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 길 위의 인생

2012. 8. 27. 00:09별, 그리고 사진 - 국외/호주에서 남반구의 별을 보다

세계 지도에서의 왜곡으로 남반구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기 때문에 착각하기 쉬운데, 호주는 섬이 아니라 대륙이다. 실제로 호주 대륙의 크기는 미국 본토의 크기와 거의 비슷하다. 땅 넓이로는 러시아, 캐나다, 미국, 중국, 브라질 다음으로 6 번째이다. 대한민국의 약 77배의 땅덩이에 인구는 절반이 안 되고, 게다가 서호주 지역은 사막 지대가 많아 사람 사는 집 보는 일이 드물다.

 

호텔이나 식당이 없기 때문에 캠핑을 하면서 다녀야 하고, 주유소가 있으면 무조건 가득 채우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도 기름 넣으러 200km 정도를 가야 했던 일이 두 번이나 있었다.

 

이번 열흘 동안의 여정 동안 총 달린 거리는 5,204km 였고, 그 중 대부분은 비포장 도로였다. 여기는 고속도로라고 해도 왕복 2차선이 고작이고, 그나마도 강을 건너는 다리에서는 1차선으로 좁아지는 경우가 많아 서로 서로 양보하는 것이 체질화되어 있다.

 

호주 여행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길. 길 위에서 먹고, 자고, 촬영했으니 이번 여행은 '길 위의 인생'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서호주 킴벌리(Kimberley) 지역의 전형적인 풍경. 넓은 땅, 푸른 하늘, 끝없이 뻗은 길, 그리고 바오밥 나무.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원래 파노라마 촬영을 해도 가로 세로 비율을 3:1 이상을 하지 않는데, 서호주 만은 예외다. 3:1을 두 배로 늘려서 6:1이다. 너무 넓은 땅덩이다 보니... (사진은 클릭해서 보자) 뒤에 나오는 고원 지역은 영화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배경으로 많이 등장한다. 여주인공(니콜 키드만)의 목장인 Faraway Downs의 뒷산(?)이다.

 

 

 

킴벌리 지역을 지나는 Gib river road는 우기에는 통행이 불가능하다. 건기임에도 저런 강을 수 십번 건너야 했다. 강물이 불어나면 차가 떠내려 가는 사고를 겪기도 하기에 도로가 폐쇄된다. 영화 '오스트레일리아' 마지막에도 일본군이 침공하는데 우기라서 그냥 목장으로 피난가는 것으로 나온다.

 

한 번은 얕은 강을 건너는데 물 속에 뭔가 있는 것 같아서 급정거를 했더니, 내 키 만한 악어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대로 지나갔으면 여행 중 가장 황당했던 로드킬이 될 뻔 했다. 사실 밤에 운전하려면 캥거루랑 부딛치는 일을 각오해야 한다. 미안하다 악어 사진은 없다. 이 때 이후로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내서 무릎 위에 올려 놓고 운전했다.

 

 

 

 

길가의 바오밥 나무.

 

역시 붉은 땅과 바오밥 나무.

 

유칼립투스 나무. 흰 가지가 인상적이다.

 

 

 

비포장 도로인데다, 건조한 지역이다 보니 차가 한 번 지나가면 흙먼지가 안개처럼 일어난다. 워낙 다니는 차가 적긴 하지만, 앞에 비슷한 속도로 달리는 차가 있다면 뒷 차는 계속 짙은 흙먼지 속을 달려야 한다. 추월하기 직전이 가장 위험하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여행자들의 이동 수단. 사륜구동 자동차에 캠핑 트레일러를 붙여서 다닌다.  

 

 

 

로드 트레인. 

 

서호주 지역에서는 도로 위를 달리는 기차를 볼 수 있는데, 이름하여 '로드 트레인'이다. 화물 운송을 위해서 차량을 3~5 칸 정도를 달고 다닌다. 특히 폭이 큰 화물을 싣고 다닐 때에는 앞 뒤로 가이드 차량이 붙어서 간다. 

 

 

 

 

서호주 필바라(Pilbara) 지역의 붉은 흙. 고원과 평야가 같이 있는 킴벌리(Kimberley) 지역과는 달리 필바라(Pilbara) 지역은 붉은 흙으로 뒤덮인 건조한 지역이다. 한도 끝도 없는 붉은 지평선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길에서 만난 소들. 로드킬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서호주에 가서 내가 육식동물인 것을 알았다. 육~육~육~육~ 오빤 육식 스타일~

(관련 유튜브 보기 =>http://www.youtube.com/watch?v=r9rVlVLZMeY)

 

서호주 지역은 땅이 워낙 넓다 보니 소들을 그냥 풀어 놓고 키운다. 그러면 소들이 알아서 먹고 자고 번식하는데, 어느 정도 자라면 카우보이들이 소를 몰고 가서 파는 것이다. 말이 가축이지 실제로는 야생이다. 호주의 '청정 쇠고기'가 이렇게 만들어진다. 이제까지 대한민국에서 먹었던 쇠고기는 진정한 쇠고기가 아니었다! 평생 먹은 고기 중에 가장 맛있는 고기를 호주에서 맛보았다. 그 맛을 못 잊고 한국에서 '아웃백 스테이크'에 가서 '레어'로 주문해 봤는데, 아무래도 호주에 다시 가야 할 듯 하다. 

 

 

 

 

필바라 지역을 벗어나 브룸(Broome)이 가까운 어느 곳. 필바라 지역에서는 구름 한 점 볼 수 없었는데 해안 쪽으로 나오니 드디어 구름을 만날 수 있다. 멀리 지평선 위에 신기루가 보인다.

 

 

필바라 지역. 달리다가 노을을 만났다. 지평선 끝에서 끝까지 평지이다. 이렇게 넓은 땅에 가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이 정말로 느껴진다.

 

 

 

 

ps)

열흘 동안 5,204 Km를 달린 렌터카 이용료는 무려 3071.31$ (한화 약 362만원), 여기다 기름값 약 100만원이 들었다. 비포장 험로기 때문에 km당 요금을 따로 받아서 렌터카 요금이 상당하다. 앞의 5일은 한겨레신문 취재팀이랑 같이 다녀서 내 돈 들어갈 일이 없었는데, 취재팀 귀국후 혼자 5일 더 다니는 동안 호텔, 식당 한 군데도 안들어가고(사실은 없어서 못 들어감) 차에서 먹고 자고 했는데도 2백 넘게 들었다는...

오지게 비싼 오지. -.-;;; 단체로 갈 때 묻어가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싸게 갈 수 있다. 

 



한겨레신문 별 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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