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본 볼헤드 (PH-273QL) 사용기

2009. 5. 3. 22:01천체사진가의 촬영장비

- 2006.05.29

디지털 사진 시대의 삼각대의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필름에서 디지털로 오면서 필름값 안아끼고 마음껏 셔터를 눌러댈 수 있게 된 점은 좋은 일이고, 대신 사진의 경향이 가벼워질 수 있다는 것은 그에 대한 반작용일 것입니다.

디지털 사진은 모니터에서 보는 일이 많은데, 모니터가 점점 대형화 되고있다 하더라도 웹으로 전송되는 한계 등 전체화면으로 표시되는 이미지의 크기는 실제 촬영하는 화소에 비해 매우 작은 크기입니다. 이른바 "웹용 이미지"인 것인데, 그렇다 보니 조금 흔들리거나 해도 눈에 띄지 않고 어둡게 찍혀도 손쉽게 밝게 만들 수 있으므로 거추장스러운 삼각대의 필요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반면에 고해상도의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100% 또는 그 이상으로 보는 것은 이전의 필름 시절에 라이트 박스 위에 올려놓고 루페로 보던 배율보다 훨씬 고배율로 보는 것입니다. 필름을 보는 것으로 따지면 현미경으로 보는 수준까지 손쉽게 확대해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만큼 흔들리거나 선명하지 않은 이미지들에 대해 민감하게 확인이 가능해진 것은 삼각대에 대한 의존을 필요로 하게 만드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의 삼각대 경향은 미니 삼각대등 경량 간이 삼각대가 많이 나오고 있고, 또한 카본 소재 등의 가벼운 삼각대가 인기를 얻고 있으며, 동시에 지지하중 40kg 이상의 고가인 마킨스 볼헤드도 역시 인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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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길었는데 오늘 살펴볼 주인공은 벨본(Velbon) 볼헤드입니다. 참고로 벨본(Velbon)은 일본 메이커로서 제품 가격대는 마킨스보다는 싸고 만프로토 보다는 비싼 느낌의 브랜드입니다. (만프로토가 지쪼를 인수한 뒤로는 만프로토도 많이 고급스러워지고 가격도 비싸졌습니다만)

저는 벨본의 273QL과 273Q 볼헤드 2개와 Carmagne630과 Neo-Carmagne740, 그리고 Mini-F 삼각대를 사용합니다. 사진 분야가 천체사진이라 삼각대는 필수이고, 카메라도 여러대가 필요합니다. 브라케팅을 하려고 해도 일반 사진은 노출조절해가며 여러번 찍으면 되지만, 장노출을 주게되는 천체사진에서는 브라케팅 컷수만큼 카메라가 필요합니다. -.-;;


273QL - 지금은 단종되고 신모델(QHD-71Q)로 나오고 있습니다.

 


Velbon QHD-71Q - 사진은 필름나라에서 퍼왔습니다.

무게 0.45 Kg
높이 10.7 cm
지지하중 6 kg
가격 16만원 (필름나라 기준)

 

오늘의 비교대상 - 마킨스 M10KY - 역시 사진은 필름나라에서 퍼왔습니다.

무게 0.498 Kg
높이 10.0 cm
지지하중 40 kg
가격 35만 8천원 (필름나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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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본 볼헤드가 다른 알카스위스나 마킨스 볼헤드 등과 비교시의 장단점

1. 무게가 가볍다.

마그네슘으로 제작되어 대단히 가볍습니다. 0.5Kg이 되지 않습니다. 대신 그보다 아주 조금 무거운 알카스위스나 마킨스에 비해 지지하중이 5kg로 작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초망원렌즈가 아니라면 중대형 카메라라 하더라도 이 범위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기에, 삼각대를 촬영용 사다리로 쓰지 않는다면 충분합니다.

써본 느낌으로는 5kg의 지지하중은 아주 겸손한 표현이 아닌가 합니다. 같은 지지하중의 만프로토 볼헤드와 비교시 훨씬 안정적입니다. 물론 그점은 퀵플레이트가 상당히 넓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2. 텐션기능이 없다.

가벼운 무게에 마킨스나 알카스위스의 볼헤드에 비해 텐션 기능이 없습니다. 조금 아쉬운 감이 있으나 대신 가격이 그이상 싸다는 점에서 위안을 찾아야겠습니다.

3. 저온에서의 확실한 동작 보장

알카스위스 등의 볼헤드에는 볼의 유연한 동작을 위해 윤활유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때문에 극한의 저온에서는 가끔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벨본의 볼헤드는 윤활유 등이 들어가지 않는 방식이기에 지구상의 어떠한 기온에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얼마전에 TV에서 본 남극 세종기지 프로그램에 나온 사진가도 제 것과 같은 볼헤드를 쓰더군요.

4. 퀵플레이트의 불안정성

퀵플레이트는 원터치식으로 마킨스나 벨본의 나사식보다 간편한 반면, 안정성이 조금 떨어진다고 할 것입니다. 특히 카메라와의 접점부분이 금속이 아닌 고무소재로 탄성이 있어 강력한 체결력과 확실한 고정에 마이너스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사실 고급 퀵플레이트 일수록 카메라와의 접점부분이 부드러운 탄성소재가 아닌 금속소재로 딱 맞추어 제작되어 어떠한 유격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렇지만 Quick Plate가 타사 대비 면적이 상당히 넓기 때문에 상당히 안정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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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적으로 벨본의 Carmagne 카본 삼각대들을 살펴보면 역시 같은 카본 소재의 Gitzo가 비교대상이 될 터인데, 안정성 측면에서 Gitzo와 대등한 수준으로, Gitzo보다 싸면서 기본적으로 Warmer와 스파이크발이 달려서 나오고 있습니다.

두개 같이 쓰는 사람은 그래도 Gitzo가 낫다고 그러던데 필자의 경우 안정성 면에서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겠더군요.

디지털 시대에 맞추어 요즘은 저가형의 EL시리즈도 나오는데, 원터치 고정이나 다리에 눈금을 표시하는 등 나름대로 편리하게 만들어져 있으나 그만큼의 안정성을 희생하여 가격을 낮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삼각대는 다리의 접는 단수가 적을수록,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안정적이며, 또한 다리 각도조절 부분이 얼마나 단순한지와 센터칼럼이 있을 경우의 엘리베이션과 고정장치의 견고함이 삼각대의 안정성을 좌우하게 됩니다.

그러나 안정성보다 간편하게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원하는 크기와 지지하중에서 가장 가벼운 것을 선택하여야 할 것입니다. 사실 1/125초 정도의 노출시간을 위해 카메라가격을 능가하는 삼각대&볼헤드를 구입하여 거추장스럽게 들고다니는 것은 좀 무리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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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볼헤드를 선택하려면 알카스위스나 마킨스 급의 카메라 값과 맞먹는 고가형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카메라와의 접점부분이 부드러운 소재로 만들어진 저가형(?) 중에서 선택하여야 하는데,

개인적인 의견으로 고급형 중에 알카스위스는 너무 비싸고! 마킨스도 가격은 알카스위스보다는 싸면서도 가격대비 성능비는 오히려 그 이상인 엄청난 놈이긴한데, 삼각대를 촬영용 사다리로 쓸 일이 없기 때문에 오버 스펙이라 생각되며,

Gitzo의 경우에는 이름값에 비해 볼헤드는 그저 그렇다는 느낌이고,

만프로토는 써본 경험 결과 요즘은 어떤지 몰라도 내구성에 문제가 있어서 오래 쓰면 흘러내리는 일이 많았고, 또한 본체무게 대비 지지하중이나 가격대비 지지하중이 그리 좋은 수준이 아니었고, 결정적으로 Quick Plate 면적이 작아 장시간 촬영에서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SLIK의 경우 쓸만한 볼헤드가 없이 다 간이 수준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벨본의 마그네슘 볼헤드는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가격대비 안정성과 가벼운 무게가 장점이라고 할 것입니다.


필자가 사진을 배우던 92년만해도 주변에서 삼각대는 2~5만원대의 저가형을 많이 썼고, 10만원대 초반이던 만프로토 190은 들고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 알루미늄을 번쩍이며 들고다니면 엄청 뽀대(?)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만, 요즘은 카메라 기자재가 상당히 고급화되어 디지털 카메라에도 비싼 삼각대를 들고다니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삼각대는 목적에 안맞게 들고다니면 거추장스럽고 무겁기만 한 장비가 되기도 하지만 어떤 사진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필수장비가 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짤방? 위 삼각대+볼헤드로 2시간 20분 노출주어 촬영한 사진.
삼각대가 아주 튼튼해야 하겠죠?
바람 많이 불거나, 지나가다 툭 치거나, 삼각대가 불안정하면 별의 궤적이 흔들흔들 한답니다.

Velbon 273Q + Velbon Carmagne 630
Rollei SL66E
Carl Zeiss Distagon 50mm F/4
2001년 촬영.

ps) 혹시 벨본 Carmagne730(3단)쓰시는 분중에 필자의 740(4단)과 교환하고 싶으신 분 언제든 쪽지주세요. 4단이 들고다니기는 편하지만 3단이 보다 안정적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

 


- (c)권오철 www.AstroKorea.com -

 

* 위 글은 www.slrclub.com 에 등록하였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