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30. 21:46ㆍRollei SL66과 중형카메라
- 2002. 3. 24. 작성
2002. 5. 15. 갱신
Rollei SL66과 Hasselblad 500 시리즈는 6x6 포맷을 사용하는 고전적인 중형 카메라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기종입니다. 둘다 Carl Zeiss의 렌즈를 사용합니다. 그럼 그 차이점에 대해서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비교 대상의 정의
비교에 들어가기 전에, 비교 대상부터 정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에서 '시리즈'라고 한 것은 수십년 동안 여러 가지 모델이 출시되었기 때문입니다. 각각의 시리즈에 어떤 기종들이 있는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Rollei SL66E |
Hasselblad 503CX |
Rollei SL66 시리즈
카메라 |
생산 년도 |
비고 |
SL66 |
1966~1986 |
28900 대 생산 |
SL66E |
1982~1992 |
1500 대 생산 |
SL66X |
1986~1992 |
500 대 생산 |
SL66SE |
1986~1992 |
3500 대 생산 |
카메라 생산 년도 비고 500C 1957~1970 500CM 1970~1994 black body는 1973년부터 생산됨 500 Classic 1989~1994 501C 1994~1997 black body 만 생산됨 501CM 1997~ 503CX 1988~1994 503CXi 1994~1996 503CW 1996~ 2000년 생산품에는 millennium 표시.
Hasselblad 500 시리즈
Rollei사에서 일안리플렉스 중형 카메라를 생산한 것이 Hasselblad보다 약 10년가까이가 늦는데, 이것은 양사의 사장들 사이의 서로의 사업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로 했던 약속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Hasselblad에는 2.8F와 같은 이안리플렉스 모델이 없고 Rollei에서는 일안 리플렉스 모델을 만들지 않다가 약속의 당사자들이 사망한 후에야 비로서 SL66을 개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위에서 보듯이 SL66 시리즈가 생산된 수가 훨씬 적고, 500 시리즈가 현재에도 501CM과 503CW의 모델이 생산되고 있는데 비해서, 이미 단종된지가 10년이 넘었다는 것이 아쉬운 점입니다. 물론 전자식으로 Rollei 6000 시리즈가 나오긴 합니다만 설계 개념이 조금 다르지요.
사용하는 렌즈의 차이
두 기종 모두 Carl Zeiss의 렌즈를 사용합니다. 그렇지만 각각에 사용되는 렌즈는 설계나 코팅이 조금씩 다릅니다. (물론 똑같은 것도 있습니다.)
Hasselblad에는 Carl Zeiss에서 개발한 T* 코팅이, Rollei에는 Carl Zeiss사와 Rollei 사가 공동개발한 HFT 코팅이 사용되었습니다. 양사의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의 특징은 이 코팅에서 많이 좌우된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지만 1973년 이전의 멀티 코팅이 등장하기 전의 렌즈들은 같은 코팅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보아도 될 것입니다.
묘사력이나 색감과 관련된 요소는 아주 미세하여, 잘 모르는 사람은 거의 느끼지 못하는 매우 주관적인 요소이지만, 매니아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비교한다는 것은 사실 무의미하겠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요즘처럼 디지털화 하는 시대에서는 점점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일반적인 평가로는 Rollei 렌즈가 더욱 부드럽다, 따뜻하다 이런 평을 많이 듣습니다. Hasselblad에 사용되는 렌즈도 요즘 나오는 CFi/CFe 렌즈들은 많이 차분해졌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둘다 Carl Zeiss 렌즈인데 코팅이 T*와 HFT로 다른 것입니다. 따라서 분명히 사진상에서의 차이는 있지만, 그것이 성능에서의 우열이 아니라 주관적인 선호의 차이로 이해되어야 할 것입니다.
셔터 방식의 차이
Hasselblad 500 시리즈는 렌즈 내에 삽입된 리프 셔터(Leaf Shutter) 방식이며, Rollei SL66 시리즈는 바디에 내장된 포컬플레인 셔터입니다. (Hasselblad F 시리즈는 포컬플레인 셔터이며, Rollei 6000 시리즈는 리프 셔터 방식입니다.)
이 셔터 방식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중요한 차이라면 스트로보 동조 속도입니다. 리프 셔터인 Hasselblad 의 경우 1/500초까지의 전 셔터 속도에서 스트로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만, 포컬플레인 셔터인 Rollei SL66의 경우에는 1/30초 미만에서만 스트로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Rollei의 렌즈는 조리개밖에 달려있지 않은 매우 단순한 형태이지만, 대신 바디가 복잡하고, 무겁게 만들어졌으며, Hasselblad의 경우 바디가 매우 단순한 대신 렌즈에서 초점, 조리개, 셔터의 촬영의 모든 요소를 조작하게 됩니다.
* 리프 셔터 - 조리개처럼 생긴 막이 순간적으로 열렸다 닫히는 방식으로 대형 카메라에서 사용된다.
* 포컬플레인 셔터 - 필름 앞에서 차광막이 지나가는 방식으로 요즘 생산되는 대부분의 135 소형 카메라에서 사용된다.
초점 맞추는 방식의 차이
Hasselblad는 렌즈 내에서 렌즈군을 이동시키는 헬리코이드 방식이고, Rollei는 대형 카메라에서 주로 사용하는 벨로우즈 레일 방식으로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Rollei의 경우 이 벨로우즈 레일 방식의 채택으로 접사에서 매우 강력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게다가 렌즈를 거꾸로 돌려서 꽂을 수도 있게 되어있기 때문에 기본 셋트 만으로도 1.6X 정도의 접사가 가능하게 됩니다. Hasselblad의 표준렌즈에서 최단 촬영 거리가 0.9m인 것에 비하면 대단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롤라이 SL66E의 벨로우즈 레일을 최대 신장 및 표준 렌즈의 역장착 모습
벨로우즈 레일 방식의 단점이라면, 바디의 무게가 조금 무거워지게 되는 것이고, 또한 무한대 초점이 정확하지 않게 될 확률이 헬리코이드 방식에서 보다 높다는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SL66 카메라들이 무한대 초점이 잘 맞기 때문에 일반사진에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같이 천체사진과 같은 특수 사진에서는 민감한 문제입니다.
또한 SL66의 벨로우즈는 상하 8도씩 틸트가 되어 초점면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산에서 아래쪽의 바로 앞에 있는 꽃과 멀리 산을 초점을 맞추려면, 조리개를 조이는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형 카메라에서는 이런 것을 렌즈면/필름면을 기울여서 해결합니다. SL66도 같은 방식입니다만, 상하 8도로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풍경 사진 등에서 보다는 피사계 심도의 조절이 민감한 접사 촬영에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롤라이 SL66E - 위쪽으로 최대 틸트한 모습
노출계 지원 방식의 차이
대부분의 중형 카메라는 바디 자체에 TTL 노출계를 내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외부 노출계를 사용하거나 노출계가 장착된 파인더를 사용하게 됩니다. SL66과 Hasselblad 500 시리즈들도 노출계가 달린 아이레벨 파인더가 별도의 액세서리로 나와 있습니다.
SL66 E/X/SE의 세 기종은 바디 자체에 TTL 노출계가 달려 있어서 매우 정밀한 노출 측정이 가능합니다. 이는 역시 접사에서 가장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Rollei SL66 용 Meter Finder
Hasselblad PME45
기타 여러 가지 차이점들
칼꽂이
Hasselblad는 요즘 나오는 503CW의 신형 홀더 칼꽂이가 달려나오는데, (물론 따로 사서 붙일 수도 있지요.) 롤라이 SL66에는 칼꽂이가 66년, 처음 나올 때부터 달려 있었습니다. 이 칼(Dark Slide) 이거 들고 다니기 상당히 불편하기 때문에 칼꽂이가 있는 것이 개인적으로 상당히 편하더군요.
다중 노출
SL66의 크랭크에는 다중 노출 레버가 달려 있어, 필름을 전진시키지 않고 셔터만 감을 수 있습니다. 하셀브라드 500 시리즈에서는 다중 노출 장치가 없습니다만, 매거진을 빼고 셔터를 감은 뒤에 다시 매거진을 붙이는 편법으로 다중 노출을 할 수 있습니다.
120/200 필름 사용
SL66의 매거진은 뒤쪽의 레버를 전환함으로써 120/220 필름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하셀브라드 500 시리즈에서는 120 필름용, 220 필름용 매거진을 따로 구입해야 했습니다만. 이후에 개선되어 신형 매거진에서는 두 형태의 필름을 같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펜탁스 67을 서브 바디로 이용할 때
그리고 6x6 포맷 이외의 6x7의 포맷을 사용하고자 할 때 펜탁스67을 이용한 개조를 하게 됩니다. 이때 Hasselblad의 렌즈를 펜탁스67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바디 앞쪽을 깍아내어 길이를 맞추어야 합니다. 이렇게 개조하여 Hasselblad용 렌즈를 사용할 수 있게된 펜탁스67을 '펜탁스블러드'라고 부르지요. 이때 원래의 펜탁스67용 렌즈들은 이용할 수 없게 됩니다. Rollei SL66용 렌즈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펜탁스 67의 바디를 손댈 필요 없이 접사용 헬리코이드 링을 개조하여 어댑터를 하나 만들면 되기 때문에 이점에서 유리합니다.
필름 삽입 방식의 차이
필름 삽입할 때에, Hasselblad의 경우 스타트 마크 표시된 곳까지 감아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방식이고, Rollei SL66의 경우 필름 두께를 감지하는 방식이므로 그냥 감아주기만 하면 첫 번째 장이 시작되는 곳에서 자동으로 멈추어 줍니다.
무게
이것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산악 사진 같은 경우에서는 말입니다. Hasselblad가 내부 구조가 간단한 만큼 무게나 부피가 훨씬 작습니다. 마미야 RB 쓰시는 분들 같은 경험을 해본 적 있으시겠지만, 이런 크기가 등산용 가방 같은데 넣기가 정말 애매합니다.
참고로 SL66SE 기본 셋트가 1915g 이고, 503CW 기본 셋트가 1520g 입니다.
마치며...
이상에서 볼 때, Rollei SL66은 접사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Hasselblad의 경우 데이라이트 싱크로 촬영 등을 필요로 하는 인물 촬영 등에 보다 유리하다고 하겠습니다. (게다가 Hasselblad의 경우 렌즈의 조리개와 셔터 타임이 맞물려 돌아가므로 약간은 기동성이 더 있다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SL66의 단점이라면 조금 무겁고, 생산된 물량 자체가 워낙에 적기 때문에 구하기 힘들고, 액세서리나 교환 렌즈를 더더욱 구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제가 SL66을 사용하게 된 것은 정말로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Hasselblad 500CM을 살까 Rollei SL66을 살까 하다가 SL66이 재주가 많은 것 같아서 샀고, 이제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바디 자체만 놓고 본다면 헬리코이드 방식의 Hasselblad가 천체사진에는 더욱 유리한 것이 분명한데, 펜탁스67이 표준 장비처럼 되어 버린 천체사진 분야에서의 사용성을 고려하자면 어댑터를 이용할 수 있는 Rollei가 유리합니다.
Hasselblad도 여전히 탐나는 카메라이긴 한데, 이미 모든 시스템이 Rollei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전향하기는 힘들 것 같고, 게다가 Rollei의 색감에 중독(?)되어 버려서 더더욱 전향은 힘들 것 같습니다.
Rollei SL66 시리즈의 경우 현재 생산이 중단되었기 때문에, 촬영하는 양이 많고 다양한 액세서리나 교환렌즈 군을 사용해야 하는 프로 사진가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많이 쓰면 수명이 짧아지기 마련인데 같은 시스템으로 다시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와 같이 천체사진을 촬영한다면 이틀밤 꼬박 찍어도 한 롤 다 찍기가 쉽지 않지요.) 게다가 구조가 매우 복잡하여 내부 구조가 매우 단순한 Hasselblad에 비해 고장의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점도 촬영량이 많은 사진가에게는 불리한 점입니다. 프로 사진가에게는 신뢰성이라는 측면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Pentax67을 항상 서브 카메라로 같이 들고 다닙니다.)
결국 SL66은 취미로 즐기는 고급 사진가를 위한 장비이며, 컬랙션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면 사용해볼 만한 장비입니다. 꽃사진 등의 접사를 많이 하시는 분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하겠습니다.
풍경 쪽을 주로 촬영하는 분이라면 Hasselblad 501CM에 80, 50mm 렌즈와 905SWC를 셋트로 갖추면 환상적인 시스템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조금 더 기동성과 편리함을 추구한다면 Rollei 6008을 사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 제가 Rollei SL66 사용자이다 보니, 글의 내용이 약간은 편파적(?)이라는 느낌도 듭니다만, 이곳은 제 홈페이지이고 개인적인 글이라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 Hasselblad로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면 굳이 전향(?)을 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접사를 전문으로 하신다면 접사장비를 사는 것보다 SL66 표준 셋트를 장만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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