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랩스, HDR로 표현하는 세계 (월간 DCM 9월호)

2013. 11. 5. 01:02Digital Photography

타임랩스, HDR로 표현하는 세계


최근 영상 기기들의 색재현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디지털 환경에서 색을 조정하는 것이 이전의 필름에서보다 훨씬 간편해지다보니 영화나 CF 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 많은 영상 분야에서 색을 주요 표현 수단으로 사용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색보정 작업을 통해서 보다 표현 의도에 맞는 색을 구사하는 것이다. 영상 바닥에서는 ‘색보정’이라는 어려운 용어를 쓰며 있는 척(?) 하지만 알고 보면 사진 바닥에서는 ‘뽀샵질’이라는 용어로 누구나 어느 정도는 구사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HDR은 원래 사진이 가지는 색 표현의 범위를 훨씬 넓은 범위에서 가능하게 해준다. 계조 면에서, 분위기 면에서, 색조 면에서. 사람의 눈으로 보는 완전 자연스러운 느낌부터 초현실적인 분위기까지 자유자재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이다.




창경궁의 저녁풍경을 HDR촬영하였다. HDR 작업임 드러나도록 일부러 약간 강하게 보정했다.



HDR이란?



사람의 눈은 대단히 훌륭한 영상 장비이다. 계조만 따져보면 밝게 빛나는 태양 주변부터 나무 그늘의 디테일까지 볼 수 있다. 명암비로 따지면 1:10000 이상이 되는데, 카메라 노출로 따지면 13~14 스톱 정도다. 요즘 디지털 카메라로도 이 성능을 따라갈 수 없다. 본인의 카메라의 계조 성능이 얼마나 되는지 테스트해보자. 카메라가 가리키는 적정 노출치에서 한 스톱씩 노출을 증가시켜가며 촬영해보자. 대개 3스톱 이상이면 완전 하이키 사진이 되고, 4~5 스톱이 되면 완전히 하얗게 되어버린 사진이 나온다. 디지털 카메라의 계조 성능은 기기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7~9 스톱 정도이다. 그래서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일몰을 카메라의 적정 노출로 찍으면, 사람이 볼 수 있는 노을의 밝은 계조는 노출 과다로 날아가고, 암부는 완전히 까맣게 되어버리게 된다.


이 때 사람이 보는 계조를 재현해 줄 수 있는 기술이 HDR, 즉 High Dynamic Range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카메라가 재현하지 못하는 암부와 명부를 각각의 노출로 찍어서 합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합성하는 과정에서 계조의 확장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인 분위기나 유화 느낌 등 여러 가지 분위기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부수적인 이득이 있다.


적정 노출로 촬영한 사진에서는 숲의 암부는 어둡게 죽어있고, 노을의 색이 들떠있다.


+2 stop 노출로 촬영한 사진에서 숲의 디테일은 암부까지 살아났다.


-2 stop 노출로 촬영한 사진에서는 하늘의 노을이 제대로 나왔다.


HDR로 자연스럽게 합성한 창경궁의 일몰





적정 노출 사진 – 하늘의 노을의 색이 날아갔고, 암부도 제대로 표현되지 못하였다.


+2 스톱 노출을 준 사진 – 돔 안에 있는 망원경의 어두운 디테일은 살아났지만, 노을의 밝은 부분은 완전히 날아갔다.


-2 스톱 노출을 준 사진 – 하늘의 노을이 적정 노출로 촬영되었으나 암부는 완전히 어둠에 묻혀 버렸다. 


 

 

HDR 보정의 여러 사례



HDR, 어떻게 찍어야 할까?


HDR 촬영의 개요는 서로 다른 노출로 촬영한다는 것이다. 노출 브라켓 촬영을 하는 것과 같다. 평소 촬영시 노출 브라켓 촬영하는 버릇을 들이면, 적정 노출을 골라낼 수도 있고, HDR로 합성할 수도 있어서 사진을 어떻게 현상해서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지 선택의 폭이 비약적으로 넓어진다. 


대개 2 스톱 간격으로 3장을 찍는데, 촬영하는 대상 장면의 노출 차이가 크면 노출 간격을 그만큼 벌리거나 촬영 장수를 늘린다. 예를 들어 일출이나 일몰의 해를 그대로 넣고 촬영한다면 3스톱 간격으로 3장을 찍거나, 2스톱 간격으로 5장을 찍을 수도 있다.


요즘 나오는 카메라들에는 HDR기능이 탑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때에는 카메라의 HDR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보급형 카메라들은 3장을 찍어 HDR 사진을 만들어 4장의 사진을 모두 저장하지 않고 적정 노출과 HDR 이렇게 두 장만 저장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카메라의 흔들림을 자동으로 보정하여 주기도 하는데 가끔은 엉뚱한 결과물을 내놓기도 한다. 타임랩스의 경우 삼각대에 고정해서 촬영하므로 이 기능이 필요 없는데 끄는 기능이 없고 에러가 발생한다면 난감하다. 그러니 카메라에서 제공하는 HDR 기능을 이용할 때에는 그 기능에 불만이 전혀 없을 만큼 신뢰할 수 있거나, 아니면 4장을 모두 저장해주어 나중에 본인이 직접 별도의 HDR 합성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작업할 수 있게 해주는 경우로 한정하는 것이 좋겠다.


카메라에서 제공하는 HDR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노출 브라케팅 기능을 이용해서 촬영해야 한다. 여기에서 노출 간격과 장수를 결정하도록 한다. 문제는 한 번에 3장씩 찍어야 하는데, 카메라들마다 작동 방식이 제각각이다. 삼성 카메라들은 노출 브라케팅시 셔터 한 번만 누르면 3장을 한꺼번에 찍어주니 별다른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캐논의 경우는 셔터를 세 번 일일이 눌러주어야 한다. 하지만 촬영 모드를 타이머로 설정하면 타이머 설정시간(2초 또는 10초 중에서 선택할 수 있으니 당연히 2초를 선택해야겠다) 뒤에 자동으로 한 번에 3장을 찍는다. 다른 카메라들도 마찬가지로 노출 브라케팅을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시큐라인에서 나오는 TWIN1 ISR2 인터벌 릴리즈를 이용하면 된다. 이번에 HDR 촬영을 위한 메뉴가 생겼다.


보이는 숫자는 순서대로 한 회에 촬영할 장수, 그리고 그것의 간격, 그리고 촬영 회수이다. 예를 들어 위 사진과 같이 각각 03 / 0:01 / 0200 로 설정한다면, 한 번에 1초 간격으로 3장을 브라케팅 촬영하는 것을 200회 반복하게 된다. 



문제는 Day-to-Night 과 같이 노출이 장노출로 늘어지는 상황에서는 이렇게 등간격으로 셔터를 눌러주는 것이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2스톱 브라케팅으로 찍고 있을 때 적정노출이 1초까지 떨어지면 1초, 1/4초, 4초의 노출을 연속으로 찍는데, 이를 위해서 브라케팅 간격을 4초를 넘게 설정하게 되면, 인터벌 시간을 그만큼 길게 줘야 하니 불편한 점이 많다. 



HDR, 일괄 작업(Batch process)으로 합성하기


HDR 합성 프로그램은 많이 나와 있다. 포토샵에도 HDR합성 기능이 있으며, Canon의 카메라에 들어 있는 Digital Photo Professional 프로그램에도 기능이 들어 있다. HDR 전용 소프트웨어로는 Photomatics Pro, easyHDR, HDR Efex Pro, HDR photo Studio, Artizen HDR 등 많이 출시되어 있다. 이중 가장 많이 쓰이는 Photomatics Pro를 이용해서 HDR작업을 일괄처리해 보자.


일괄처리라는 것은 똑같은 작업을 계속 반복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반복할 그 한 번을 잘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타임랩스 촬영한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의 사진을 골라 HDR 합성을 해본다. 


(1)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브라케팅 촬영한 사진 3장을 선택해서 프로그램으로 드래그앤드롭 한다. 이어서 나타나는 창에서 [OK]를 선택하고 넘어간다. 




 

역시 [OK]를 선택하고 넘어간다. 


(2) 합성할 때의 옵션을 선택하는 창이 나타난다. 특별히 조정할 일이 없으면 역시 [OK]를 선택하고 넘어간다.



- Align Source image : 타임랩스는 삼각대를 이용해서 촬영하기 때문에 체크할 필요가 없다.

- Remove ghost : 인파가 많은 거리를 촬영할 때와 같이 3장을 찍을 때 빠르게 지나가는 것들이 있으면 잔상을 남기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체크하도록 한다.


(3) 이제 본격적으로 HDR합성을 할 단계다. 왼쪽에 각종 설정들이 있다. 복잡한 설정을 바로 시작하지 말고 처음에는 오른쪽 프리셋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보자. 자연스러운 [Natural]부터 유화 느낌의 [Painterly], 초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Surreal] 등 여러 가지 룩이 준비되어 있다. 그런 다음 설정값을 조금씩 고쳐서 사용하도록 한다. HDR 합성 방법에는 [Tone Mapping]과 [Exposure Fusion]이 있다. 프리뷰를 보면서 적절한 것을 선택하면 된다. HDR변환 작업을 확정했다면, 오른쪽 아래의 [Presets]를 클릭하고 [Save Preset...]을 선택하여 저장한다. 작업했던 것은 모두 닫고 이제 일괄 작업을 준비해보자.


* 일부 옵션값은 일괄처리시에 플리커를 유발한다. 특히 Smooth Highlights 값을 올리면 하늘에서 경계가 생기기 쉬우니 0으로 설정할 것을 권한다. 




(4) 왼쪽 메뉴에서 [Batch Bracketed Photos]를 클릭하면 일괄 처리를 위한 창이 뜬다. 이제 앞서 한 장을 처리했던 것과 동일하게 설정한다. [Settings...]를 클릭하고 저장했던 프리셋을 불러와서 적용하면 된다. Details Enhancer 또는 Exposure Fusion 등 여러 방식을 동시에 만들어낼 수도 있다. [Source]에서는 작업할 파일들이 들어 있는 폴더를 선택하고, [Destination]에서는 만들어진 HDR 사진을 어떤 형식으로 저장할지 선택한다. 그럼 [Run]을 클릭하면 이제 일괄처리가 시작된다. PC 사양에 따라 꽤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어떤 룩을 원하는가? 


HDR의 심각한(?) 문제의 하나는 정말 최고로 잘 만든 HDR은 클라이언트가 몰라본다는 것이다. 인간의 눈으로 평소에 보던 느낌과 같기 때문에 원래는 사진이 이렇게 안 나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HDR 작업임을 티나게 하기 위해서 약간의 초현실적인 느낌이나 유화 같은 느낌으로 보정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독특한 느낌을 이른바 ‘HDR Look’이라고들 이야기한다.


HDR 작업을 할 때 목적이 무엇인지를 잘 생각하고 만들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계조의 확장인지, 아니면 유화 같은 부드러운 느낌인지,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만들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저 ‘HDR Look’을 원하는 것이라면 굳이 3장씩 찍지 않아도 된다. 1장으로 촬영된 것으로도 ‘HDR Look’으로 보정할 수 있다. 이미 그런 프로그램들이 여럿 나와 있다. 하지만 계조의 확장을 원한다면 1장의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부분은 추가로 촬영을 해야 한다. 사실 HDR Look으로 보정하는 것보다, 완전 자연스럽게 티나지 않게 만드는 것이 훨씬 어렵다. 역설적으로 클라이언트가 알아채지 못하는 HDR이 최고의 완성도인 것이다.


  

+2 스톱 / 적정 / -2 스톱




 

 

여러 가지 느낌으로 보정한 HDR 사진 / 백령도 두무진의 일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