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3. 22:08ㆍ사진에 관하여
- 2006.07.02
눈길을 끄는 사진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간단하게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평범함을 거부하면 된다. 어떻게 하면 되는지 하나하나 알아보기로 하자.
1. 눈높이를 바꾸어 본다.
사람의 일반적인 키에서 보는 시각은 너무나 평범하다. 눈높이를 바꾸어보면 평범하지 않은 사진이 나온다.
카메라를 땅바닥까지 낮추면 전에는 안보이던 것들이 보이게 된다. 사람의 눈높이가 아니라 땅바닥에 붙어사는 멍멍이의 눈높이라고나 할까. -.-;;;
반대로 신의 시선으로 내려다 볼 수도 있다. 아주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시각은 역시나 강렬하다.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하늘에서 본 지구]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직접 올라가던 모형 항공기를 이용하던 돈이 아주 많이 든다.
2. 색채(또는 빛)를 바꾸어 본다.
평범한 색채를 거부한다. 컬러시대에 오히려 흑백사진을 찍기도 한다. 포토샵을 이용해서 색감을 엄청나게 부풀리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톤을 압축하여 하이키 또는 로우키의 컨트라스트가 강조된 사진을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이 잘 경험하지 못하는 시간대에 황홀한 빛을 담아보자. 그러나 이런 미묘한 빛은 눈으로 느끼는 것과 필름에 기록되는 것과, 인화지나 모니터로 표현되는 것을 비슷하게 맞추는데 엄청난 노력이 들어간다.
사실 천체사진도 이 부류에 들어간다. 낮에 태양광을 이용해서 촬영하는 것이 아니기에 뭔가 다른 사진이 되는 것이다.
3. 화각과 피사계심도를 바꾸어 본다.
사람의 시각은 보통 표준렌즈 정도의 원근감에, 실제로는 촛점을 맞춘 대상만을 정확하게 보지만 앞뒤로 촛점이 다 맞는 상으로 머리에 각인된다. 즉 표준렌즈에 조리개를 한도까지 조인 상태라고 보면 되겠다.
초광각 또는 어안렌즈의 특성으로 나타나는 이미지의 강조와 왜곡은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아니기에 강렬한 인상을 주게 된다. 또한 주제에만 촛점이 맞게 얕은 심도로 촬영된 사진도 마찬가지의 효과가 있다.
특히 얕은 피사계 심도는 인물사진에서 많이 사용된다. Beauty, Baby, Beast의 사진계의 영원한 3대 주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4. 사진의 가로세로비를 바꾸어본다.
인간의 눈은 좌우로 2개가 있기에 옆으로 약간 긴 직사각형이 가장 평범한 (그리고 편안한) 형태의 이미지이다. 대부분의 카메라에서의 이미지 세장비가 2:3 또는 3:4 정도인 것은 이런 인간의 시각에서 연유한 것이다. 세로사진을 촬영하기가 어려운 구조인 핫셀 등의 중형카메라들에서나 6x6과 같은 정방형의 포맷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이미지의 세장비를 파괴해 보자. 같은 풍경이라도 파노라마 카메라로 넓게 촬영된 것은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시선은 좌우로 훑어 나가게 된다. 그만큼 이미지에 시선을 오래 붙들어 둘 수 있다.
물론 파노라마 카메라는 상당히 비싸기 때문에 촬영된 이미지의 아래위를 잘라내는 것이 훨씬 값싸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참고로 세장비는 1:2를 넘어야 하고 1:3 까지가 효과가 좋다.
루게릭병으로 타계한 사진가 김영갑씨도 평생 사진을 찍었지만 말년(?)에 찍은 파노라마 사진들, 특히 강한 사진들이 주로 기억된다. 사실 이분의 사진들중에는 요즘의 '강한' 사진에만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에게는 평범해 보이기만하는 그런 사진들이 내게는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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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눈길을 끄는 사진을 만드는 법에 대해서 내가 알고 경험해본 한도 내에서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았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은 눈길을 끄는 사진이 꼭 좋은 사진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가장 좋은 사진은 가장 인간적인 시각으로 가장 인간적인 대상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잡아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사진 참으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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