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슨 풀?

2009. 5. 3. 21:50살다보면

- 2006.02.03

어제 부서 회식하는데 누가 직장인을 김수영의 시 '풀'에 빗대어 우린 다 바람불면 누워야 하는 풀이라고... 이야기 했다.

이번에 승진한 과장왈. 그럼 나는 이름 없는 잡초.

옆에 있던 차장왈. 나는 그럼 갈대.
(생각하는 갈대?)

.
.
.
.
.
듣고 있던 필자왈. 나는 그럼 물옥잠.
바람불면 흘러가죠... -.-;;;


대기업에서 벤쳐, 다시 대기업으로 옮겨봤는데
역시 자기 회사 아니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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