531 삼각대 @ 독도)
바람이 장난 아니게 불어서 사람도 똑바로 서 있을 수 없는 곳이다. 심지어 촬영하던 사람이 바람에 날려가서 다친 적도 있다. 저 돌을 뺀 순간 삼각대가 바로 넘어 갔다.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삼각대가 가장 좋은 선택인데, 필자의 의견으로는 장시간 노출을 위한 최고의 선택은 GITZO 또는 Velbon의 최상위 모델인 GEO Carbon N시리즈 정도가 될 것이다. Velbon이 비슷한 급에서 약간 싼데, 그만큼 무겁거나 지지력이 떨어진다. 공짜는 없는 것이다. 돈 생각하지 않고 고르라면 GITZO의 SYSTEMATIC 시리즈가 최고의 선택이다.
GITZO의 삼각대에는 여러 라인업이 있는데, 대개 가장 굵은 다리가 16~32mm 정도이다. SYSTEMATIC 시리즈는 최소 사이즈가 32mm부터 시작하는 가장 크고 견고한 라인업이다.
그럼 이 튼튼한 삼각대를 구성하는 몇 가지 요소들에 대해서 짚어 본다.
1. 센터 칼럼
삼각대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센터 칼럼이고, 그 다음이 마디다. GITZO의 SYSTEMATIC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센터 칼럼이 아예 없다. 물론 상단 플랫폼을 교체해서 센터 칼럼을 쓸 수도 있고, 비디오용으로 레벨링 되는 것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극한의 안정성을 원한다면 기본 플랫폼을 그대로 쓰는 것이 좋다.
(위가 기본 플랫폼, 아래 1, 2가 레벨링 플랫폼, 3이 센터 칼럼)
2. 마디
마디 단수는 적을수록 좋은데, 적절한 높이와 수납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있어야 한다. 요즘 GITZO를 따라 만드는 저가 삼각대들도 품질이 상당히 좋아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마디와 센터 칼럼 같은 마지막 2%에서 차이가 있다. 게다가 GITZO의 G-Lock 시스템이 마디에 적용된 이후에는 그 안정성의 차이는 더욱 벌어졌다는 것이 필자의 느낌이다. 삼각대 마디를 모두 펼친 상태에서 힘을 주어 비틀어 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또한 삼각대를 설치할 때 바닥을 다지기 위해 삼각대 발(또는 스파이크)를 박는데, 이때의 가해지는 충격은 삼각대가 지지할 카메라 무게를 훨씬 상회한다. 이런 충격을 버틸 수 있는 튼튼한 마디를 가진 삼각대가 필요한 것이다.
3. 발
삼각대가 카메라와 닿는 부분, 그리고 지면과 닿는 부분도 매우 중요하다. 카메라와 닿는 부분은 헤드니까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한다. 지면이 흙, 돌, 실내 등 다양한 상황에 적절한 것을 써야 한다. 실외에서 사용하는 풍경사진의 경우 단단히 고정하기 위하여 고무 발 대신 강철로 만든 스파이크를 박아서 사용한다.
GITZO 삼각대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이 모듈식 구성이라 원하는 부속으로 교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발도 고무발, 스파이크 발, 겸용 등 중에서 골라서 쓰면 된다. 스파이크도 길고 짧은 것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나사식으로 되어 있어 고무와 스파이크를 겸하여 쓸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데 참 비싸긴 하다. 프로용 장비들은 그 약간의 차이에 참으로 많은 돈을 요구한다. 그 약간의 차이는 바로 신뢰성이다. 카메라도 사진 나오는 것 비슷해도 플래그쉽 바디는 두 배 이상 비싼 것이 마찬가지 이유다. 비바람 몰아친다고 사진 안 찍을 수 없기 때문이다.
노을빛이 죽여주는데도 심한 바람 때문에 촬영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럴 때 나는 셋팅하던 삼각대의 돌 주머니에 마지막 돌을 하나 더 얹는다. 이런 게 신뢰성이다.
그럼 GITZO의 SYSTEMATIC 시리즈의 스펙들을 한번 들여다 보자.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No Center Column이라는 단어가 보일 것이다.
GITZO의 삼각대는 위와 같이 여러 모델이 있는데, 최근에 나온 것들은 GT3531VLS와 같은 체계로 되어 있다. 첫 번째의 G는 Gitzo, 그다음의 T는 Tripod라는 것이 쉽게 유추가 된다. 그다음 네 자리의 숫자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자리 - 가장 굵은 다리의 굵기, 즉 등급이라고 보면 된다. 0부터 5까지가 있는데, 5가 가장 굵다.
둘째자리 - 재질. 3이면 알루미늄, 5이면 carbon fiber 6X, 9이면 Basalt이다.
셋째자리 - 마디의 단수. 3이면 3단, 4이면 4단이다.
넷째자리 - 아무리 봐도 추측할 수 없어 결국 제품 살 때 물어봤더니 버전이란다. 조금씩 개선된 버전이 나올 때마다 숫자가 하나씩 올라간단다. 0에서 1로 바뀔 때 뭐가 달라진거냐고 물어봤더니 상단 플랫폼 아래쪽에 가방 다는 고리가 생겼다고...
(이게 그 가방 다는 고리)
그 뒤로 영문은 각각의 변형된 모델명이다. S가 일반, LS는 좀 긴 것, XLS는 왕 긴 것, V가 들어가면 비디오용으로 나온 것이다. 비디오용은 상단 플랫폼이 레벨링 베이스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별도의 플랫 플랫폼을 사야 한다. 스파이크 발이나 상단 플랫폼 부분은 모두 교체가 가능하다.
이런 값비싼, 어찌보면 오버스펙일지도 모르는 삼각대를 어디다 쓰는지 사용 예를 한가지 들어본다. 주로 초망원을 쓰는 새사진 아니면 초장노출을 하는 천체사진일 것이다.
(태안 바닷가에서 하룻밤 동안 촬영한 것이다. 재생 버튼을 눌러보자.)
이상으로 튼튼한 삼각대를 고르는 기준과, GITZO 삼각대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즐거운 사진 생활 하시길.
별 보는 사람들은 즐거운 星생활 하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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