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일보 연재] 방광의 담수량에 대한 엽기실험 (desk편집후)

2009. 4. 5. 21:49딴지일보에 실었던 글

방광의 담수량에 대한 엽기실험

본기자 며칠전 일이다. 강화도에 사진찍으러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이었다. 88대로는 너무나 막혔다. 그리고 점점 아랫배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구 보니 사진찍느라 정신이 팔려 오후 내내 한번도 오줌누러 가지 않았던 것이었다.

강화도에서 출발한 후, 중간에 약간의 충동을 느꼈으나 마땅한 데를 찾지 못해 그냥 그렇게 가다 보니 상황이 이렇게 되고 말았다. 이 때, 옆에 있던 500ml 짜리 생수병이 퍼뜩 눈에 스쳐 들어왔다. 요기가 그냥 처리를 해 버릴까하는 맴이 들었으나 주변상황은 이를 실천하기엔 비관적이었다. 옆에 높은 차들이 그날 따라 많이 보였던데다 도로는 거의 정체에 가까워 운전자들이 똑바로 앞만 보고 달리는게 아니었던 거다.

씨바 거기는 왜 갓길도 없는 거야... 차를 대놓고 일 볼 장소도 마땅히 없는 사면초가의 상황... 배변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열악한 교통시스템에 대한 분노가 방광 깊숙히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맞은편 차선이나 그옆 도로를 지나가는 차들에게 씨바 내 자쥐 크다~ 하고 까놓을 용기는 차마 나지 않았다.

국민학교 갓 입학했을 적의 처절했던 쪽팔림의 순간이 재현될 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에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 오오.. 신이시여, 저의 방광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

그 때, 기도의 효험이 있었는지 드디어 휴게소를 알리는 표지판이 눈앞에 들어왔다.. 그리나 원래 마지막 순간이 참기 힘든 법. 요도에 밀려드는 폭포수같은 압력에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 요도에 준 힘을 풀어 버리라는 사악한 유혹을 억누르며 차의 시동을 끄고 나선 순간, 엉뚱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내가 그동안 참은 쉬의 양은 얼마나 될까. 이번 오줌은 태어나서 한번에 눈 것 중에서는 가장 많을 텐데, 그 양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픈 유혹을 강렬하게 느꼈던 거다. 그래서 그 분초를 다투는 시간에 다시 차문을 열고 500ml 생수병을 챙겨서 화장실로 달려갔다.

역시 생수병에 느껴지는 수압은 대단했다. 곧 병목까지 차서 넘치기 시작했다. 뇨자 분들은 안되겠지만 남자들은 되는 게 있다. 자쥐 끄트머리를 부여잡고 분출을 막은 후, 생수병을 비우고 다시 측정에 들어 간 것이었다.

그리고 실험결과.. 생수병을 2번을 비우고 3번까지 이어졌다.

아.. 이 끈질진 탐구정신, 허준이 스승의 배를 갈라 학문에 매진했지만, 본 기자의 자신의 요도를 잡고 학문적 연구에 임했으니 허준을 능가하는 학구적 자세일 거라고 스스로 마구 자랑스러워 했다.

본 기자가 이번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를 허준 필로 발표토록 하겠다.

본 기자의 방광은 요도를 타고 2초쯤 거슬러 올라간 곳에 둥근 공 모양으로 되어 있사옵니다. 방광은 최대 여덟 홉의 오줌을 저장하고 있으며, 다섯 홉이 차면 요도에 강력한 압력이 밀려 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나이다. 무병한 방광이 하루에 배출하는 소변의 양은 한 되가 조금 못 되며, 따라서 소변을 배출치 않고 있으면 한나절만에 방광이 가득차 요도가 차고 넘쳐 쪽팔린 상황을 맞이하게 되옵니다. 이것이 배꼽 아래 단전부분에 있는 방광의 모습이옵니다.

끝으로 방광에 쉬가 여섯 홉이상이 차게 되면 배출시 폭포수같은 반발탄력으로 의관이 황색 얼룩으로 물들 수 있사오니, 유념하시옵소서..

허준을 능가하는 엽기인체실험을 감행한
엽기과학부 대표기자 L.O. (kwon572@ddan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