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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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엊그제 간만에 일찍 퇴근한다고 나섰는데, 지하철을 타자마자 바로 다음 정거장에서 누군가가 뛰어들었다. 그래서 1시간 가까이 갇혀 있었다. 경찰이 와서 사고 현장 조사하고 감식반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사체를 수습하기 위해서 열차는 잠시 뒤로 갔고, 그 뒤 5분도 되지 않아 운행을 재개했다. 피 묻은 바퀴들 그대로...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다. 먼저 번은 내가 타고 있던 전철이 아니라 앞 전철이었다. 작년 사망자 통계를 보면 하루에 36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이런 통계로 보면 올해 두 번 지하철에서 이런 일을 겪은 것이 그리 특별한 경험은 아닌게 되는 게다. 계산해 보니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두 달에 한 번씩 자살하는 사람이 나오는 꼴이다. 가끔씩 달갑지 않은 청소를 하려면 아파트 ..
2009.09.05 -
존경하던 나의 님은 갔습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 헌화하는데 자정이 넘은 시간인데도 두 시간이나 걸렸다. 날씨는 무덥고, 검은 정장이 더운데다, 안고 있는 잠든 아들은 그야말로 난로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의 생애에 대하여 경의를 표하는데 2시간 정도의 괴로움은 괴로움이라고도 할 수 없다. 헌화를 하고 나오는데 그의 일기장 발췌한 것을 나눠준다. 집에 와서 읽어보니 눈물이 난다. 그가 진정으로 위대한 점은 그가 똑똑하고 이룬 것이 많아서도 있지만, 끝없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가 젊을 때 여의도에서 수백만 군중 앞에서 사자후를 토할 때도 좋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진정 인간이 얼마나 위대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끝없는 독서와 성찰이 그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도 말년에는 말을 많이 들었고, ..
2009.08.23 -
별로 돌아가신 님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람 - 적어도 내 생각에는 - 이 하늘로 돌아가 별이 되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아주 먼 미래에 별이 될 것이다. 아주 먼 과거에 별에서 왔듯이. 그 분의 죽음이 못내 분하고, 아쉽다. 마지막 순간에 흘린 눈물의 의미를 어찌 알까만은, 내가 정말로 아쉬운 것은 마지막 삶을 정리할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병원에서 안정제에 의해 많은 시간을 주무시다 마지막 순간에 의식은 있었지만 말씀은 한마디도 못하셨단다. ... 조기를 다시 내 걸었다. 가신 님이 평생 추구했던 가치가 다시 회복될 때까지 걸려 있을 것이다.
2009.08.21 -
[정희준의 어퍼컷]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 한국의 보수와 '머슴' 노무현
읽어볼 만한 글이다. 프레시안에 올라온 글임.
2009.05.28 -
이중인격자
- 2008.12.29 직업이 여러개다 보면 인격도 그에 맞추어 여러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사실, 그렇게 되어야 한다. 변화된 환경에 빨리 적응해야 먹고 살지... 얼마전 기획전시에 초대되어 전시 오프닝에 참석을 했는데, (잠깐 옆길로 새보면, 나는 전시 오프닝에 약간의 터부가 있다. 그래서 이제까지 개인전 2번하면서 전시 오프닝을 해본 적이 없다. 아마도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그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벽에 거는데 쓸 돈도 모자라는데 상차릴 돈이 어디 있나. 벽에 거는 사진은 대충 만들면서,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 포스터나 도록, 대관료, 그리고 오프닝 상차림에 쓰는 그런 전시에 약간은 혐오증이 있다. 돈이 많았으면 그런 증상이 없었을지도... -.-;; 그리고 또 사진과 나온 것도 아니고 하다보..
2009.05.10 -
요즘 이야기 셋
- 2008.04.16 1. 바람잡이 급한 것이 아니면 꾹 참고 있다가 P&I, 코엑스에서 열리는 사진영상기자재전에서 직접 살펴보고 특판가에 구하곤 하는데, 특히나 오래된 재고품 떨이는 상당히 끌리는 물건들이 가끔 나온다. 지금 쓰는 삼각대중 하나도 그런 인연으로 들어온 것이고. 올해 보니 지쪼(Gitzo)삼각대 중에 이제는 거의 단종되다시피한 엄청 무거운 알미늄 삼각대가 화끈한 가격에 재고처리(?)로 나와주었다. 예전에 스튜디오 등에서는 가끔 쓰이던 모델인데, 너무 무겁고 단수가 적어 인기가 없는 모델이다. 그러나 그만큼 안정적이므로 장노출을 이용하는 천체사진 쪽에서는 유리한데, 단 차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거리가 부담스럽지 않은 곳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어쨌거나 요새 포토페어에 걸 작품 만드느라 돈이 ..
2009.05.05