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의 빛의 차폐에 관하여

2009. 4. 4. 23:03Rollei SL66과 중형카메라

- 2002. 5. 1. 작성

사진은 빛을 이용해서 만드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는 이 빛을 담는 도구입니다. 그런데 카메라가 이 빛을 다루는데 있어서 정말 완벽한 도구일까요? 엄밀하게 말해서 완벽한 카메라는 아직까지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물론 일반 사진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문제이지만, 카메라 성능의 한계까지 도전하는 천체사진 분야에서는 이런 점들도 조심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참고로 천체 사진에서 별을 점상으로 찍는 것만큼 카메라 렌즈의 해상력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경우란 쉽지 않습니다. 화각의 중앙부터 구석에 이르기 까지 무한대의 점광원을 점으로 얼마나 예리하게 표현하는지 다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들 이외에도 카메라 성능의 한계를 테스트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상들이 밤하늘에 많이 있습니다...)

불완전성의 종류

카메라가 빛의 차폐에 대해서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태양을 일주 촬영할 때입니다. 강한 빛에 장시간 노출되기 때문에 플래어, 고스트 및 각각 원인이 다른 여러 가지 얼룩들이 필름에 나타납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이 크게 세 종류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1. 광학계의 불완전성에 의한 것
광학계에 사용되는 렌즈알 및 코팅의 성능이 완벽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렌즈알이 99.99%의 빛을 투과하고 0.01%의 빛을 반사한다고 해도 태양처럼 매우 밝은 대상을 화각에 직접 넣고 촬영하는 경우에는 그 0.01%의 빛이 필름에 자국을 남기게 됩니다. 70년대 이후의 렌즈들에는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하여 다층의 코팅기술이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렇지만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2. 벽면의 난반사에 의한 것
렌즈의 벽면과 카메라의 내부에는 검은색 무광 코팅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도 빛을 완벽하게 무반사처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블랙홀이 아닌 담에야 완벽하게 빛을 흡수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일반 사진에서 드러나지 않을 정도인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망원경에 연결하는 어댑터 링과 같은 부분에서 무반사 처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면 이에 의해서 화면의 가운데에 밝은 부분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3. 외부에서 새어 들어온 빛
렌즈를 통하여 들어온 빛이 난반사가 되는 것 이외에도 렌즈 이외의 다른 경로를 통하여 들어온 빛이 필름에 자국을 남길 수 있습니다. 작은 틈으로 빛이 새는 경우입니다. 이것도 일반 사진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천체사진과 같이 극단의 조건에서는 쉽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것에 관해서는 이 글의 다음 본문에서 본격적으로 알아 보기로 하지요.

 

당신의 카메라는 완벽하지 않다

카메라의 구조가 복잡할수록 빛이 새어들 수 있는 틈새가 많습니다. 레인지 파인더 방식보다는 일안 리플렉스에서 보다 확률이 높겠지요. 사실 매우 낡고 조잡한 카메라가 아니라면 천체사진에서도 특별히 빛이 새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다음 내용은 약간은 편집증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잠깐만... 편집증에 대하여.

카메라의 완벽성에 대해서 잠깐 언급하자면, 다음의 예를 들 수 있습니다. 카메라 렌즈의 앞쪽에 작은 스크래치가 있다고 합시다. 스크래치가 있는 렌즈와 없는 렌즈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두 렌즈로 똑같은 장면을 촬영했을 때, 그 결과물인 사진을 가지고 그 두 렌즈를 구별해 낼 수 있는 사진가를 저는 알지 못합니다.

물론 매우 많은 스크래치가 생겨서 사진으로 구별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럴 정도라면 아마 렌즈를 버려야 할 것입니다.

빛에 대한 차폐 역시 완벽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사진에 영향을 주는 정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만약 사진 상에서 드러날 정도라면, 수리 대상 또는 버려야 할 카메라인 것입니다.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의 파인더-미러 부분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의 파인더 부분으로 빛이 거꾸로 새어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카메라에서는 파인더에 차폐장치가 되어 있기도 합니다.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에서 셔터를 누르게 되면 미러가 스크린에 올라 붙게 됩니다. 이때 미러 충격 흡수 및 빛의 차폐를 위하여 접지 부분이 검은 스펀지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카메라가 오래 되면 이 스펀지가 다 녹아 떨어져 나갑니다. 미러 가장자리에 검은 찐득찐득한 스펀지 덩어리가 붙어 나오기 시작하면 이 스펀지들을 다 갈아주어야 할 시기가 온 것입니다.

어쨌든 미러는 반사율이 높고, 작동하는 부분인데다가 면적도 넓고 해서 가장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상이 있는 카메라라고 해도 일반 사진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지만 장시간의 노출을 주는 천체 사진 등에서는 나타날 수 있습니다. 태양 일주와 같은 사진에서는 겨울 옷 등을 이용하여 감싼 뒤 카메라 렌즈만 밖으로 빼놓고 사용하면 안심입니다.

노출지시계의 불빛

대부분의 135 필름을 사용하는 소형 카메라에서는 노출계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바늘로 지시하는 것도 있고 LED 램프가 발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빛이 밝고, 파인더 및 미러 부분에 같이 달려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잡하게 만들어진 카메라의 경우에는 이 빛이 새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카메라가 러시아제 제니트(ZENIT)입니다.

이 경우에 나타나는 증상은 필름에서 화면의 가장자리에 붉은 얼룩(노출 LED 색깔)이 생기는 것이며, 배터리를 빼서 노출계가 작동하지 않게 하면 사라집니다.

중형 카메라의 Dark Slide 삽입 부분

중형 카메라에서는 필름 홀더를 분리하기 위해서 Dark Slide, 일명 '칼'을 삽입합니다. 이 Dark Slide는 반사율이 높은 금속 표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삽입되는 시점에서 순간적으로 빛이 새어들 수 있는 틈이 생기게 됩니다.

아래 그림은 Rollei SL66 시리즈의 Dark Slide가 삽입되는 부분의 빛 차폐를 위한 매커니즘을 나타낸 것입니다. 보통 Dark Slide를 삽입할 때 양쪽 가장자리가 먼저 닿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오랜 시간 이렇게 사용하게 되면 틈의 양쪽에서는 세 개의 판이 모두 탄력을 잃고 느슨해지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일반 사진에서는 구별할 수 없지만, 천체사진의 경우 밤에 어두운 대상을 촬영할 때 카메라에 손전등으로 비추어 가며 조작을 하게 되므로 이 빛이 흔적을 남길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카메라를 사용하는 올바른 습관

자신의 카메라에 빛이 새는 것 같다면, 레이저 포인터 등의 밝고 강하면서도 조사 면적이 좁은 광원으로 밤에 구석구석 비추어 가면서 확인해 보면 됩니다. 치과에서 사용하는 작은 거울이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그보다는 카메라를 사용하는데 있어 올바른 습관을 들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필름을 카메라에 넣은 채로 보관하는 것은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 필름은 항상 직사광선이 비치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촬영 직전에 장전하고, 촬영한 뒤에 바로 빼내어 현상소에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장시간 촬영시에는 추위와 이슬로부터의 보호도 겸하여 안입는 옷가지 등으로 카메라를 감싸주는 것이 좋습니다. 중형 카메라를 사용하는 경우 불필요하게 매거진을 자주 뺐다 끼웠다 하는 것도 매우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