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R클럽 사용기에 올린 글입니다)

 

 

어떤 카메라가 좋은 카메라인가?

 

직업이 사진가다 보니 카메라를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좋은 카메라라는 것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사용자와 사용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1Dx나 D4 같은 플래그쉽 카메라라도 초등생에게는 두 손을 다 이용해도 제대로 쥐기 어려운 무거운 벽돌일 뿐이다. (사진가가 되고 싶다는 초등생에게 핸드폰 카메라 아니면 튼튼한 똑딱이를 추천했다. 항상 들고 다니면서 찍고 싶은 거 찍어보라고.)

 

그래서 항상 물어본다.

‘어떤 사진을 찍으실 거에요? 어떻게 쓰실 거에요? 예산은 얼마나 있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들어 보고 적절한 카메라를 추천해준다. (그런데 뭘 찍을지 본인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그냥 돈에 맞춰서 사게 되는데, 대개 장롱 카메라가 된다.)

 

오늘의 주인공인 삼성카메라 EX2F는 컴팩트, 이른바 똑딱이 카메라다. 이건 어떻게 써야 좋은 카메라가 될까. 아니, 어떤 사람이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지 살펴 본다.


 

 

사용기 규정에 따라 우선 스펙

 

 

 


삼성카메라 EX2F와의 인연, 그리고 f/1.4

 

삼성카메라 한번 써보지 않겠냐는 전화가 왔다. 미러리스 체급에서는 삼성의 슈나이더 렌즈가 화질이 대단히 뛰어나기 때문에 평소에도 추천해주는 기종이라 반가웠는데, 이번 제품은 렌즈 교환도 안되는 똑딱이라고 그런다. 천체사진가한테 똑딱이 줘서 뭐하나 싶어서 거절하려고 뜸들이고 있는데, 조리개가 f/1.4란다.

 

호기심 발동. 떡밥에 낚였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그래서 이렇게 사용기를 쓰고 있다... 흑. 2부도 써야 한다. 된장...

 

 

 

조리개 f1.4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1. 노이즈 억제 효과

 

우선 컴팩트 카메라에서는 가장 밝은 렌즈이다. 밝은 렌즈를 사용하면 ISO 감도를 그만큼 높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노이즈 면에서 유리하다. 게다가 삼성 EX2F에 쓰인 이미지 센서는 BSI CMOS로서 회로 기판을 뒤쪽으로 보내서 각 화소에 떨어지는 빛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더더욱 노이즈면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야경에서 하늘 블루 채널에서 레드로 변해가는 암부가 노이즈가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부분인데, 100% 확대한 아래 사진을 보자. JPG이미지인 만큼 내부 프로세싱을 거쳐서 나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꽤 쓸만한 노이즈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최대 개방 조리개 f/2.8짜리 렌즈에서 ISO3200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f/1.4에서는 ISO800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노이즈 감소에 대해서는 확실한 우위를 가지게 된다.


100% 확대사진. 똑딱이의 노이즈 수준이 이렇게 진화했다.

 

 

 

2. 피사계심도

 

피사계심도는 초점거리가 길수록 얕고, 짧을수록 얕아진다. 대형 카메라에서는 촬상면이 크기 때문에 같은 화각이 되려면 더 초점거리가 긴 렌즈를 써야 하고, 그만큼 같은 조리개 값에서 피사계심도가 얕아지게 된다. 반대로 촬상면의 크기가 작은 컴팩트에서는 같은 화각에서 초점거리가 짧아지므로 피사계심도가 깊어져서 뒷배경 날리기가 어렵다.

 

f/1.4 조리개는 컴팩트 카메라에서는 참으로 아쉬운 것 중의 하나인 배경 흐리기 묘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 인물사진을 찍을 때에는 뒷배경을 확 날려주면 주인공에 집중되어 특히 여친 찍어줄 때 효과가 좋은데, 과연 똑딱이로도 가능할 것인가.

촬상면이 큰 DSLR에서의 f/1.4 렌즈를 쓸 때와는 차이가 많지만, 배경 흐리게 하는 효과는 충분히 볼 수 있다. 가능하면 망원으로, 주 피사체는 가까이 놓고 촬영하면 효과가 확실하다.

 


환산화각 24mm, f/1.4
주 피사체와의 거리를 최소화하면 최대 광각에서도 이정도 배경흐림을 얻을 수 있다.
인천공항서 발로 찍었다. -.-;;;

 


환산화각 24mm, f/1.4
하지만 거리를 넓히는 순간 이렇게 배경흐림 효과는 줄어들게 된다. 뭐 똑딱이에서 이게 어디냐 싶긴 하지만.

 



환산화각 80mm f/2.7
윗 사진과 같은 거리지만 줌을 당겨서 광학최대 망원으로 하면 이 정도 배경흐림이 된다.
f/1.4 고정이 아니라 망원으로 줌을 하면 f/2.7이 최대 개방 조리개이다.

 

 


3. 조리개를 제대로 쓸 수 있다!

 

렌즈에서 최고의 해상력을 내는 조리개 값은 얼마일까? 135 포맷의 렌즈에서는 대개 f/8 근방이다. 조리개를 개방하면 각종 수차로 화질이 저하되고, 조리개를 조이면 회절현상으로 인해 화질이 떨어진다. 대개는 f/16부터 회절에 의한 화질저하가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것은 135 포맷에서의 이야기이고, 촬상면이 클수록 조리개를 더 조여도 회절현상에 의한 화질저하가 나타나지 않는다. 대형 카메라를 사용하던 풍경사진의 대가 안셀 아담스가 주로 사용하던 조리개 값이 f/64였고, 이를 딴 사진가 그룹도 있었다.

 

반면, 촬상면이 작고, 그에 따라 픽셀 피치가 작은 컴팩트 카메라에서는 대개 회절 한계가 f/8 보다도 작다. 조리개를 최대로 조일 수 있는 한계가 이렇게 낮은데, 개방 조리개값마저 크다면 조리개 가동범위가 좁아서 사실상 거의 역할이 미미한 존재였다. 사실 조리개 조인다고 쨍해지는 것도 아니고, 조리개 연다고 뒷배경 날라가는 것도 아니고, 노출 조정 효과만 그것도 몇 스톱 되지 않는 구간에서만 쓸 수 있었던 것이다.

 

촬상면이 작은, 그래서 픽셀 피치가 작은 컴팩트 카메라에서 f/1.4라는 조리개 수치는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했던 조리개가 이제 나름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깊다. 사진 촬영에서 가장 중요한 조절 수단이 조리개이기 때문이다.

 


 

4. 초고속 촬영에서의 유리함

 

삼성카메라 EX2F의 동영상 기능에는 초고속 촬영이 들어 있다. TV에서 보는 영상은 1초에 약 30장이 지나간다. 초고속 촬영기능에는 120fps, 240fps, 480fps 옵션이 있다. 4배, 8배, 16배로 느린 슬로모션을 촬영할 수 있다. 이렇게 초고속 촬영을 할 때에는 셔터속도가 매우 짧기 때문에 조명을 강하게 하거나 ISO감도를 높여야 하는데, 조리개 f/1.4는 여기서도 유리한 점이 있다.


 

그냥 재미로 대충 찍은 거라 초점도 안 맞고 그렇다. 별 찍는 거 말고는 발로 찍으니까 양해하시라. 왕관은 잘 안보인다. -.-;;;
(발로 안찍은 영상은 여기서 보시라. https://vimeo.com/kwonochul/videos )

 

일반 동영상은 FullHD, 즉 1920x1080px 해상도로 촬영되는데, 120fps에서는 640x480으로 줄어들고, 240fps에서는 384x288, 480fps에서는 192x144로 줄어든다. 뒤로 갈수록 흐려보이는 것은 낮은 해상도를 640x480으로 확대한 탓도 있다.

 

 

 

필자에게 삼성카메라 EX2F는 - 프로사진가의 세컨드 카메라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갔는데, 이 카메라를 어떤 용도로 써야 좋은 카메라가 될까. 필자에게는 EX2F는 ‘프로사진가의 세컨드 카메라’로 괜찮은 카메라였다.

 

물론 카메라에서 페이스북 등의 사이트에 사진/동영상을 바로 전송하는 모바일 기능이나, 틸트 액정기능 등을 보면 셀카&페북질에 최적화된 카메라일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필자에게는 ‘프로사진가의 세컨드 카메라’로 쓰였다.

 

무엇보다도 셔터를 누를 때 반응시간은 DSLR과 동급이다. 똑딱이 특유의 한 박자 느린 현상이 없이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이 외에도 RAW 촬영기능, 초점부터 조리개, 셔터속도 등등 모든 설정을 수동으로 할 수 있다. 심지어 요즘 유행하는 HDR 기능도 들어있다.

 

조작 측면에서도 컨트롤 휠이 2개다. M 모드에서 각각 조리개와 셔터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DSLR 수준의 조작 편의성을 보여준다.


화살표로 표시한 부분이 컨트롤 휠.

 

 

사실 기능상으로는 DSLR에 있는 기능을 다 가지고 있지만, DSLR의 역할은 기대하지 않는다. 각자의 역할이 있으니까. 촬영 현장을 기록하고, 본 촬영 전에 테스트용으로 그 역할을 충분히 해주었다.

 

단렌즈를 주로 들고 다니는 필자에게 촬영 현장에서 어느 렌즈를 들이대야 좋을지 일일이 꺼내서 렌즈 교환하는 것은 상당히 피곤한 일이다. 이런 컴팩트 카메라가 주머니에 들어 있어서 간단히 확인할 수 있으면 아주 편리하다. 기왕이면 초점거리를 배율이 아니라 135 full frame의 환산 화각으로도 표시해주면 더 좋겠다.

 

그리고 영업용 카메라들(?)이 모두 촬영 중일 때 간단하게 촬영 현장을 스케치하는 용도로도 아주 훌륭하다. 그 가벼움. 그 작은 크기. 렌즈 교환의 불필요함. 셔터만 누르면 알아서 찍어주기. 게다가 이 작은 카메라에 플래시까지 달려 있으니... (필자는 플래시가 내장된 카메라를 거의 쓰지 않기에... 값싼 카메라에 플래시까지 달려 있으면 그저 고마울 뿐. ^^)

 

자 그러면 샘플 사진들, 말레이시아 CF촬영 현장(의 뒷모습)이다. CF 촬영 결과물은 화려하지만 촬영하는 모습은 그러하지 않다.

 


쿠알라룸푸르, KLCC 앞 공원

 

 



쿠알라룸푸르, KLCC

 

 



쿠알라룸푸르, KLCC. Petronas Twin Tower.

 

 


f/3.7에서의 배경 흐림을 보자.

 

 



쿠알라품푸르, KLCC의 쇼핑몰 내부. 우리나라의 코엑스와 같은 곳.
최대 광각에서 배럴 디스토션이 좀 보인다.

 

 



CF촬영 현장 스케치.

 

 



CF촬영 현장 스케치. 밥먹을 시간이 없어 빵으로 때우며... -.-;;

 

 



CF촬영 현장 스케치. 오늘의 주식. -.-;;;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야경.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Petronas Twin Tower 야경.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Petronas Twin Tower 야경과 분수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Petronas Twin Tower 야경.
쌍동이 빌딩의 왼쪽은 일본 업체가, 오른쪽은 삼성이 지었다고 한다. (그 왼쪽 빌딩도 대우건설이 지었다고 하고, 오른쪽 공사 중인 곳은 쌍용건설 현장이고... 이 동네 스카이라인은 한국 건설업체가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쌍둥이 빌딩이라고 한다.

 

 

 


환산화각 24mm ISO400 f/2.8 8초
인천 송도 시내에서 촬영했는데, 별이 잘 나왔다. 대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가면 은하수도 잘 나오지 않을까 싶다.

 

다음편 예고... 별도 찍을 수 있는 f/1.4 조리개의 똑딱이.
두둥~~~

 

 

Posted by 권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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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권희 2012.09.11 15: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이거 진짜 괜찮아 보인다.
    디자인이 좀 애매해 보이는게 아쉽네. 흠...

  2. 박정수 2012.09.11 18: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삼성카메라도 괜찮은가요?

    전 주머니용으로 LX5 중고로 알아보고 있거든요

    거부할 수 없는 라이카 렌즈.

  3. 권오철 2012.09.11 20: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삼성의 슈나이더 렌즈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